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의 기세가 심상치않은 가운데 국내 경제계에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태로는 한 달을 기약할 수 없다는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속전속결 전략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필사적인 대책과 민관합동작전의 노력도 다가오는 파도를 견디기에는 불안요소가 많다는 평가다.

"모든 수단 총동원"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진화를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월 26일 대구시청에서 첫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어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모든 자원과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면서 "정부는 4주 이내에 대구시를 안정적 상황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고강도 방역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월 25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를 열어 "문제는 시간과 속도다. 이번 주 안으로 확진자 증가세에 뚜렷한 변곡점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금주가 코로나19 방역의 분수령이며, 말 그대로 총력전을 벌이겠다는 의지다.

정부는 신속한 예비비 투입에 이어 추가경정예산 편성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 추경이 늦어지면 긴급재정명령권이라도 발동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가운데, 국회도 일단 속도전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지난 2월 26일 본회의를 열어 코로나 3법(검역법·의료법·감염병 예방·관리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한편 특위 구성도 완료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3법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직접 검역감염병이 유행하거나 유행할 우려가 있는 지역민이나 경유자가 국내 입국을 할 때 입국금지·정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며 의료기관이 보건의료 관계법령 위반 사실이 있는 경우 행정처분을 감경·면제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또 감염병 환자 발생 또는 발생 우려가 있을 때 감염취약계층에 무상으로 마스크를 지급하는 내용도 담았다.

국회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도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재석 228인 중 찬성 228인으로 안건을 가결시켰으며 위원장에는 김진표 4선 의원이 임명됐다. 특위 구성원은 총 18명이며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과 감염병 관리 대책 방안을 논의한다. 김진표 위원장을 비롯해 여당에서는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로, 특위에서는 여당 간사를 맡은 기동민 의원을 비롯해 김상희, 홍의락, 조승래, 심기준, 박정, 김영호, 허윤정 의원 등 총 9명이 활동한다.

여기에 국세청은 대구 및 청도 지역 기업에 대한 세정혜택도 시작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9년 12월 결산 영리법인과 수익사업을 영위하는 비영리법인, 국내 원천소득이 있는 외국법인은 3월 31일까지 법인세를 신고·납부해야 하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해당 지역 기업들에게 신고기한을 오는 5월 4일까지로 연장한다.

추가적인 지원도 단행된다. 국세청은 코로나19 사태가 심해짐에 따라 대구 및 청도 지역의 법인에 대한 추가적인 세정지원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지난 2월 25일 마스크 제조 업체 41곳과 최근 마스크를 대량 매입한 온·오프라인 유통 업체 222곳 등 총 263곳을 점검한다고 밝힌 상태다. 폭리를 취하는 마스크 유통업체를 적발해 시장 질서를 잡는다는 의지다. 여기에 정부는 마스크 제조 물량 중 10%만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고, 지난 2월 27일부터는 우체국에서 하루 기준 500만 개의 마스크를 공급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행은 27일 기준금리 1.25%를 동결, 상황을 더 살펴보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출렁이고 있으나 금리인하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 사진=임형택 기자

민간기업도 나선다
정부의 전격적인 지원에 더해 민간기업의 발 빠른 행보도 눈길을 끈다.

삼성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의료용품과 생필품 등을 포함해 총 300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2월 13일 위축된 국내경기 활성화를 위해 300억원 규모의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해 협력사에 지급하기로 결정한 후 또 한 번 지원책을 발표한 셈이다.

협력사를 위한 정책도 나왔다.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물품 대금 1조6000억원을 조기에 지급하는 등 총 2조6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민의 성원으로 성장한 삼성은 지금과 같은 때에 마땅히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해야 한다"면서 "이번 일로 고통 받거나 위기 극복에 헌신하시는 분들을 위해 미력하나마 모든 노력을 다하자"고 말했다.

현대차그룹도 코로나19의 사전 방역과 조속한 피해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성금 50억원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탁한다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이번 성금을 바탕으로 전국 의료진의 의료 활동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지원책이 전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SK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SV위원회가 코로나19 관련 긴급 회의를 열어 50억원과 4억원 상당의 현물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경북 구미에 위치한 SK실트론은 대구 경북 지역을 위해 마스크 10만 장과 손 세정제 2만5000개 등 4억원 상당의 현물을 지원키로 했다는 설명이다.

