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최근 미국의 국채 10년물과 3개월물 사이에서 수익률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하루만에 10bp가량 급락하면서 장중 역사상 최저 수준인 1.35%를 기록했다. 마감은 1.37% 부근으로 마쳤다.

미국채의 수익률은 10년물은 9.3bp 하락한 1.377%를 기록하며, 3개월물 1.51%와 수익률이 역전됐다. 이틀째다. 2년물은 6.1bp 하락한 1.287%, 30년물은 6.8bp 떨어진 1.849%를 기록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미국채의 수익률 역전현상과 더불어 금리 급락이 경기 침체 신호가 아닌지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 데이터=NH투자증권

미국채 수익률이 최근 급락세를 보이는 것은 지난 2016년 브렉시트 이슈 이후 처음이다. 그 이전으로는 지난 2012년 유럽의 재정위기 때가 있었다. 모두 경제적으로 대형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부각됐던 시기다.

그러나 이번 미국채의 수익률 급락 원인으로는 중국을 비롯한 여러나라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여파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미국 서비스업의 종합 PMI 기준선(50) 하회, 샌더스의 네바다주 선거 승리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채 10년물과 3개월물에서 수익률 역전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과거에는 이 같은 역전 후 경기 침체가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기 침체 징조 시그널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당장 미국 경기가 침체로 갈만한 리스크 요인은 없어 보인다"며 "미국채 10년물과 2년물에서까지 역전현상이 일어난다면 시장에서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높은 선호도로 인해 국채 장기물로 자금이 몰리고 있고, 이로 인해 수익률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안 연구원의 분석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채 10년물과 3개월물은 지난달 말에 역전된 이후 해소됐다가 지난 18일 다시 역전된 것"이라며 "지난해에 이어 벌써 3번째 역전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본적으로 이 같은 수익률 역전현상은 경기 침체 전조로 해석하긴 하지만 실제 경기 침체 현상이 일어나려면 미국채 2년물과 10년물, 10년물과 3개월물 모두가 역전현상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강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현상을 경기 침체보단 시장이 연준의 금리 인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 연구원은 "미국채의 수익률 역전현상이 10년물과 2년물까지 해당될 경우 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인해 국내 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국내에서는 이 같은 수익률 역전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강 연구원은 "국내 채권시장의 경우 3년물과 10년물을 비교하는데, 금융위기나 IMF 때 그것도 하루 이틀 정도를 제외하곤 국내에서 수익률 역전현상이 나타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같은 선진국도, 기축통화도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채권의 장단기물에서 수익률 역전현상이 벌어지면 버틸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내는 보험사들의 수급때문에 장기물인 30년물과 10년물에서 역전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갖고 경기 침체를 말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강 연구원은 "초장기채는 보험사들만 가져가고 있어 시장의 경기 전망 등을 반영한 것이 아닌 보험사들의 수급 재료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10년물과 30년물에서 역전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우리 경기에 대한 침체 우려가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내의 경우 맞지 않다는 게 강 연구원의 의견이다.

안 연구원도 "국내에서 미국과 같은 장단기물의 수익률 역전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며 "국내 장기물은 보험사들의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험사들의 30년물과 50년물에 대한 수요가 많다보니 역전현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놓고 경제 침체에 대해 논하긴 힘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