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신경전이 극에 달하고 있다. 자율주행부터 라이드셰어링, 스마트 시티와 관련된 경쟁에 나서도 시간이 부족한 가운데 ‘택시업계와 협력한 모빌리티 혁명이냐, 자체 ICT 기술을 바탕으로 한 혁명이냐’를 두고 물고 물리는 투견들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서로의 몸통을 물어뜯으려는 투견들의 이빨은 날카롭고 번잡스럽지만, 이런 싸움이 벌어진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게 찾을 수 있다. 바로 정부의 무한하면서도 눈물겨운 택시사랑이다.

“너가 부러워, 그런데 부숴야 해”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초반 순항하던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는 탄탄한 경영 로드맵을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택시업계의 조직적인 반발로 결국 동력을 상실해 문을 닫는다. 2018년 상반기만 해도 신사업을 구상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대화 자체를 거부한 택시업계의 반발로 비전을 포기당했다는 뜻이다. 

이어 지난해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하며 국내 모빌리티 업계는 격랑속으로 빠져든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당시 투자자들로부터 수익성 제고에 대한 압박을 최고조로 받던 때였다. 그런 이유로 카카오 모빌리티는 단기적으로는 유료 호출 서비스를 출시해 수익을 내면서 장기적으로는 카풀을 ‘이동의 모든 플랫폼’에 붙여 일종의 보완재로 활용하려는 전략을 시도한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러한 시도는 택시업계의 조직적인 방해와 반발로 모두 실패한다. 특히 카카오는 카풀 반대를 외치며 소중한 목숨을 버린 택시기사들의 영정을 목도하며 고민에 빠진다. ‘과연 이렇게까지 해서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이러한 고민과 회한은 김범수 의장 차원의 결단으로 이어지고, 지난해 4월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시 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참여하도록 만든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지난해 4월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참여할 당시만 해도 전선은 깔끔하고 명확했다. 택시업계의 반발로 카풀 서비스가 사실상 사장되는 가운데, ICT 업계는 카카오 모빌리티를 ‘큰 형님이자 대변인’으로 규정했고 이에 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플랫폼 택시 로드맵이 발표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택시와의 협력만을 전제로 하는 플랫폼 택시가 국내 모빌리티 전략의 핵심으로 부각되자, ICT 기반 솔루션을 기반으로 기사+렌트카 모델의 타다는 상당한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후로는 난타전과 극적인 반등의 연속이다.

국내 ICT 업계는 택시와의 협력을 강제하는 정부의 가이드 라인에 충실히 따랐으며, 카카오 모빌리티를 비롯한 대부분의 업체들은 이와 관련된 ‘느리지만 확실한 전략’을 추구했다. 이 과정에서 박홍근 의원실이 타다 금지, 플랫폼 택지 법제화 내용을 담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표하고 검찰의 기소가 이어지며 타다는 궁지에 몰렸으나, 타다는 적극적인 여론전을 불사하며 판을 흔드는 것에 성공한다. 타다 불법성을 두고 벌어진 법적 공방에서 1심 무죄를 이끌었고, 타다는 현재 독립분할 전개 등 힘있는 반등을 보여주고 있다.

2월 임시국회...초미의 관심사

최근 법원이 타다의 불법성 논란을 두고 ‘무죄’ 판단을 내리자, 택시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25일 서울 대검찰청 앞에서 우중집회를 열어 재판부를 원색적으로 비판하는 한편, 검찰의 조속한 항소를 촉구했다. 그리고, 검찰은 마치 이에 화답하듯 당일 오후 항소를 전격 결정했다.

검찰의 항소는 타다를 둘러싼 기류가 극적으로 변하는 것을 상징한다. 당초 타다는 1심 판결을 무죄로 끌어내며 당장이라도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듯 했다. 

이런 상태에서 2월 임시국회에서 박홍근 의원실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낮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검찰이 전격 항소를 결정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타다를 둘러싼 논란은 끝나지 않은 셈이다.

