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헤이 카카오, 오늘 날씨에 어울리는 노래 틀어줘” 우리의 일상 모습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의 발전으로 크게 바뀌고 있다.

글로벌 AI 시장은 2018년 95억달러에서 연평균 43.4% 고성장해 2024년에는 944억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구글, 아마존, 애플,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은 음성인식, 영상인식, 자율주행차 등 AI기술이 접목된 서비스를 주도하기 위해 그리고 AI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와 인재확보에 힘쓰고 있다.

이렇게 각국이 AI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AI는 그 어떤 기술보다 강력한 혁신과 성장의 발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까지 가능한 AI는 IT뿐 아니라 의료, 금융, 교육, 건설, 유통, 보안 등 모든 산업에 적용돼 기존과 차원이 다른 스마트한 서비스를 가능케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특히 전 세계 AI 플랫폼시장의 90%를 양분하고 있는 구글과 아마존은 AI기술을 다양한 영역에 접목시키며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업역 제한 없는 AI 기술개발, 구글


구글은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와 대화까지 가능한 AI 비서 듀플렉스, 자율주행차 ‘웨이모’, 자율주행 배송로봇 ‘북봇’, 사용자 맞춤형 추천정보를 제공하는 구글맵 등 업역 제한 없는 AI 기술을 꾸준히 개발‧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헬스케어 부문에서도 독보적인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구글은 올해 AI를 활용한 헬스케어 사업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구글의 AI 시스템은 유방암을 방사선 전문의보다 더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헬스 연구팀이 미국과 영국 여성 각각 1만5000명, 7만6000명의 유방 촬영 사진을 사용해 훈련시킨 구글 AI 시스템은 암 진단에 탁월할 뿐만 아니라 진단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오류를 줄였다.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DeepMind)팀은 지난해 8월 신장관련 질환을 찾아내는 AI 시스템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딥마인드의 알고리즘은 최대 48시간 전에 급성 신장 질환을 미리 경고했으며 90%에 가까운 정확도를 보였다.

딥마인드팀은 또한 AI 진단이 빠르게 의료진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모바일 의료 보조 프로그램인 스트림스(Streams)의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다만 구글의 헬스케어 AI 알고리즘은 각국의 의료 데이터 관련 규제로 실제 보급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AI를 활용한 공익 프로젝트도 투자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2018년 AI를 이용해 사회적 선(善)을 실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공모했고, 전 세계 119개국에서 제안된 2602건 중 20건을 선정해 2500만달러의 자금과 150명 이상의 전문가 멘토 등을 지원했다.

전 세계 인터넷상의 가짜 뉴스에 맞서 팩트체크(사실관계 확인)를 하는 영국의 '풀팩트',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연언어 처리로 응급구조나 도움을 요청하는 문자를 보낸 사람과 이들에게 적합한 상담자를 신속히 연결해주는 '크라이시스 텍스트 라인', 저소득층 학생들의 글쓰기를 감수하고 더 좋은 글쓰기 방향을 제시하는 '퀼.org', 유럽에서 난민들에게 보유한 기술에 따라 적절한 직업을 추천해주는 '스킬랩 B.V', 이미지 인식 기술로 해충에 대처하고 농작물 수확을 개선하는 '와드와니 AI', 우림 지역에서 불법 벌채를 막고 산림의 건강을 유지하는 '레인포레스트 커넥션' 등이 선정돼 개발됐다.

한편 구글은 AI 전용 칩의 성능을 개선시키기 위해 AI를 도입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구글의 AI 연구책임자인 제프 딘이 공개한 연구내용에 따르면 AI를 칩 설계에 적용시킨 결과 24시간 만에 6~7명의 연구원이 일주일간 연구한 설계보다 더 나은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AI를 활용해 AI칩을 설계하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다”면서 “AI칩 개발에 AI를 도입하는 구글의 시도는 보다 규모가 크고 효율적인 기계학습 프로젝트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소비의 지평을 열다, 아마존


미국의 온라인쇼핑 업체 아마존은 고객의 소비 행위에 대한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사업의 전 영역에 활용하고 있다. 수집된 데이터가 고객이 관심을 가질 법한 아이템을 추천하고 필요한 항목을 미리 예측하는 데 AI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아마존이 운영하는 무인(無人)매장 ‘아마존 고(Go)’와 ‘아마존 고 글로서리(Amazon Go Grocery)’는 이미지 센서를 이용한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 센서 융합기술, 가상의 쇼핑 카트, 전자 영수증, 간편 결제 기술 등 AI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여러 기술이 망라돼 있다.

