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으로 일파만파 번져가는 코로나 19는 법조계도 피할 수 없었다. 지난 21일 2주 간 특별휴정을 알린 대구·경북 지역의 법원들을 필두로 법원행정처는 24일 법원 내부 게시망인 ‘코트넷’을 통해 재판 기일을 연기·변경하는 등 휴정기에 준해 재판기일을 조정할 것을 각급 법원에 권고하였다. 법원은 통상 매년 7월 말 8월 초 ·2주 혹은 3주간의 휴가기간과 인사이동을 즈음한 2월 중하순에는 재판 기일을 지정하지 않는 관행이 있는데, 여름 휴가기간도, 인사이동 기간도 아닌 3월에 휴정을 권고한 것은 전시가 아닌 평시에서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현재 이 같은 법원행정처의 권고결정은 각급 법원이 받아들여 재판부 직권으로 기일을 변경하거나 재판부가 기일을 변경하지 않는 경우에도 변호사가 기일변경신청을 하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구속사건, 가처분 사건, 집행정지 사건 등 긴급을 요하는 재판으로서 재판을 미룰 수 없는 경우에도 법원은 통제하지 않은 출입구로만 출입을 허용하되 열 감지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비접촉 온도계로 출입자들의 체온을 측정해 출입자들의 발열여부를 체크하고 있다. 법정 내에서도 공용으로 사용되는 마이크 등을 통한 감염을 우려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변론하는 것 역시 허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교정시설 및 수사기관도 코로나 19로부터 자유롭지 않아 법무부는 23일부터는 수용자 안전을 위해 전국 교정시설에서의 일반 접견을 중단하였고, 수사에 필요한 공무상 접견 및 변호인의 교정시설 방문, 접견도 최대한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신천지 신도인 경북 북부제2교도소(청송교도소) 보안과 직원이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수용자들 중 일부도 코로나 19로 의심되어 형집행정지가 이루어져 석방되는 등의 사례도 있어 수용시설 내 전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다만, 법원과 달리 피의자 및 참고인을 소환 조사하는 것이 업무의 대부분을 이루는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은 코로나 19 사태 이전에 이미 약속된 일정을 미루기 어려워 부득이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대면조사를 이어가고 있어 수사관도, 민원인도 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사실 법조 3륜 중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은 변호사업계다. 우선 시기가 좋지 않다. 송무 업무를 기준으로 변호사업계에서의 1월과 2월은 신규로 수임되는 사건이 적어 업계에서는 춘궁기(春窮期)에 빗대어 ‘동궁기(冬窮期)’라 부르는데, 이 기간 중에는 1, 2월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 중 번 돈으로 버티면서 3월부터 신규 수임 건수가 늘어나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에는 1, 2월에 이어 3월에도 신규 사건 수임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어 당분간 영업 손실을 호소하는 변호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19 발생 이후 신규 사건 수임은 물론 법률 상담을 받기 위해 사무실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마저 뚝 끊겨 또 한 번의 보릿고개를 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법원 휴정으로 재판 일정이 미루어진 것도 변호사들에게는 악재다. 변호사의 수익은 이른바 ‘착수금’과 ‘성공보수금’으로 나눌 수 있는데, 액수의 측면에서 대개 ‘착수금’보다는 ‘성공보수금’이 높아 ‘착수금’으로는 사무실을 유지하고 ‘성공보수금’으로는 수익을 내는 것을 이상적인 수익구조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승소 판결을 받고 그 덕분에 ‘성공보수금’을 받을 수 있는 시기도 늦어져 신규 사건에 대한 ‘착수금’도, 기존 사건에 대한 ‘성공보수금’도 모두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모임이 취소되거나 미루어지면서, 모임을 통해 영업을 해 오던 상당수의 변호사들은 새로운 의뢰인과 만나고 그를 통해 사건을 수임할 기회가 줄어 장기적인 측면에서도 수입이 줄어들 것을 예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이렇듯 질병 감염의 위험이 높은 시기에는 새로운 의뢰인을 만나 대면하여 법률상담을 하는 것 자체가 꺼려진다는 변호사들도 적지 않고, 더 나아가 아예 사무실을 나가지 않고 재택 근무하는 변호사들도 늘고 있어 여느 자영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19로 인한 변호사들의 수입 감소는 당분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