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염병 주식회사 플레이 모습. 출처=엔데믹 크리에이션스 유튜브 갈무리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중국 당국이 자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판매되던 전염병 모바일 게임 ‘전염병 주식회사(Plague Inc.)’를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후 전염병을 다룬 해당 게임에 대한 다운로드 및 관심이 급증한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염병 주식회사의 개발사 엔데믹 크리에이션스는 27일(현지시각) 자사 트위터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우리는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로부터 전염병 주식회사에 불법적인 콘텐츠가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게임이 중국 앱스토어에서 삭제됐다고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엔데믹 크리에이션스는 “이건 완전히 우리의 통제를 벗어난 조치”라고 덧붙였다. 

엔데믹 크리에이션스는 “전염병 주식회사는 1억3000만명이 플레이한 1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며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유료 게임이었다”면서 “플레이어가 보건 문제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배우도록 장려하는 게임이다”고 강조했다. 전염병이라는 소재를 선정적으로 악용한 게임이 아닌 오히려 유익한 콘텐츠라는 주장이다.

이어 엔데믹 크리에이션스는 “중국 유저들에게 다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 영국의 작은 독립 게임 스튜디어로서 불리한 상황이지만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과 연락해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전염병 주식회사가 중국 앱스토어에서 삭제됐다(2). 출처=갈무리

전염병 주식회사는 영국의 제임스 본이 이끄는 인디개발사 엔데믹 크리에이션스가 2012년 출시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모바일과 더불어 PC 스팀과 콘솔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왔다.

전 세계 인류를 감염, 멸종시키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이를 위해 게임 내에서 다양한 방식의 전염병 확산 전략을 구사한다. 전염병 주식회사는 지금까지 다운로드 수 1억3000만을 넘으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전염병 주식회사는 지난 1월 이후 코로나19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며 중국 유저들의 관심을 끌었다. 센서 타워에 따르면 전염병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22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그중 9%가 올해 1월 이후 다운로드됐다. 앱스토어에서 삭제되기 전 인기 순위 상위권에 오른 상황이었다. 앱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앞서 한국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전염병 주식회사의 다운로드 수는 그 전과 비교해 27.7배 급증한 바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전염병 주식회사의 다운로드가 급증하자 “게임은 게임으로 즐겨달라”는 당부도 나왔다. 엔데믹 크리에이션스는 지난달 27일 “전염병 주식회사가 8년간 서비스되는 동안 질병이 발생하면 플레이어 수가 증가하는 걸 볼 수 있었다”면서도 “우리는 게임을 현실적이고 유익하게 만들었지만 심각한 실제 세계의 문제는 감안하지 않았다. 이는 CDC 등 다른 주요 의료 기관에 의해 인정됐다”고 전한 바 있다.

계속되는 중국의 ‘검열’

중국 당국은 게임 콘텐츠에 대한 검열과 시정 조치, 규율 엄격화 등 규제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18년엔 자국 게임을 포함한 모든 게임의 판호를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게임으로 수익을 내려면 당국의 영업허가권인 판호를 받아야한다. 판호 발급에 대한 규정은 정해져있지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표현이 많아 당국의 의중에 따라 발급 여부가 결정된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영업허가권이 장기간 나오지 않으며 자금력이 있는 유력 게임사를 제외한 많은 중소 게임사가 문을 닫았다. 자국에서 서비스가 안되기 때문에 중국 게임사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집중 공략했다. 주요 해외 시장에는 한국도 포함된다.

게임 이용에 대한 규제는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가 하면 새롭게 공개되는 판호 발급 기준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4월 발표된 판호 규정에는 게임내 피를 흘리는 묘사 금지, 게임명에 영어 포함 금지, 중국 역사·정치 등 내용을 담을 땐 사실만을 담아야하는 등 통상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규정들이 추가됐다. 포커·마작 등 웹보드 게임의 판호 발급은 전면 중단됐다.

지난해 12월에는 게임 콘텐츠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 정부는 ‘건강한 중국 2030’를 발표하며 온라인게임, 실시간 인터넷 방송 등으로 인해 생기는 중독을 주요 문제로 명시했다. 폭력성, 음란물 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7월부터는 중국 애플 앱스토어에도 판호 발급이 의무화된다. 기존에 앱스토어는 은연중 가짜 판호나 판호 없이도 게임을 서비스 할 수 있는 도피처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법의 사각지대까지 완벽하게 통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