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월트디즈니컴퍼니를 15년간 이끌었던 전설의 CEO, 밥 아이거가 물러난다. 2021년까지 회장직을 유지하지만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며 후임에는 디즈니파크를 이끌던 밥 치페크가 맡는다는 설명이다.

밥 아이거는 디즈니의 6번째 CEO로 활동하며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호령했던 인물이다. 그의 퇴장에 따라 디즈니는 물론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도 새로운 시대가 펼쳐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디즈니의 이번 결단이 애플의 고 스티브 잡스, 팀쿡 체제로의 변화와 비슷하다고 본다.

혁신의 CEO, 밥 아이거
CNBC 등 외신은 25일(현지시간) 밥 아이거가 디즈니의 CEO에서 물러난다고 보도했다. 밥 아이거는 "지금이 새로운 디즈니가 필요한 순간"이라면서 "후임 CEO에게 자리를 물려줄 적기"라고 퇴임 배경을 설명했다. 몇 차례 은퇴를 시도했으나 적당한 후임자를 찾지 못한 가운데,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디즈니의 시대를 열 때가 됐다는 판단이다.

밥 아이거는 2000년대를 대표하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거인이다. 애플의 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가 이사회에서 물러났을 당시 그와 함께 픽사 신화를 썼으며, 2009년 마블 인수에 이어 2018년에는 폭스그룹 인수합병을 이끌어낸 전설적인 CEO다.

그는 100년 디즈니 역사를 연성적이고 변화무쌍한 혁신의 장으로 변신시켰으며 최근까지 디즈니 플러스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했다.

디즈니의 미래는?
후임자인 밥 치페크는 1993년 디즈니에 입사해 파크 및 리조트 등 사업부를 거쳐 2015년부터 파크앤리조트 사업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디즈니 사업부 중 매출이 두 번째로 큰 곳이며, 그의 등판으로 디즈니의 DNA도 일부 바뀔 것으로 보인다.

밥 아이거가 탄탄한 전략을 통해 디즈니의 혁신을 이끌고, 커다란 인수합병을 통해 IP 기반의 사업모델을 구축했다면 밥 치페크는 수익성에 방점을 찍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가능성이 높다. 밥 치페크는 최근 디즈니가 역점을 두고 있는 IP 기반의 사업매출에 집중한 인물이 아닌, 말 그대로 테마파크 및 상품 판매 등에서 두각을 보였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디즈니의 이번 새로운 CEO 선임은, 밥 아이거가 펼친 혁신의 토대 위에서 밥 치페크가 확실한 매출을 일으키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말이 나온다.

밥 아이거의 우군이자 친구였던 고 스티브 잡스가 몸 담았던 애플의 상황과 비슷하다. 

실제로 애플은 고 스티브 잡스의 '마법'을 바탕으로 혁신을 일으켰고, 그의 뒤를 이어 등판한 인물은 안정을 중시하는 공급망 전문가인 팀 쿡이 됐다. 일각에서 많은 우려가 나온 이유다. 그러나 팀 쿡은 잡스와 달리 파격적인 혁신을 보여주지는 못했으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었고, 그 결과 현재 애플의 시가총액은 잡스 시절의 4.4배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디즈니의 생각도 비슷하다는 평가다. 밥 아이거가 혁신과 결단을 통해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흐름을 바꿨다면, 밥 치페크는 특기인 매출 성장을 통해 디즈니의 내실을 다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