LG도 5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하는 한편 LG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에 있는 협력사가 국내로 돌아오거나 국내 생산을 확대할 경우 생산성 향상을 위해 컨설팅, 무이자 자금 등을 지원하고 구매 물량을 보장키로 했다. 이 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긴급 지원금을 마련하거나 물품 기부를 통해 코로나19 총력전에 힘을 더하고 있다.

▲ 사진=임형택 기자

경고등 들어왔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으나, 당분간 국내 경제계는 막대한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26일 발표한 '2020년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2월 모든 산업의 업황 BIS는 하락일변도다. 2월 BIS가 65를 기록해 1월과 비교해 무려 10포인트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2월 제조업 업황 BSI는 65를 기록해 1월 대비 11포인트 하락했고 전자·영상·통신장비와 자동차도 1월과 비교해 18포인트나 하락했다.

2월 비제조업 업황 BSI도 9포인트 하락한 64를 기록해 크게 주춤거렸다. 특히 유통업계는 사실상 폭격을 맞은 분위기다. 최근 대형마트의 어려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소비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몰렸다. 나아가 여행업계의 경우 지난해 한일 경제전쟁 여파에서도 벗어나지 못한 상태기 때문에,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소비심리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당장 소비자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최저점에서 오름세로 돌아선 소비지출 전망지수가 2월 크게 떨어졌다. 실제로 비지출을 향후 6개월간 '늘릴것'인지, '줄일것'인지를 물어 '소비지출 전망지수'를 산출한 결과, 2월 2주 기준 88.8(중립100.0)을 기록해 1월의 90.6보다 1.8p 하락했다.

▲ 출처=이코노믹리뷰DB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각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최초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생했을 당시, 국내 기업들의 걱정은 중국의 제조거점 가동률이었다. 코로나19 창궐로 삼성전자 및 LG전자, SK화학 등 국내 기업의 중국 공장 가동률이 떨어졌고 이 과정에서 부품 수급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자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당장 국내 사업장과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즉각 대비하고 있다. 일단 코로나19의 직접적인 감염을 우려해 재택근무를 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삼성과 LG, SK 및 현대차는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해 통신3사 대부분 확진자가 나오면 사업장을 폐쇄하고, 직원들 재택근무를 독려하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하면 사업장에 입장할 수 없도록 하며, 통근버스도 탑승할 수 없는 곳이 많다.

▲ 사진=임형택 기자

그러나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심해지며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 특히 LCC(저가항공사)의 경우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가 지난 2월 17일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대응 항공분야 긴급 지원 대책’을 발표했으나 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실제로 이스타항공의 경우 임직원 2월 급여를 40%만 제공하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 상태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사내 게시판에 "임직원 여러분의 이해와 동참을 요청드린다"며 "정부의 긴급 지원 및 금융기관을 통한 지원 등의 여러 자구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지금의 긴급한 상황을 해소하기에는 시간과 여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회사는 긴급 노선 조정과 운항 축소를 비롯해 임금 삭감, 무급휴직, 단축근무 등 자체 노력과 함께, 정부와 항공산업계와도 적극 협조해 지금의 위기 극복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서울은 전 임원이 일괄 사직하는 배수의 진을 쳤다. 급여도 전부 반납했으며 전 직원 대상으로 3월 이후 1개월 이상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는 분위기다. 에어부산도 대표이사 이하 모든 임원들이 사표를 제출하고 급여 일부를 반납했다. 이러한 항공업계의 공포는 LCC를 넘어 국적 항공사에도 넘실거린다. 아시아나항공도 최근 대표이사 및 임직원 전원이 사표를 내며 위기극복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중공업도 비상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월 18일 사업 및 재무 현황에 맞춰 조직을 재편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명예퇴직을 시행한다고 밝혔으며 이미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LG디스플레이는 아예 사무직까지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금융업계도 추가 구조조정 이야기가 회자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