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국내 화장품 대기업들이 ‘더마코스메틱’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마코스메틱은 일명 ‘약국 화장품’으로 많이 불리며 의사나 약사 등이 개발하고 제조에 참여한 화장품을 말한다. 똑똑한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화장품 성분에도 관심이 높아지자 더마코스메틱은 업계에서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 피지오겔 제품. 출처=LG생활건강

25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은 보습크림의 대명사격인 글로벌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피지오겔’의 아시아·북미 사업권을 약 192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 2014년 CNP(차앤박) 인수에 이은 6번째 더마 화장품 인수다. 이번 사업권 인수로 LG생건은 총 6개의 더마 화장품 브랜드를 갖추게 됐다.

특히 피지오겔은 지난 2018년 글로벌 시장 매출 1100억원 중 약 30%가 한국 시장에서 발생한 브랜드다. 피지오겔의 한국시장 인지도와 제품력이 어느 정도 탄탄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LG생건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더마 화장품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현재 피지오겔이 진출하지 않은 일본과 중국에서도 사업을 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이 화장품의 성분까지 꼼꼼히 따지면서 착한 성분의 화장품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면서 “다양한 더마 화장품을 한 군데서 비교할 수 있는 H&B스토어가 주요 채널로 부상하면서 이러한 소비 성향이 더욱 공고해졌다”고 말했다.

▲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가란시아(GARANCIA)’ 제품. 출처=신세계인터내셔날

올해 유독 화장품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하 신세계인터)도 최근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시장에 진출했다. 프랑스 대표 약국 화장품 브랜드 ‘가란시아(GARANCIA)’를 단독 수입하면서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신세계인터가 더마코스메틱 브랜드를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란시아의 모든 제품은 대다수의 성분이 식물에서 얻은 자연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100% 메이드 인 프랑스 제품으로 창립자가 직접 제조, 성분 개발 등 제품 개발 단계에 참여해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란시아는 식물에 대한 열정으로 탄생한 브랜드인 만큼 아마존 정글 식물부터 토마토, 청보리 등 다양하고 독특한 성분을 활용한 제품들이 주를 이룬다.

대표 제품으로는 글로벌 베스트셀러 1위인 마이크로 필링 클렌저 쁘쉬 마쥐끄(PSCHITT MAGIQUE)가 있다. 이 제품은 ‘30초의 마법’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매일 단 30초의 사용만으로도 피부 결을 정돈해주고 섬세한 필링 효과로 각질과 피부 불순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묘순 신세계인터내셔날 글로벌코스메틱본부 본부장은 “가란시아의 국내 판권을 확보하면서 니치 향수부터 스킨케어, 헤어, 색조 등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를 갖추게 됐다”며 “국내 더마 코스메틱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향후 가란시아를 단독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 닥터자르트 시카페어 제품. 출처=닥터자르트

국내 기업들이 해외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를 인수하는가 하면 반대로 국내 더마 브랜드 기업이 해외에 팔려나가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가 국내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자르트를 보유한 ‘헤브앤비’를 인수했다. 2004년에 설립된 해브앤비는 ‘Health & Beauty’를 사명으로 한 코스메틱 브랜드다. 2005년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자르트’를 론칭한 뒤, BB크림을 시작으로 민감성 피부를 위한 보습 라인 ‘세라마이딘’과 진정 라인 ‘시카페어’를 차례로 출시하며 급성장했다.

에스티로더가 아시아 시장의 뷰티 브랜드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뷰티가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에스티로더는 글로벌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킨케어 브랜드인 닥터 자르트 인수를 시작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서 미국 시장과 아시아 시장을 함께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닥터자르트는 아시아 시장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진욱 해브앤비의 대표는 “5년 전 에스티로더와 전략적 관계가 시작될 때부터 전 세계 고객들에게 최고의 스킨케어와 뷰티 상품을 제공하려는 미션을 공유해왔다”면서 “계속해서 우리 브랜드를 전 세계적으로 혁신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에스티 로더와 파트너십을 계속할 수 있어 매우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더마코스메틱의 성장은 소비자들의 화장품에 대한 인식 변화에 원인이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자들의 피부가 민감해지면서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더마코스메틱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강점이 바로 성분의 차별화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 등 유해환경에 자주 노출되는 현대인에게 최적의 피부 케어 솔루션을 제공한다. 소비자들의 피부가 민감해지면서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더마코스메틱을 찾는 것이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국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화장품 브랜드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따라서 제품의 차별화는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됐다”면서 “대다수 브랜드가 더마코스메틱 시장을 공략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을 만큼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