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이재웅 쏘카 대표가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제공하자는 주장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경제가 침체일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난국민소득을 50만원씩 책정해 어려운 국민들에게 지급하자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한 가운데, 다양한 가능성 타진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 이재웅 대표가 대담회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이 대표의 주장은?
이 대표는 "코로나19 감염 공포로 인한 경제위기는 심각하다"면서 "사람이 버텨야 기업이 버티고 경제가 버틴다. 재난기본소득 50만원을 지급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50만원씩 1000만명에 주면 5조, 2000만명에 주면 10조원이다. 20조원의 추경을 준비한다면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10조원이 될 것"이라면서 "지금 시기에 재난기본소득을 받는 사람들은 그 돈을 받아서 저축하지 않는다. 밥을 먹고, 일자리를 찾기 위해 출근하고, 마스크를 사고, 집세를 낸다. 버티기 위한 소비를 한다. 최저 소득이 있어야 사람이 버틴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주장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기본소득실험과 궤를 함께 한다.

기본소득정책은 실업자에게 실업수당 대신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개념이다. 재산, 노동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개별적으로 무조건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통해 국가 경제활력을 촉진시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기본소득을 보장받는 이들이 더 열정적으로 취업전선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제에서 시작한 담대한 플랜이다.

이와 관련해 각 국에서는 많은 실험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캐나다 온타리오에서는 2017년부터 빈곤층 주민 4000명에게 3년간 매달 약 120만원을 지급한 바 있으며 네달란드는 물론 아프리카 케냐에서도 미국의 시민단체 기브다이렉틀리를 중심으로 비슷한 실험이 진행됐다. 국내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물론 성남시장 시절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비슷한 실험을 한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핀란드를 거론할 수 있다. 2017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실업수당을 받던 이들 가운데 무작위로 2000명을 선정해 매달 560유로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정책을 단행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근로 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선정된 2000명의 연평균 근로 시간은 49.64시간을 기록해 기본소득을 받지 않은 이들의 49.52시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즉, 기본소득을 보장하면 적극적으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지 않고 현재의 안락한 실업상태에 만족하고 만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재웅 대표의 재난국민소득 제안은 설득력이 약해진다. 기본소득정책에 막대한 정부의 재원이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인 경제촉진효과는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소득을 보장받는 사람들의 행복도는 올라가겠으나 기회비용적 측면에서 보면 기본소득정책은 다소 냉정하지만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고, 무엇보다 경기상승효과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대승적 차원에서 기본소득실험은 일부의 행복감을 충족시키지만 대다수의 부담을 늘리며, 전체적으로 보면 득보다 실이 많다. 그런 이유로 기본소득정책에서 기인한 재난국민소득도 비슷한 파급력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여기서 관점을 달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시기적인 측면의 전격적인 선택 여부에 시선이 집중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코로나19 쇼크에 빠져있다. 소비심리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으며 삼성전자 및 LG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 제조 현장에서 확진자가 나오며 경제발전의 엔진이 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1%로 0.2%포인트 낮췄으며 무디스는 2.1%에서 1.9%로 하향하기도 했다. 최악의 위기다.

이처럼 최악의 위기가 도래했다는 특수성 때문에, 이재웅 대표의 재난기본소득은 오히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물론 취업률이 떨어지고 경제 성장률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등장한 기본소득실험도 '위기 극복'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에 비하면 그 심각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난세'라는 특수성에 기인하면 이재웅 대표가 주장한 재난기본소득은 큰 힘을 발휘할 여지가 있다.

"상상력 발휘하자"
정부의 코로나19 경제 대응을 살펴보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8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며 총 3단계 로드맵이 있음을 시사했다. 1단계는 신속한 예비비 집행, 2단계는 16조원 수준의 자금 투입, 3단계는 추가경정예산 확보다. 정부는 추후 4차, 5차 대응 방안도 발표하며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2차 대응의 16조원 투입이다. 16조원은 행정부에서 즉시 가능한 약 7조원 규모와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과의 공조를 통해 마련한 약 9조원이 더해진 재원이다. 최우선적인 방역체계 가동과 강화, 민생안정 측면에서 피해 부분에 대한 긴급지원, 지역경제의 어려움 완화, 경제 활력을 위한 내수 수출 투자가 골자인 가운데 다양한 세부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소상공인 임대료 지원 3종 세트, 소상공인 대상의 1%대 초저금리 대출 및 지역신용보증기금과 긴급경영안정자금 융자 확대다. 또 지역사랑 상품권을 3조원을 추가, 총 6조원을 발행하는 한편 온누리상품권도 5000억원을 추가 발행해 총 3조원을 발행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특별고용지원업종의 대상을 확대하고 승용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소득공제율 인상, 예정된 공적 자금의 투입이다.

이러한 대응들은 적극적인 경기부양대책이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지나치게 기계적인 접근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의 경기부양책 대부분이 '일정정도 돈을 굴릴 수 있는 사람'들을 측면지원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처럼 전염병 사태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그 보다 더 사정이 나쁜 사람들이며, 안타깝게도 이러한 사람들이 우리 경제의 소비와 생산 비중으로 볼 때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확실한 '아래에서의 위로의 경기 부양'을 통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확실한 경기부양책을 구사하려면 '일정정도 돈을 굴릴 수 있는 사람'보다 사정이 더 나쁜 사람들의 '버티는 소비'를 촉진시켜야 한다. 소비 촉진을 위하여 일자리, 휴가, 문화, 관광, 출산 등 소위 5대 쿠폰제도를 발행한다고 하루하루를 버텨야 하는 사람들이 극장을 가거나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당장 대다수의 사람들이 하루를 버틸 수 있는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아래의 온기'를 만들어 전체 경제 생태계로 번질 수 있게 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이재웅 대표의 재난기본소득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기본소득이 '퍼주기 프레임'에 쉽게 빠질 수 있는 약점이 있다면, 지금은 하루하루 버틸 수 있는 자금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재난기본소득 실험을 위한 무대는 완성된 상태다. 바로 지금 기본소득실험이라는 창의력을 발휘할 순간이다.

▲ 출처=이코노믹리뷰DB

무엇보다 경제는, 소비는 심리다. 경제의 가장 큰 적이 불경기가 아닌 불확실성이라는 격언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불확실성은 운신의 폭을 제한하며, 이는 최소한의 가능성마저 원천봉쇄하는 강력한 질병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파격적인 수준의 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더 적극적인 아래에서의 파급 효과를 추구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수석보좌관회의를 통해 언급한 "어떠한 제한도 없는 정책적 상상력"은 바로 여기에 적용될 수 있는 표현이다. 앞으로 전개될 추경 정국에서 재난기본소득을 염두에 둔 다양한 논란이 나와야 하며, 플랫폼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많은 연구를 거듭한 이재웅 대표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