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주행 배달로봇이 우한의 한 병원에 약품과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출처= JD닷컴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중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기술 분야를 육성해 왔다. 이제 거대한 공중보건 위기에 직면한 중국이 기술 회사들에게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싸움에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기술 대기업들은 자율주행차량을 배치해 의료 종사자들에게 보급품을 가져다 주고, 드론에 열 카메라를 장착해 바이러스를 탐지하고, 당국에 슈퍼 컴퓨팅 기술을 무상으로 사용토록 함으로써 백신 개발에 도움을 주는 등, 코로나 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 기술들이 총동원되고 있다고 CNN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25일 10:30, 한국 시간) 전세계적으로 2630명의 사망자와 7만 9644명의 감염자를 발생시킨 이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데 기술이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리고 지금까지 진행된 노력의 일부는 규모와 범위가 제한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은 바이러스 퇴치가 일치된 단결 행동이 요구되는 국가적 우선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 정부는 오랫동안 기술혁신이야말로 중국 경제 성장의 중요한 축이라고 강조해왔고,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경쟁할 수 있을 만큼 기술분야를 발전시킨다는 목표로 가지고 인공지능, 자율주행자동차 등에 보조금과 대출을 지원하고 관련 채권 발행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초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과학기술의 지원 없이는 전염병 퇴치를 이룰 수 없다"고 강조하고, 백신과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임상연구와 더불어 소비 위축에 대한 대안으로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집안에 머물고 있는 수 천만 명의 국민들이 온라인 쇼핑을 최대한 이용할 것을 권장했다.

중국 과학기술부도 지난 주 기술기업들에게 "인간의 접촉을 줄일 수 있는 로봇, 온도측정기계 같은 첨단 기기들을 배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중국의 기술 육성 정책

중국이 자체 실리콘밸리를 만들려는 노력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은 일부 지역을 가전제품과 생명공학 분야를 중심으로 한 ‘첨단기술 개발지역’으로 지정하기 시작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그 이후 지정된 총 168개 첨단기술 개발지역에서 발생시킨 생산 규모는 2018년에 33조 위안(5700조원)에 달한다.

기술은 중국 경제를 제조업에서 첨단기술 분야로 전환하는 계획인 이른 바 ‘중국 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구상의 핵심이다. 이 구상에 따라 무선통신, 마이크로칩, 로봇공학 같은 분야에 수십억 달러의 정부자금이 투입됐다.

▲ 드론으로 한 마을에 소독약을 뿌리고 있는 모습.    출처= Head Topics

중국의 기술 육성 정책은 효과가 있었다. 벤처캐피털 회사 클라니어 퍼킨스(Kleiner Perkins)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에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20개의 기술 회사 중 9개를 보유하게 되었다(5년 전만 해도 2개에 불과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포레스터(Forrester)의 신기술 애널리스트 대니 무는 기술이 코로나와의 싸움을 좌우할 만큼 큰 요인은 아니지만 “음식배달이나 모바일 결제 같은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이 전염병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치료법 연구 돕고 사람의 접촉 줄인다

중국 기술 대기업 텐센트는 일반 PC보다 훨씬 빠른 슈퍼컴퓨팅 시설을 정부와 공유하며 연구자들이 치료법을 찾도록 돕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베이징 생명과학연구소와 칭화대가 함께 참여한다.

중국 최대의 차량호출업체 디디는 의료 및 구호기관과 협력해 데이터 분석, 온라인 시뮬레이션 또는 물류 지원 등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연구원들이 디디의 서버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국 최대 식품배달기업인 메이투안 디안핑(美团点评)은 지난 주 베이징의 레스토랑에서 고객들에게 음식을 서빙하고 테이크아웃을 기다리는 고객들에게 음식을 날라주는 로봇을 소개했다.

중국의 거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징동닷컴(JD.com)은 바이러스가 발원한 중국 우한의 병원 의료 종사자들에게 보급품을 가져다 주기 위해 자율주행 로봇을 지원했다.

로봇은 크기는 작지만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 위주로 보급품을 배달하고 있다. JD로지스틱스의 귀 공 자율주행팀장은 "병원까지는 약 600m의 짧은 거리이지만 이 구간에서 인간의 접촉을 배제시키는 것은 환자와 직원을 보호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귀 팀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한에서 코로나가 발생한 상황을 알게 된 직후부터 그곳에서 자원을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간이 부족해 시뮬레이션에서 실제 투입까지 단 4일 만에 알고리즘을 상황에 맞추어야만 했습니다.”

또 상하이 TMIRob이라는 스타트업은 우한 전역의 병원에 수십 대의 로봇을 보내 격리 병동, 중환자실, 수술실에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 상하이의 스타트업TMIRob은 우한 전역의 병원에 수십 대의 로봇을 보내 격리 병동, 중환자실, 수술실에 소독약을 뿌리는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출처= TMIRob

감시에 대한 우려는 없다

코로나 발병 이후 드론 또한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선전의 드론 스타트업 마이크로멀티콥터(MicroMultiCopter)는 드론을 띄워 당국이 수 많은 인파를 수색해 그 중 감염자를 찾아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회사는 이미 중국 전역에 100개의 드론을 배치했고, 드론의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지휘소에도 200명의 직원을 파견했다.

드론 등의 기술을 이와 같이 사용하는 것에 대해 많은 인권단체들은 시민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으며 중국이 감시천국이라는 오명을 갖게 했다고 비판해 왔다.

중국은 범죄 단속과 자국민 감시를 위해 안면인식, 인공지능 등 기술을 오래 전부터 사용해 왔다. 그리고 텐센트 같은 기술 회사들은 온라인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들을 검열한 혐의로 비난을 받아왔다.

그러나 중국 기술 부문은 오랫동안 중국 정부의 ‘상의하달식’ 지원으로 발전해 왔다. 중앙정부는 지난해 국가 예산의 3.9%를 과학기술에 배정했다. 전년 대비 14% 증가한 규모다.

코어사이트 리서치의 황 애널리스트는 "이는 정부가 기술 발전을 얼마나 중시하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의 노골적 지원은 모든 일이 더 빨리 진행되도록 도와주지요. 중국에서는 서구 국가들처럼 윤리적 저항이 거의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