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탄소배출감축 노력에 진전이 없다고 판단하며 한국전력(이하 한전) 투자에서 발을 빼고 있다.

24일(현지시간) 5480억달러 규모의 운용자산을 자랑하는 네덜란드공적연금운용공사(APG)가 이미 약 6000만유로(약 790억원) 규모의 한전 지분을 매각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FT 보도에 따르면 APG는 투자 축소 방침에 대해 “세계 금융시장은 석탄 화력 부문에 대한 투자를 줄여나가고 있는 추세”라며 “한전 사장과 이사회는 스스로의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APG는 앞서 지난해 7월 한국거래소 주최 ‘2019 KRX인덱스 콘퍼런스’에서 “APG는 2015년을 기준으로 2020년까지 탄소 배출을 25% 줄이지 않으면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운용 방침을 갖고 있다”면서 “한전과 포스코가 탄소배출 감축 노력을 하지 않으면 두 기업은 물론 이들에 의존하는 기업들까지 네덜란드 연기금의 투자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FT는 또 영국 성공회(Church of England)의 공적자금 역시 한전이 연말까지 탄소배출 감축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투자를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성공회 측은 별도의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문은 이들 투자자가 한전이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에 48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는 점, 홍콩 중화전력공사(CLP)로부터 베트남 석탄화력발전 사업 지분을 매입했다는 점 등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의 새로운 석탄 광산과 발전소에 대한 한전의 투자 계획에도 투자자들은 반발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승인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청정에너지로 나아갈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한전이 실제로는 정반대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한전은 지난달 “해외 투자 초점을 재생가능 에너지와 탄소를 덜 배출하는 발전소에 맞출 것”이라고 밝혔지만 “제한된 범위에서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석탄 화력발전소 투자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기후변화 대응을 중시하는 해외 투자자들의 심기를 불편케 했다는 평가다.

지난달 한전은 홍콩 소재 에너지그룹 CLP로부터 베트남의 한 석탄 화력발전소 프로젝트 지분을 사들였다. CLP와 주거래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SC)는 석탄 부문에 대한 파이낸싱을 중단한다는 새 정책에 따라 해당 프로젝트에서 손을 뗀 상황이다.

한전은 이런 투자는 해당 국가들의 전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며 세계은행(WB)의 환경 기준도 충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프로젝트 중에는 인도네시아 자바에 480억 원을 들여 건설할 새 석탄 화력발전소도 포함됐다.

자바 프로젝트에 대한 한전 이사회 결정은 이달 내 이뤄질 전망이라고 FT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