[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서울 전세가 올랐다고 기사 났던데 사실 그렇게 될 줄 알았어요"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예상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전세 물건은 귀하다며 호가는 높아진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 12·16 부동산 대책에 이어 2·20 부동산 대책까지 내놓고 아파트값을 잡는 와중에 전세가는 '꼿꼿'해졌다는 얘기다.  

강남3구는 전세난보다 거래 위축을 걱정하고 있다. 대치동에 있는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가 보다는 거래가 위축됐다"고 말했다. 이어 "10억원이 넘는 집을 이제 대출을 못받고 사니 거래가 이뤄지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 서울시 아파트 전세 거래 현황. 출처 =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전세 매물도 나오지 않고 매도자와 매수자의 눈치싸움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만740건이었던 전세 거래가 12월 1만1418건으로 늘었고 올해 들어서는 7429건(1월), 6131건(2월) 급감하는 추세다. 

아파트 매매가 어려워져 시장은 '전세난'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157.7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58.8포인트나 상승했다. 전세수급지수는 수치가 올라갈수록 전세 공급 부족을 수치가 낮으면 수요가 부족한 것이다. 전세 수급이 균형일 경우의 지수는 100이며 최대값은 200이다. 

현재 대출규제가 심해진 상황에, 전세가격이 요동치면 갭투자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지영 R&C 연구소 소장은 “지방 주요 지역에서 전세품귀현상이 계속되고 있는데다가 전세가격마저 치솟으면 전세 끼고 주택을 장만하려는 투자수요가 늘 것이다"고 전망한 바 있다. 


매매가 상승 둔화, 전세가 상승 '꼿꼿'


서울 전세시장은 오름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Livv ON)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2월 마지막주 기준 전주 대비 0.05% 상승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2월 30일 100.3에서 올해 1월 20일 100.6, 2월 17일과 24일은 100.8을 기록했다. 강남11개구 전세가격지수는 101.4로 지난달보다 0.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는 101.5, 송파구는 103.8로 지난달 대비 소폭 상승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84.93㎡ 기준 전세는 2월 5일 15억원에 거래됐다. 그 후 준전세 거래만 계속된 상황이다. 현재 전세 물건은 15억6000만~17억원까지 나와 있다.

▲ 서울시 도봉구 창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 출처 = 네이버 거리뷰

서울 전지역에서 전세가 상승이 이뤄져 관악구도 전세가 상승은 꼿꼿하다. 관악구 봉천동 두산 아파트는 84.87㎡ 전세 매물이 1월 4억8000만~5억원까지 거래됐고 준전세 보증금은 3억2000만원에 월세 60만원에 실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2월 22일 5억3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일주일 정도 지난 현재, 5억4000만원에 호가가 나와 있다.  

지난해 12·16대책 '풍선효과' 지역으로 꼽힌 '노원·도봉·은평'도 마찬가지다. 도봉구 창동 북한산아이파크5차 인근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세 물건이 하나 있는데 4억2000만원에 나와 있다"며 "매매도 많지 않다"고 전했다. 북한산 아이파크5차 84.45㎡은 지난해 12월 21일 4억원에 거래됐다. 올해 1월 15일 4억2000만원에 거래됐고, 2월 28일 4억4000만원에 실거래가를 기록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강남이나 인근 지역의 전세 가격들이 뛰다보니 수요가 외곽으로 이전하는 것이다"며 "강남 기준으로 전세 공급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전세도 풍선효과가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거래가 위축 됐을 뿐"  


수요자들은 내 돈 주고 집을 사야 하는 현실에 주택 매매에 주저하고 있다. 강남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세 오겠다는 사람들은 이제 자기 돈으로 해야 하니까 힘든거 같기도 하다"고 전했다. 

대치동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물건이 많지는 않은데, 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찾는 건 아니다"며 "전세가 부족해서 못들어온다라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대치동에서 30평 초반 대 전세면 12억원 이상은 한다"면서 "대출이 안돼서 거래가 위축 된 것이지 물건이 없어서 계약을 못하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대치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전세 호가는 지난해 말과 비슷하다는 의견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대치삼성 84.58㎡은 올해 1월 30일 12억원에 전세 거래가 됐고, 31일에 12억5000만원에 실거래가를 썼다. 현재는 11억5000만~12억원 선에 물건이 나와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가격이 불안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정부에서 분양가 상한제로 앞으로 싸게 아파트를 공급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니, 매수수요가 전세수요로 계속 남을 것이다"며 "전세공급은 한정돼 있는데, 수요는 증가하다보니 전세가격이 불안해질 우려가 시장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세공급 부족에 '전세난'까지 올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세 공급 물량 부족으로 전세난이 올 것 같진 않고, 전세가격이 올라서 전세난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서울의 경우 2년 동안 매매가가 2배가 올랐다. 전세가율은 당연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