타다 입장에서 검찰의 항소, 재판부의 불법 판단만큼 무서운 것이 바로 2월 임시국회에서 여객운수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것이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면 타다는 사업을 접거나, 혹은 전혀 다른 사업으로의 피봇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1심 판결이 무죄로 나며 2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게 낮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검찰의 항소에 따른 택시업계의 반발 등으로 상황은 다시 심상치않게 돌아가고 있다.

▲ 2월 임시국회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갈무리

흥미로운 점은 카카오 모빌리티의 행보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어렵게 택시업계와 협력하고 있으나 벤티 등 야심차게 준비한 서비스들이 베타 서비스에서 큰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방침과는 다르게 지름길로 가로질러버린’ 타다가 무죄를 받았으니 카카오 모빌리티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다. 타다가 무죄를 받을 줄 알았다면, 타다처럼 기사와 렌터카 기반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가동해 빠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런 이유로 카카오 모빌리티는 타다 무죄 판결이 나온 후 기사와 렌트카 중심의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말 그대로 몇몇 언론을 통해 흘렸다. 타다가 무죄라면 굳이 택시와 협력해 어렵게 모빌리티 전략을 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벤티. 출처=카카오

그러나 카카오 모빌리티의 기사+렌트카 모델 가능성 시사는, 말 그대로 ‘흘린 내용’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 27일 카카오 모빌리티를 비롯한 7개 ICT 회사들이 2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촉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여객법 개정안을 반혁신 입법으로 치부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리고 특정 서비스 금지법이라는 명칭되어 마치 규제 입법으로 표현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동 개정안은 상생 입법이고 개혁 입법이다.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과 택시업계가 서로 양보한 상생 입법이고 기존 제도의 모호함을 제거하여 모빌리티 기업이 도약하는 발판이 될 법안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국민의 이동편익 증진 법안이다.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결국 카카오 모빌리티는 기사와 렌트카로 가동되는 타다 모델을 따라갈 생각이 없었던 셈이다. 그 보다 타다 금지는 물론, 모빌리티 택시 로드맵 법제화의 의미도 가진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몽니’를 한 번 부렸을 가능성이 높다.

▲ 7개 모빌리티 기업의 성명서. 출처=갈무리

물어뜯는다

위모빌리티, 벅시, 벅시부산, 코나투스, KST모빌리티, 카카오 모빌리티, 티원모빌리티 등 7개 ICT 모빌리티 기업(엄밀히 말하면 5개)이 성명을 통해 2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 가운데 전선의 배치는 더욱 꼬여가고 있다. 큰 틀에서 택시업계와 타다의 대립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택시업계와 협력하던 ICT 모빌리티 기업들이 완전히 ‘반 타다’ 연합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물론 타다는 지난해 국토부 플랫폼 택시 로드맵이 발표된 순간부터 철저하게 고립됐지만, 그 강도와 수준이 더 강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ICT 모빌리티 기업들은 택시업계와 손을 잡으면서도 2월 임시국회서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내지 않은 바 있다. 개정안 통과를 간절히 원하지만 개정안에 타다 서비스를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공개적인 주장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월 임시국회가 4.13 총선을 앞두고 공전할 기미까지 보이자, 결국 공세적 입장으로 나오는 분위기다.

특히 기본이 택시회사인 KST모빌리티, 마카롱택시가 선봉에 섰다. 26일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개정안의 2월 임시국회 통과를 촉구한 KST모빌리티는 27일 성명에도 이름을 올려 타다에 대한 압박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타다 무죄 후 ‘우리가 너무 착하게 생각했단 말인가’를 중얼거리던 카카오 모빌리티는 짧은 찰나의 순간 몽니(기사+렌터카 진출 가능성 시사)로 타다를 순간적으로 긴장하게 만들고는, 다시 ‘우리는 여전히 택시와 함께할 것’이라고 돌아서는 흥미로운 분위기도 연출했다.

▲ 검찰의 항소를 촉구하는 택시업계. 사진=최진홍 기자

이 정신없는 사태의 원인은?

