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당초 예정된 국·내외 패션업계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국내 최대 패션행사인 서울패션위크(SFW)까지 취소되면서 전문가들은 패션업계 침체는 물론, S/S(봄·여름) 시즌 마케팅 활동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개최 예정이던 ‘2020 F/W 서울패션위크’가 결국 취소됐다. 서울패션위크는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디자인재단이 주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패션 행사다. 해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바이어 및 패션 관계자, 일반 시민까지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대규모 행사 중 하나였다. 더욱이 올해는 20주년을 맞아 국내 신진 디자이너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었다.
본래 서울디자인재단 측은 쇼 참가비 마지막 날인 지난 20일만 해도 외부 행사를 최대한 제한해 안전히 행사를 치를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3일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을 심각 단계로 격상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주최 측과 디자이너들의 의견에 따라 취소를 결정한 것이다.
서울패션위크 관계자는 “서울패션위크 본 쇼에 참석하기로 한 디자이너 36개 브랜드 중 30% 이상이 자진 철회 의사를 24일 오전 중 밝혀 왔다”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국내 관객들뿐 아니라 해외 바이어들 역시 입국이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해 무리한 강행보다 안전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다음 달 4~6일 예정됐던 패션비즈니스 전문 전시회 ‘대구패션페어(DFF2020)’도 취소됐다. DDF2020 관계자에 따르면 세계 전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비상상황인 것을 감지해 참가업체와 참관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DFF2020은 국·내외 영향력 있는 바이어를 초청해 다양한 유통망 진출 및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는 전시회다. 그간 수많은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다양한 경로의 수주기회 제공 하고 우수브랜드 육성 컨텐츠로 기회를 창출해왔다. 올해로 15회를 맞으며 160개사가 참여할 계획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동 개최하는 패션 코드도 취소됐다. 패션 코드는 국내외 바이어 패션 관계자 80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아시아 대표 디자이너 브랜드 마켓이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글로벌 패션 브랜드 행사도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3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릴 계획이었던 ‘2020 F/W 상하이패션위크’가 연기됐다. 상하이패션위크는 중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패션 행사다. 또한 3월 25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차이나 패션위크’도 무기한 연기됐다.
앞서 지난 4일 이탈리아 국립패션협회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이달 18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간 열릴 예정이었던 ‘2020 F/W 밀라노 패션위크’에 중국 바이어와 기자들의 참석을 취소했다. 대신 중국 관계자들이 패션쇼나 주요 행사 등을 볼 수 있도록 웹 서비스를 제공했다. 밀라노 패션위크는 파리‧뉴욕·런던과 더불어 세계 4대 패션 행사 중 하나로 꼽힌다.
샤넬은 5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19/20 공방 컬렉션’ 패션쇼를 연기했다. 프라다도 5월 21일 일본에서 열릴 예정이던 리조트 컬렉션 패션쇼를 무기한 연기했다.
패션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올 1분기는 물론 올해 전체 실적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지난겨울 예상보다 따듯한 날씨로 겨울 장사가 부진했기 때문에 업계는 올해 봄 장사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대다수 브랜드는 신제품 출시 준비와 함께 소비자 행사도 동시에 준비 중이었다.
또한 올해 초 만해도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커지면서 행사의 핵심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중국 바이어들의 대거 유입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진 브랜드를 발굴하고 유통할 수 있는 전시회, 패션쇼가 모두 취소되면서 이마저도 현재로선 물 건너간 상황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패션 브랜드가 2020 S/S 시즌을 맞아 대형 프로모션을 계획하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코로나 때문에 해외 유명 바이어들의 참석이 불가능해지면서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자 디자이너들과 브랜드의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업계 큰손으로 소문난 중국 바이어들의 불참이 큰 타격을 입힌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유럽과 미주 바이어를 공략할 수 있는 또 다른 전략을 세우는 것이 앞으로 업계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