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게임 업계의 e스포츠 행사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관중 없이 진행하는 등 ‘고요한’ 축제를 맞고 있다. 국내외 인기 종목의 e스포츠 행사가 모두 영향권에 있어 e스포츠를 통한 인기 게임 유저케어·마케팅 활동도 위축될 전망이다.

국내외 인기 종목 모두 영향권

국내에서 열리고 있는 e스포츠 대회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주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정부가 코로나19의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면서다. PC방 사용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인기 종목의 대회도 예외는 아니다.

넥슨은 지난 1월 초부터 진행하고 있는 카트라이더 대회 ‘2020 SKT JUMP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을 무기한 연기했다.

당초 3월 2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대회는 상위 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넥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조치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됨에 따른 조치이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안전이 보장된 이후 리그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국내 PC방 사용시간 점유율 3위인 오버워치의 e스포츠 리그는 국내 경기가 잠정 연기됐다.

당초 오는 3월 7일, 8일 양일간 예정된 서울 다이너스티 홈스탠드 경기를 포함한 중국 팀 대체 경기가 모두 취소됐다. 오버워치 리그는 20개의 연고 도시 기반 팀으로 이루어진 국제 e스포츠 리그다.

PC방 점유율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의 국내 프로리그 LCK 스프링은 지난 5일 개막 시점부터 무관중으로 경기를 진행하고 있지만 경계를 늦추지 상황이다. 26일부턴 기자들의 현장 취재도 금지했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LCK스프링은 무관중 방식 그대로 진행할 계획”이라면서도 “다만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예의주시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에는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롤파크에서 열린 LCK 스프링 정규 시즌 1라운드 현장에서 진행을 맡은 김민아 아나운서가 미열 증상을 보인 뒤 곧장 중도 퇴근한 사례도 나왔다. 다행히 김 아나운서의 검진 결과는 음성으로 나타났다.

▲ 종로구 그랑서울 롤파크에서 열리는 2020 LCK 스프링이 무관중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전현수 기자

한편 펍지주식회사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e스포츠 대회 정책 변경을 바꾼 것이 우연히 시국과 맞아 떨어졌다.

펍지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대회인 PMSC(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스트리트 챌린지)의 올해 두 시즌 모두를 오프라인이 없이 온라인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시즌1과 2로 나눠지는 대회는 각각 3월12일부터 22일까지, 4월2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다. 총상금은 1억4000만원이다.

지난해 10월 진행한 PMSC만 해도 온라인 예선과 오프라인 본선, 오프라인 결승으로 구성되며 오프라인 행사의 비중이 적지 않았다. 앞서 PMSC가 처음 시작한 2018년엔 아마추어 오프라인 대회를 메인으로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펍지가 올해 오프라인 대회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이를 대회 상금 규모 확대에 쓰는 방식으로 정책을 바꾸며, 결과적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도모하는 현재 시국에 적합한 대회 시스템이 됐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근원지인 중국을 비롯해 해외지역 또한 e스포츠 행사가 원활하지 못하다.

펍지는 올해 4월로 예정된 PGS(펍지 글로벌 시리즈): 베를린 대회 개최를 잠정 연기했다. 이에 따라 PGS: 베를린 한국 대표 선발전 일정도 일부 조정했다. 기존 2월13일부터 29일까지 열리기로한 그룹 스테이지는 2월27일부터 3월7일까지로 일정이 변경됐고, 기존 3월6일부터 7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파이널 스테이지는 3월 12일과 14일로 변경됐다. 당초 무관중으로 진행하기로했던 경기는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했다. 

중국내 인기 e스포츠 리그 진행을 도맡고 있는 텐센트는 앞서 LoL과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프로리그 결승전을 무기한 연기한 데 이어 중국 인기 모바일 게임 왕자영요의 중국, 글로벌 리그를 온라인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e스포츠 행사 흥행 차질…업계 마케팅 활동도 주춤할 전망

e스포츠 대회 진행에 차질이 생기며 게임 업체들의 마케팅 활동도 위축될 전망이다. 게임사들은 자사 게임의 e스포츠 대회 개최를 통해 큰 수익을 내는 것으로 파악되지는 않지만, e스포츠 대회를 통해 얻는 유저 충성도 제고와 마케팅 효과, 게임 서비스 장기화 발판 마련 등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실제로 LoL,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피파온라인4, 서든어택, 스타크래프트, 카트라이더 등 PC방 사용량 상위권에 있는 게임들은 모두 e스포츠 대회를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LoL의 장기 흥행에는 프로리그의 흥행으로 보는 게임의 재미와 스타 프로게이머의 팬덤 형성 등의 영향이 컸다는 평이다. LCK의 경우 매해 결승전마다 입장권이 매진 행렬을 이어갈 정도로 영향력과 인기가 큰 대회다. 때문에 라이엇게임즈 측도 쉽사리 경기를 중단하지는 못하고 무관중으로라도 대회를 이어가려는 의지가 강할 것으로 풀이된다. 

펍지는 배틀그라운드의 장기 서비스 발판을 위해 모바일과 PC버전 플랫폼 모두에서 매 시즌 새로운 시도를 단행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의 e스포츠 흥행 정착을 위해서다. 특히 배틀그라운드는 중국 지역 유저들로부터 인기가 높고, 중국의 프로구단도 활성화되어 있는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