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인류는 뜻하지 않은 대재앙을 맞이할 때 문화적, 기술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다. 이전에 접해본 적 없던 재앙 앞에서 초기 절망감에 사로잡히지만 이를 극복하고 다시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인류는 새로워진 자신을 발견한다. 중세 유럽의 흑사병은 2천5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신 중심 사상에서 인본주의 사상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를 제공해 르네상스의 문을 열게 되었고, 20세기초 스페인 독감은 5천만명의 사망자를 기록했지만 이로 인해 제1차 세계대전이 조기종식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반전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사회ㆍ경제적으로 코로나19으로 인해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 바이러스의 확산속도가 그 전의 신종플루, 메르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비말'(침, 콧물 등의 분비물)로 인한 감염이 주요 확산경로라고 밝혀진 상황에서 제한된 공간내에서 함께 일하고, 회의하고, 식사도 함께 하는 직장인의 근무환경은 감염확산에 매우 취약하다. 이에, 주요 대기업을 시작으로 많은 기업체들이 속속 재택근무를 선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근무형태가 강제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도 '과연 일이 될까?'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분명 지금은 비상상황이기에 재택근무는 감염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방편이다. 하지만 경제활동 역시 멈춰서는 안된다. 평소 ‘디지털 노마드’가 꿈인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지금 상황을 원격근무의 시험대로 삼아 새로운 근무형태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원격근무가 불안한 이유

사실 원격근무는 근로자에게도 불편한 부분이 많다. 사무실이라는 공간은 일을 하기 위해 특화된 공간이다. 일을 함에 있어 불편함이 없게끔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고, 사내카페, 구내식당 등의 복지시설도 있어 그야말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진 공간이다. 이런 사무실을 두고 집에서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은 상당한 불편이 예고된다. ​근로자 본인도 불안하지만, 눈앞에서 일하던 직원을 원격화해야 하는 리더의 입장에서도 '일이 안되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이다. 그러다보니 재택근무 하는동안 시간대별로 어떤 일을 했는지 적어내라는 곳도 있다. 직원들이 '차라리 사무실이 낫다'고 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 원격근무는 도저히 불가능한 것인가?

1995년 캐나다의 미디어 연구가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은 미래의 세계를 이렇게 예언했다. "미래의 사람들은 매우 빠르게 움직이면서, 전자제품을 이용하는 유목민이 될 것이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지만 어디에도 집은 없을 것이다." 무려 25년전에 예견한 것이지만 최근의 긱 이코노미, 쉐어링 서비스, 클라우딩 시스템 등이 확대되어가는 모습을 보면 전혀 불가해보이지 않는다. 공간적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도록 인프라와 문화가 구축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는 어떠한가? 원격근무에 적합한가?

 

* 이제, 원격근무로 새로운 잠재력을 증명할 때

​비록 비자발적 그리고 일시적 요구에 의해 시행하는 원격근무이지만, 우리는 이 상황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잠재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갑자기 시행하는 원격근무이니만큼 놓치지 않아야 할 몇가지 사항을 짚어본다. ​

첫째, 기본적인 수치정보와 업무매뉴얼은 상시 공유하자.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가장 기본적인 정보들을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구성원 누구나 즉각 대응이 가능해진다.

둘째, 접점 횟수를 유지해야한다. 온라인 메신저, 웹세미나 프로그램 등을 적극 활용하여 근무시간 중에는 최대한의 접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리더는 팀원들이 안 보일때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다. 사전 충분한 준비후에 시행하는 상황이 아니니만큼 상호간의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다.

셋째, 위임에 대한 리더의 전향적 태도가 필요하다. 아랫사람이 스스로 작은 의사결정도 못내리고 상시 컨펌을 받는다면 원격근무는 오히려 해악이다. 실무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을 명확히 하고 그 판단결과에 따라 상벌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리더의 역할은 팀원의 업무를 일일히 컨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목표를 제시하고, 팀원의 역량을 점검하며, 적재적소에 배치한 뒤 업무관련 수집된 대내외 정보를 적극 공유하는 것이다.

넷째, 대면&상시 피드백이 불가하니 결과물 수준에 대한 사전 합의가 필수다. 일을 하다보면 '그전보다 나은 안'을 찾느라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게 최선입니까?'라는 질문은 실무에선 매우 흔하다. 원격근무가 가치있으려면 결과물의 수준에 대해 사전에 합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전 합의 수준이 역량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하고 결과물의 퀄러티가 실적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얼마나 리스크를 안고 있었는지가 우수사원 선정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엄격한 자기관리이다. 분명히 바뀌어진 환경에 따라 업무집중력이 떨어질 것이다. 누가 보고 있지 않으니 스스로 방탕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럴 때는 우선순위별 업무스케줄을 써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내가 어떤 일을 얼마나 할지를 구체화하면서 스스로 원격근무에 맞는 업무태도를 배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