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자동차가 작년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한 미래형 컨셉트카 e-SIV. 출처= 쌍용자동차 공식 블로그 캡처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쌍용자동차의 전기차 양산 계획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지난달 말 마힌드라 사장이 방한해 정부에 쌍용차 신차 양산을 위한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양사가 전기차 출시 의지를 꾸준히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힌드라 파완 고엔카 대표이사(사장)는 지난달 16일 방한해 산업은행 관계자와 만나 쌍용차 회생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쌍용차에 2022년까지 3년 간 재무구조 개선, 신제품 출시 등에 5000억원을 투입한 뒤 2023년 흑자 전환하려는 계획을 대외적으로 천명했다.

고엔카 사장이 방한한 날 쌍용차의 실적 개선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전망은 증권가에서 수치로 나타났다. 네이버 금융 사이트에 따르면 쌍용차의 주가는 종가를 기준으로 올해 들어 1월 8일 최저 수준인 1890원을 기록했다. 이어 고엔카 사장이 방문한 1월 16일 쌍용차의 주가는 실시간 최고 2560원을 찍고 종가 2205원으로 장마감했다.

쌍용차도 이달 7일 진행한 2019년 경영실적 기업 설명회(IR)를 통해 내년 초 코란도 기반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년 1월 31일 발표한 2018년 경영실적 IR 자료에서 “2020년 전기차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되는 뉘앙스다. 결국 공식 입장을 번복했던 작년 IR 때와 달리, 올해 마힌드라와의 공조로 계획을 달성할 방침이다.

마힌드라의 근거지인 인도에서는 쌍용차가 올해 안에 한국에서 티볼리 기반 전기차를 판매할 것이란 내용이 현지 매체를 통해 기사화하기도 했다.

글로벌 자동차 전문지 오토카의 인도 지사 ‘오토카 인디아’는 이달 14일(현지시간) 쌍용차 티볼리 일렉트릭이 연내 한국에서 출시한 데 이어 유럽 국가에 순차적으로 론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토카 인디아는 현지에서 자동차 시상식 ‘오토카 인디아 어워드’를 여는 등 유력한 매체로 꼽힌다.

‘마힌드라 메스마(MESMA) 플랫폼 기반 쌍용 티볼리 일렉트릭 포착’이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티볼리 일렉트릭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위장막을 쓰고 눈길을 주행하는 사진이 함께 게재됐다.

쌍용차는 오토카 인디아 보도의 일부 내용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당초 밝힌 계획대로 내년 초 코란도 기반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마힌드라가 내년 말 인도 현지에서 출시할 전기차 eXUV300의 내연 모델은 티볼리 플랫폼을 바탕으로 제작된 게 사실”이라면서도 “쌍용차가 티볼리 전기차를 개발하거나 출시할 계획은 현재 없고 코란도 기반 전기차를 내년 출시하려는 계획은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마힌드라, 정상화 총력 다해 정부에 지원 ‘명분’ 제공해야

쌍용차가 인도 매체의 보도 내용을 일축했지만 전기차 출시 계획은 더욱 급물살을 탄 것으로 풀이된다. 쌍용차가 현재 마힌드라와 공조해 전기차 양산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전기차 양산에 돌입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을 것이란 전망이다.

마힌드라는 앞서 2017년 기술적·영업적 분야에서 협력한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의 인도 사업실적을 흑자전환 시키는데 기여하는 등 역량을 입증했다. 마힌드라는 포드와 협력하며 확보한 전기차 분야 역량을 바탕으로, 작년 회계연도가 시작된 4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전기차를 593대 판매했다. 타타그룹(669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가 현지에서 판매한 소형 순수전기 SUV 코나의 수는 292대다. 인도 전기차 시장은 연간 신차 90% 이상이 이륜차(오토바이)라 사륜 전기차 시장의 규모는 비교적 적다.

쌍용차는 유능한 우군 마힌드라의 지원을 받고 있는 동시에, 전기차 출시에 소요되는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받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서도 힘을 얻고 있다.

쌍용차는 현재 자력으론 차기 사업을 도모하기 어려운 처지다. 쌍용차의 작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432억원으로 2017년 3분기 대비 2154억원 대비 80.0%나 줄었다. 쌍용차의 영업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은 작년 –1332억원으로, 영업할수록 1000억원대 적자가 나타나는 구조다. 쌍용차는 당초 2010년 코란도C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 콘셉트카를 선보였지만 실적 부진과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 등을 겪으며 올해까지 10년 간 수차례 전기차 출시계획을 번복했다.

이밖에 최근 나타난 코로나19 사태로 부픔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공장 가동에 대한 불확실성이 나타난 점도 쌍용차가 헤쳐 나가야 할 과제다.

업계에서는 쌍용차가 그간 전기차 양산을 위해 투입한 비용이나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등을 고려할 때 향후 원활한 자금 조달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마힌드라가 쌍용차 투자의 전제 조건으로 한국 정부에 요청한 산업은행 자금 지원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다만 쌍용차와 마힌드라 양사가 ‘정황적 근거’에 안주하지 않고 실적 개선에 더욱 주력해야만 정부에 지원 명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지엠은 앞서 경영 정상화 방안에 대한 실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정부로부터 8000억원을 수혈받았다”며 “쌍용차도 정부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앞으로 마힌드라와 함께 꾸준히 경영 정상화 의지를 시장에 납득시키고 실천하는데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