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한국 경제의 심장이 침묵하고 있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 한일 경제전쟁을 거치며 한국 경제는 내외부의 무수한 도전과 위협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버텨왔으나, 올해 초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 악재로 또 한 번 기로에 섰다. 한산해진 거리만큼 소비시장은 얼어붙었고 제조업 현장에도 냉기만 가득하다.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속도전, 즉 몽골기병 전략을 통해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경제의 충격파를 덜어내기 위한 입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나아가 '경제 심장'을 깨우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 사진=임형택 기자

답은 속도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많지만, 질병관리본부의 대처 능력은 대체적으로 합격점이다. 실제로 미국 타임지는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이유는 한국의 진단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뜻하지 않게 신천지라는 돌발악재가 터졌으나 현 상황에서 일선 실무진들은 투사의 심장으로 격렬하게 싸워 최선의 효과를 끌어내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어도 '충분히 해볼만 한 싸움'이라는 자신감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성공적인 속도전이 필요하다. 정부의 추경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편 필요하다면 긴급경제명령권을 아우르는 다양한 카드를 빠르게 꺼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재양 컨슈머ICT인사이트연구소 연구원은 "방역에도 속도가 생명이고, 경제에도 속도가 생명"이라면서 "소비는 심리다. 심리적인 측면에서 소비심리를 일으키는 불꽃이 빠르게 등장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골목상권, 즉 풀뿌리 경제에 온전히 뿌려지는 효과도 필요하다. 특히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고 있는 대구 경북 지역의 경우 지역상권이 완전히 붕괴되어 '한 달을 기약할 수 없다'는 호소가 나오는 판이다. 이 지점에 집중해 '톱다운' 방식은 물론 '다운톱' 방식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책적 공조도 중요하다. 정부가 마구잡이로 퍼주기 지원만 남발한다면 경제의 심장을 깨우기는 커녕 심각한 역효과만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교한 민관합동작전이 필요하다. 정부의 예비비 및 추후 가동되는 다양한 지원정책이 큰 틀에서의 방향성을 설정하면, 민간기업의 자연스러운 회복이 벌어지는 선순환 작업이 필요하다. 다행히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대구 경북 지역의 사업보고서 제출 지연에 따른 제재를 면제할 방침을 세웠고, 국세청은 대구 및 청도 지역의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자 법인세 납부를 직권으로 늦춰주는 방침을 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지 기업은 물론 주요 대기업의 적극적인 행보가 벌어진다면 침묵에 빠진 경제 심장은 되살아날 수 있다.

코로나 포비아서 벗어나야
14세기 중반 중세 유럽을 깨운 것은 흑사병의 창궐이다. 감염병 대유행을 뜻하는 판데믹이라는 단어를 처음 탄생시킨 흑사병은 당시 유럽 인구의 30% 이상을 죽게 만들었고, 세상은 말 그대로 지옥이 됐다.

흑사병은 인류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으나 유럽인들이 맹목적인 신에 대한 복종을 떨쳐내고 찬란한 르네상스로 나아가는 발판도 되어 주었다.

실제로 흑사병 유행 당시에는 허브로 내과 치료를 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카톨릭 사제들이 대중의 큰 신망을 얻던 때였다. 그런 이유로 흑사병을 두려워한 사람들은 사제들에게 달려가 열심히 기도를 올렸으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이내 교회에서 축복의 치료를 내리기는 커녕 사제들까지 죽어나가는 장면을 목도하자 '깨어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이성의 시대가 열렸고 인간의 시대가 시작됐다. 흑사병이 끝나갈 무렵인 15세기에 들어서면 유럽 각국은 고유의 방역 시스템과 수상한 여행객을 통제하기 위한 여행증명서를 발급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21세기 대한민국에도 혹독한 코로나19로 인한 시련이 이어지고 있으나 지금의 고통을 잊지말고 되새기며, 한 발 더 나아가려는 의지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소비도 심리고 경제도 심리다.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한 신속한 속도전과 더불어 새로운 르네상스를 열기 위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코로나 포비아에서 벗어나야 한다. 박정후 경영 컨설턴트는 "경제는 심리적인 측면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합리적인 판단과 정책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마련해야 하며, 이는 결국 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