유통혁명을 이끌고 있는 아마존은 앞으로 결제업계의 지각변동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AI 비서 알렉사를 활용한 경제권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전까지는 챗봇 스피커 등 가전기기에 집중했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무선 이어폰, 안경, 시계, 심지어 반지 등 웨어러블 기기까지 진출하고 있다.

더 나아가 지난해 1월 아마존은 고객의 신용카드 정보를 연동해 손바닥 인식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핸드페이 단말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이를 위해 이미 카드사 비자와 단말기 거래 시범 테스트를 실시 중이며 마스터카드와도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생체인증을 고객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마존은 자동차 업체와 협력해 모빌리티 사업에도 공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아마존은 도요타, BMW, 포드, GM 등 자동차 메이커들과 잇달아 제휴를 맺고 차 안에서도 알렉사로 집에 있는 가전기기를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세계 최대 '서비스로서의 인공지능(AIaaS)' 공급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우10 음성비서 코타나(Cortana), 음성‧영상통화메신저 스카이프(Skype), 검색엔진 빙(Bing), 오피스365를 포함한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지능형 기능을 통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AI를 장착한 카메라를 개발해 멸종위기에서 야생동물을 구하는데 활용하고 있으며, MS의 포러스 헬스는 저소득국가 환자들이 저렴한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AI 기술을 접목해 안구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한 휴대용 장치를 설계 중에 있다.


#애플


AI 기술을 활용해 음성비서 시리(Siri)와 안면인식 기능인 페이스 ID를 상용화한 애플은 AI 기업 엑스노(Xnor.ai)를 2억달러(약 2315억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사람과 동물, 물건을 감별하는 AI 센서를 보유하게 된 애플은 스마트 폰, 스마트 워치 외 자율주행차 관련 스마트기기에 활용되는 이미지‧자연어 인식률 기술을 고도화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드라이브.ai(자율주행시스템), 실크랩스(개인정보보호), 풀스트링(음성인식), 투리(머신러닝) 등의 AI 스타트업 인수로 자율주행과 AI 부문 기술 확보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스북은 뉴스피드에 올라오는 수많은 데이터에 구조를 추가하는 데 AI를 이용한다. 페이스북의 텍스트 이해 엔진인 딥텍스트(DeepText)는 사용자가 1초마다 게시하는 수천 개의 다국어 게시물의 내용과 정서적 감정을 자동으로 이해하고 해석한다. 딥페이스(DeepFace)는 사용자가 소셜 플랫폼에 공유되는 사진에서 자동으로 ‘나’를 식별할 수 있고 리벤지 포르노 사이트에 게시되는 이미지를 자동으로 포착하여 삭제하는 데에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다.


#테슬라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는 자동조종장치(Autopilot), 스마트 호출(Smart Summon) 등 IoT·AI 기술을 적용한 자율주행 전기차를 생산하며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10월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트업 딥스케일(DeepScale)을 인수하면서 저전력 프로세서를 사용한 컴퓨터 비전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딥스케일의 프로세서는 센서, 맵핑, 계획 제어 시스템으로 작동하며 자동차가 주변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시켰다.


#AI 반도체 강자,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모든 데이터센터, AI 가전제품 등에 들어가는 시스템 반도체를 중심으로 AI 기술력 고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AI용 반도체 시장규모가 지난해 428억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500억달러를 돌파하고, 2022년엔 10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월 133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뉴로모픽 칩(Neuromorphic chip)과 흡사한 신경망처리장치(Neural Processing Unit, NPU) 칩 개발을 올해 목표로 내세웠다. 뉴로모픽은 사람의 뇌 구조처럼 하나의 제품에서 데이터 저장과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고, 더 나아가 사람과 유사한 상황 판단 능력까지 갖춘 반도체 칩이다.

