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명언 중 이런 말이 있다. ‘지진으로 사람이 죽는다기 보다는, 지진으로 무너진 빌딩 때문에 사람이 죽는다.’ 최근 코로나 19 위기를 보면 그 말이 이해 된다. 현재까지 밝혀진 1천여 확진자로 인한 피해를 넘어, 멀쩡하게 살아가던 경제주체인 자영업자와 기업들의 어려움으로 인한 국민피해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감염병 위기관리에 있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큰 목적은 ‘국민의 패닉을 방지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현재도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하는 위기관리 기관 창구들은 끊임 없이 국민들에게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관리 계획을 커뮤니케이션 하려 노력한다. 이전과는 달리 정부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그 목적을 충실하게 다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으로 보인다.

정부는 위기 시 ‘문제의 해결자(problem solver)가 되어야지, 문제(problem) 그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듯 하다. 일부 정치권이나 언론도 그에 따라 위기 시에는 말과 행동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스스로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어떤 생각으로 현재 같은 국가적 재난을 이겨낼 수 있을까? 위기 극복을 위한 슬기로운 생활법은 무엇일까?

 

첫째, 스마트폰과 알람은 잠시 꺼두자

요즘 같아서는 속보를 보지 않으면 불안하다. 어디에서 누가 얼마나 확진 판정을 받았는지를 알리는 뉴스 알람이 마치 올림픽 메달이나 월드컵 득점 뉴스처럼 여기저기 실시간 공유된다. 스마트폰을 통한 여러 속보들이 지인 사이에서 반복 회자되고 공유된다. 온라인 뉴스 화면이나 실제 뉴스 지면을 보아도 온통 코로나 19 이야기뿐이다. 기자들도 이미 다른 분야 취재는 포기한지 오래니 다른 뉴스들이 들어갈 가능성도 없다. 말 그대로 패닉이고 열병(fever)이다. 코로나 19로 인한 열병이 아니라 뉴스로 인한 열병이라는 것이 문제다. 스마트폰과 알람을 잠시만 멀리하자. 정보 창구는 질병관리본부 하나라도 충분하다.

 

둘째, 오물통은 가까이 할 것이 아니라 피해야 하는 대상이다

길 가다가 냄새 나는 오물통에 코를 박고 있는 사람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드나. 역겨울 것이다. 그 사람의 정신상태를 의심하거나, 이상한 취향의 변태로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는 그 사람에게 가능한 멀리 떨어지려고 뒷걸음질 할 것이다. 이게 사람의 본능이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 19 위기를 바라보는 우리는 어떤가? 어떻게 그딴 상상이 가능한지가 오히려 궁금해지는 냄새 나는 음모론에 코를 박고 있지는 않은가. 궁금함에 궁금함만 더하는 괴상한 뉴스에 눈을 파묻고 있지 않은가. 그 오물을 씹어 삼키며 다른 사람들에게 다시 토해내는 지인들을 만나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오물로부터 뒷걸음질 치는 정상적 본능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나? 위기 상황 일수록 오물은 매력적인 정보처럼 보여진다. 정신 차리자. 오물은 오물일 뿐이다. 거리를 두고 피해가야 할 대상이다.

 

셋째,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것은 일단 거르자

위기 시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정보는 거르는 것이 사후 판단해 보면 이득인 경우가 흔하다. 그 정보가 일부 또는 상당부분 현실에 기반하고 있다 해도, 향후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생존 노력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정보에 주목하고 걱정 하는 시간에 어떻게 현 상황을 더 잘 극복할 수 있을까에 집중하는 것이 보다 상책이다. 현재 같은 국가 재난 시 정부의 공식 창구 바깥에서 부유하는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정보들은 걸러도 된다. 마치 자신만 그런 정보를 아는 듯 여기 저기 떠드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는 더 위험한 바이러스다. 스스로 바이러스가 되려 하지 말자. 코로나 19만 바이러스가 아니다.

 

넷째, 자신이 운전사인지 승객인지를 확인하자

어떤 위기관리도 운전사가 많으면 그 위기관리 버스는 절벽으로 떨어진다. 정부기관이 튼튼하게 운전대를 잡고 앞을 잘 바라보고만 있다면 일단 그 운전사에게 맡기는 것이 낫다. 그 운전사의 눈을 가리고, 손목을 쥐어 비틀고, 안 다리를 걸어 가속페달을 더 세게 누르게 하는 짓은 누구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 없다. (물론 그 차를 세워 운전사를 내 치고, 자신이 운전사가 되고 싶은 일부는 있겠다.) 현재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내 자신이 운전사인지 승객인지 정확하게 판단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물론 운전사의 운전이 거칠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사후 평가는 버스가 안전하게 종착지에 도착하고 나서 해도 된다. 5천만 승객이 운전대를 서로 부여 잡고 달리는 시속 150km의 버스를 상상해 보자. 모골이 송연 해 지지 않나.

 

다섯째, 하려면 정말 제대로 각자도생하자

위기 시 우리에게는 ‘각자도생’ 개념이 부정적이거나 한심한 것으로 폄하되고는 하는데. 사실 국민의 제대로 된 각자도생 노력 없는 국가적 위기관리는 성공할 수 없다. 이번 코로나 19 상황을 보아도 그렇다. 현재 같은 대규모 감염상황이 발생한 원인 중 하나는 각자가 정확한 각자도생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에서 계속 커뮤니케이션 하는 안전 수칙을 보자. 대부분 수칙이 국민의 제대로 된 각자도생을 가이드 하고 있다. 마스크를 하고, 손을 씻고, 사람들이 많은 장소를 피하고 하는 모든 것들이 국민을 위한 안전한 각자도생 방안이다. 그런 의미에서 각자도생은 절대 비웃어야 하는 개념이 아니다. 우리 각자가 제대로만 각자도생 하면 위기는 관리된다. 제대로 하지 못하니 문제일 뿐.

 

여섯째, 혹시나 무너질 수 있는 빌딩을 바라보자

지진으로만 사람이 죽지는 않는다 했다. 문제는 우리 머리 위에서 흔들리는 수 많은 빌딩들이다. 집 주변과 회사 주변 식당과 상점들을 들여다 보자. 자영업이나 기업을 경영하는 친인척과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 상황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겠느냐 물어보자. 코로나 19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확진자가 아닌 대부분 국민들은 그 심각한 이야기에 귀를 더 기울이고 그 위기관리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지진은 일정기간이면 사라지지만, 그로 인해 무너져버린 빌딩과 소중한 건축물들은 오래 남는다. 주변에 흔들리는 것들을 잡아서 함께 세워 놓아야 하는 것이 현재 시점에서 국민들이 관심 두어야 하는 위기관리다.

 

일곱째, 말은 줄이고 행동은 늘리자

이 글을 쓰는 것도 위기 시 말을 줄이자는 취지에는 어긋나는 행동이다. 자, 말을 줄인다. 스마트폰이나 알람 끄자. 냄새 나는 오물통은 피하고 극단적인 부정 정보는 걸러 보자. 일단 버스에 올랐으니 운전은 운전사에게 맡기고 승객으로 각자도생을 제대로 실천하자. 그리고, 많이 팔아주고, 먹어주고, 사주며 주변 사람들을 더 많이 격려해 주자. 그 뿐이다. 이렇게 말을 줄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