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코로나19 여파가 연초 지방 분양시장에 큰 변수가 되고 있다. 봄 분양 성수기를 통해 반등을 준비하던 지방 중소도시와 광역시의 분양 일정이 줄줄이 연기되면서 상반기 전체 분양시장마저 휘청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각 건설사들은 분양일정 연기는 물론 영상 제공, 사이버 모델하우스 등의 각종 고육지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올해 지방에서 공급량이 많은 곳 중 하나인 대구 경북권에 몰아닥칠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자칫 지방 전체 분양 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구ㆍ부산, 봄 성수기 코로나에 발목잡혀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인천을 제외한 지방 5대 광역시중 올해 분양물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대구광역시로 2만3777가구의 분양이 예정된 상황이다. 특히 5월까지 1만여가구 이상의 분양이 예정돼있다.

▲ 범어역 인근 전경. 출처=네이버 거리뷰

그러나 대구·경북 일대에 불어닥친 코로나 여파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분양시장은 급속하게 냉각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2월25일 기준 대구 경북지역의 확진자는 731명이다. 대구시의 경우 지난 7일 분양한 청라힐스자이를 제외하고는 현재 모든 청약 일정이 3월 혹은 그 이후로 잠정 연기된 상황이다.

중소형 건설사들도 대구 지역의 일정을 모두 연기하면서 일반적인 견본주택 개관은 현지 업자의 표현대로 ‘실종’된 상황이다.

수성구의 한 중개업자에 의하면 “지금은 코로나 여파 때문에 모델하우스 개관 자체가 안된다. 공급 물량이 많은 단지일수록 많은 사람이 몰리지 않나. 청라힐스자이는 오픈했지만 인터넷으로만 모델하우스 내부 등의 확인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청라힐스자이의 공급 물량은 947가구로 예정되어 있다.

실제 GS건설은 지난 21일 ‘청라힐스자이’의 청약일정을 시작하면서 기존의 모델하우스 대신 사이버 견본주택을 통해 분양 일정에 나섰다. GS건설은 현재 자이와 청라힐스자이 홈페이지, 자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견본주택의 사진과 동영상 등을 제공하고 있다.

대구시 중구 도원동 일대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도원 센트럴’은 2월말 1150세대를 분양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 여파로 개관이 더욱 지연되고 있다. 현대건설 역시 일정 연기와 더불어 사이버 개관까지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이미 분양한 힐스테이트 대구역의 중도금 납부도 연기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서한건설이 중구 남산동 일대에 427세대를 공급하는 ‘반월당역서한포레스트’ 역시 당초에는 늦어도 2월말에 분양을 앞두고 있었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잠정적인 분양 시작 일정을 3월 6일로 늦췄다.

일부 건설사들은 3월을 목표로 준비하던 분양마저도 연기를 염두하고 있다.

금호건설 역시 3월 분양을 준비하던 ‘다사역 금호어울림 센트럴’이 분양일정 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3월 중엔 분양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 다시 미정 상태에서 검토 중이다. 코로나 여파는 분명히 있다”고 답했다.

다른 지방 역시 긴장한 채로 올해 봄 분양시장을 맞이하고 있다.

올해 대구 다음으로 많은 1만6333가구 물량이 공급될 예정인 부산 역시 코로나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부산광역시의 확진자는 2월 25일 기준 서울보다 많은 33명이다. 3월 ‘포레나 부산 덕천’의 분양을 준비 중인 한화건설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다. 해당 건설 관계자는 “당초 견본주택 오픈 이외에 사이버 모델하우스 병행 등의 방안도 현재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다. 지자체와 협의도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견본주택 개관 연기를 권고하는 상황에서 분양시장은 더욱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 수원 등지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구 등에서도 분양을 준비 중이지만, 수원이나 대구처럼 상황이 심각한 지역은 지자체 등지에서 연기 등을 직접 권고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고육지책’ 한계 봉착, 사태 장기화시 지방 전체 타격


▲ 2020년 지방 5개 광역시 일반분양 물량. 출처=부동산 인포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분양시장 타격은 곧 해당 지역의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사이버 모델하우스 등의 방법도 곧 한계에 봉착한다는 지적이다.

권 팀장은 “대구의 경우 코로나 여파를 분양 시장이 직접적으로 부담하게 된다. 전체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수요 자체도 줄고 유동 인구 등이 중개업소 등도 방문을 안하는 상황인데 전체적인 침체가 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시장 자체가 막힌 상황에서는 아무리 사이버 견본주택을 개최한다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분양에서 사람이 모이고 언론에 노출되는 효과가 있어야하는데 사이버 견본주택으로는 그런 효과가 어렵다”고 말했다

광주 유동 일대에 분양을 준비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 역시 “사이버 모델하우스는 실제 견본주택 오픈시의 홍보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전에 정부에서 진행한 정책이 실패한 이유도 그것이다. 홍보 측면이나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직접 방문해서 둘러보는 견본주택을 신뢰한다. 확실히 직접 모델하우스를 개관한 것만은 못하다. 건설사도 상황이 많이 어려워질 것이다”고 답했다.

권 팀장은 나아가 이런 분양시장 악화가 지방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코로나가 길어지지 말아야 한다. 더 길어진다면 상반기 분양시장 자체가 ‘삐걱’거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기화’라는 것은 더 이상 시장 악영향이 국지적인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구 등 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지방 부동산 시장이 타격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권 팀장은 장기화시 시장 심리나 매수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될 조짐이 보인다면 이런 부분이 매수심리나 매수세를 움직이는 데 제한사항이 된다. 전반적으로 지방 시장 전체가 더욱 움츠러들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