최근 타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련의 논란들을 살펴보면, 한 가지 화두가 떠오른다. 바로 ‘구제불능 택시’라는 전제다.

타다는 물론 카카오 모빌리티 등 많은 모빌리티 기업들의 반응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타다는 택시와 협력하지 않는 모델을 가동하고 있으며, 다른 기업들은 택시와 협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이 타다 서비스의 무죄를 판결하자 타다 외 모든 기업들의 반응은, 흥미롭게도 ‘부럽다’로 좁혀진다. 나아가 ‘타다 모델이 무죄면 우리가 왜 이런 고생을 하느냐’는 회의감이 감지된다.

여기서 말하는 고생은 택시업계와의 협업이다. 즉, ICT 모빌리티 기업들 모두 알고있는 셈이다. 구사업인 택시와 협력해 모빌리티 혁명을 꿈꾸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또 현실가능하지 못하다는 것을. 택시기사들은 회사에 사납금 등 착취 수준의 고통을 당하면서도 알 수 없는 공포에 모빌리티에 반대하고, 회사들은 지금까지의 기득권을 버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개인택시분야에서도 ICT 불꽃을 통한 별다른 반등 포인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택시와 손을 잡지 않은 타다가 법원 판결을 통해 온전히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자 카카오 모빌리티 등 몇몇 기업이 ‘그럼 나도...’라 중얼거린 셈이다.

다만 카카오 모빌리티가 한 때 기사와 렌터카 시장 진출을 시사했으나 다시 27일 조속한 2월 임시국회의 개정안 처리로 선회한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타다의 길은 사업적으로는 탁월한 선택이지만 정무적으로는 어려운 길이다. 택시의 오랜 지원자이자 후원자인 정부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현재 택시사랑을 외치며 4.13 총선을 앞두고 무한한 애정을 어필하는 중이다. ‘택시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나 한 줌도 되지 않는 ICT 기업들은 고려의 대상도 아니다. 이러한 획일적이고 무자비한 방식이 한 때 모빌리티 혁명으로 인한 쾌적한 ‘이동의 경험’을 꿈꾼 사업가들과 시민들을 절망시키고 있다.

여기서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발견할 수 있다. 카풀 정국 당시부터 ICT 업계는 물론 택시업계에 명확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지 못한 정부의 우유부단함. 이에 따른 지나친 택시사랑이 이 모든 사단의 원인이다. 정부는 구사업인 택시 종사자들을 신사업에 자연스럽게 동화시켜 연착륙을 끌어내는 한편 이들에 대한 다른 차원의 보상에 나섰어야 하지만, 오히려 신사업의 도래와 함께 어떻게든 구사업을 신사업의 껍데기에 우겨넣어 ‘그럴싸하게 보이는 일’에만 집중했다. 이러다 보니 목표는 오로지 ‘택시의 부활, 혹은 ICT 기업을 연료로 삼아 택시를 질주시키는 것’에만 방점이 찍혔다.

완전한 비정상이며, 잘못 꿰어진 단추다. 결국 정부는 모빌리티 혁명을 피할 수 없으니 ‘택시와의 협력’이라는 하나의 길만 제시했고, 이 과정에서 타다라는 ‘이단아’가 나타나며 모든 스텝이 꼬여버렸다. 덕분에 지금 이 순간에도 힘을 모아 자율주행차 및 라이드셰어링, 기타 스마트시티의 비전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기업들이 정부의 ‘우리 택시 때리지마 싸고돌기 신공’으로 서로를 향한 손톱 세우기에만 나서는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박홍근 의원실의 개정안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택시업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타다 금지법을 만들었다면, 차라리 플랫폼 택시 로드맵 법제화는 별도의 법안으로 조성했을 것이 나았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이는 박 의원실이 아닌 플랫폼 택시 청사진을 그린 국토부의 잘못이라는 말도 나온다. 어떤 상황이든 ‘하나의 서비스를 죽이고 그 외 하나의 방식을 인정하는 법안을 하나로 묶은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의문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