NPU를 적용한 스마트폰용 모바일 칩셋과 차량용 첨단운전보조 시스템(ADAS) 같은 SoC(시스템온칩)를 적극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연구 인력을 현재의 10배 이상인 2000여명까지 늘릴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말 ‘갤럭시 홈 미니’를 출시하면서 멀티 사물인터넷(IoT) 허브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스피커가 기존 가전 음성 인식에 방점을 뒀다면 멀티 IoT 허브 전략은 새롭게 출시할 TV, 냉장고 등 가전기기 역시 AI 스피커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독자적 IoT 허브가 되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IoT 허브 구축은 아마존‧구글이 이미 4~5년 전부터 선점한 AI 스피커 시장에 차별화 전략인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아마존(28.3%) 구글(24.9%) 바이두(10.6%) 알리바바(9.8%) 샤오미(8.4%) 애플(4.7%) 등이 AI 스피커 시장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투톱' 아마존과 구글의 점유율이 절반을 넘는다.

다만 IoT 사업을 뒷받침할 AI 소프트웨어 빅스비의 경쟁력이 고민거리다. 빅스비는 전반적 인지도가 낮은 데다 언어 인식 등에서 오류가 잦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생활밀착형 AI 기술, 네이버‧카카오


네이버와 카카오는 AI를 탑재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와 테크핀을 주요 사업으로 내걸었다.

카카오는 AI 기반 각종 플랫폼과 솔루션을 개발하는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지난해 12월 공식 출범시키며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형플랫폼(PaaS), SaaS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자동차와 주택 등 건설 산업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는 AI 플랫폼 카카오i(카카오미니)를 쇼핑플랫폼 카카오커머스, 이동플랫폼 카카오모빌리티. 펀딩플랫폼 카카오메이커스, 광고플랫폼 톡 비즈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이러한 연계를 통해 기업형 IT 시장의 혁신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카카오의 AI 기술 연구개발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은 메타러닝, 영상, 음성, 자연어처리, 클라우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공지능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와 협업해 딥러닝 기반 음성합성 기술을 카카오 i의 뉴스읽기 서비스에 적용한 바 있다.

네이버도 AI 산업의 영토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12월 일본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자회사 Z홀딩스와의 통합을 발표하면서 ‘세계를 리드하는 AI 테크 컴퍼니’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이 통합법인은 이를 위해 매년 1000억엔(약 1조700억원)을 AI분야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의 일본 메신저 플랫폼 라인은 올해 1월부터 AI 기술을 활용한 B2B 사업인 라인 브레인을 시작했다. 이는 AI 기술을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의 클라우드에 올려 SaaS 서비스 형태로 챗봇과 OCR(스마트카메라에 이용되는 이미지 인식 기술)를 판매하는 사업이다.

NBP는 지난해 6월 클라우드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개발사 데스케라(Deskera)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데스케라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소프트웨어 시장점유율 1위 기업으로 기업 고객의 수만 약 2만여 곳에 달한다. NBP는 글로벌센터를 활용해 데스케라와 동남아 SaaS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간편결제 서비스를 바탕으로 금융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 증권, 보험 등으로 그 영역을 넓히며 테크핀 기업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테크핀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가 주도적으로 IT 기술을 도입해 서비스를 제공한 핀테크와 달리 IT 기업이 앞장서 금융 서비스를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AI, 빅데이터 등 IT 기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월 1000만 명이 넘는 결제자 수를 확보하고 있는 네이버페이를 네이버파이낸셜로 분사했다.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 네이버통장을 시작으로 신용카드 추천, 증권, 대출, 보험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종합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다.

카카오의 경우 자회사 카카오페이가 지난 2월 6일 300억원 규모의 바로투자증권 지분 60%을 인수해 카카오페이증권을 출범시켰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를 결합해 더욱 강력한 생활밀착형 테크핀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