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의 컨테이너선 선박회사들도 중국발 컨테이너가 수십 차례 취소되면서 수익 차질이 예고되고 있다.   출처= Teller Repor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지난 2003년 SARS가 중국을 강타했을 때, 세계 경제는 비교적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제 그로부터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 그와 유사한 바이러스가 다시 발생했지만, 중국 경제가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 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하면서 이 바이러스가 세계 경제를 광범위하게 뒤흔들 것이라는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소비와 생산은 아시아에서 북미, 유럽, 그리고 전세계의 성장에 영향을 줄 만큼 성장했다. 세계의 제조업체들은 수 많은 중간재와 완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중국의 공장에 의존하는 공급 체인의 촉수에 묶여 있다.

중국 당국이 근로자들을 집에 가두어 둠으로써 중국 공장의 생산은 꽉 막혀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노조는 중국산 부품이 공급되지 않으면 미시간과 텍사스의 SUV 공장의 조립라인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회사는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이런 상황은 GM뿐 아니라 미국 외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다만 시기의 문제일 뿐.

방글라데시 남동부 치타공(Chittagong)에서 청바지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모스타피즈 우딘은 중국에서 원단을 들여오는데, 원단 수입이 중단돼 10만 벌의 여성 청바지 주문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저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요.”

코로나19로 중국 당국이 춘제 연휴를 연장해 발발 이후 한 달여 만에 일부 공장들이 다시 문을 열었지만, 관리들과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공장의 장기 폐쇄가 세계 제조업에 최대 1조 달러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의 현대자동차는 이달 초에 중국 공장 일부를 폐쇄한 이후, 중국에서 조달되는 부품 공급이 끊기자 울산의 주요 조립라인 중 하나를 중단시켰다. 한국의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9일부터 교대로 근무하던 1만 500명의 직원들에게 10일간의 무급휴가 조치를 취했다.

중국 부품에 의존하는 주요 전자제품 생산회사들도 코로나 19로 생산을 중단했고, 일부 회사들은 공장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NLI 연구소(NLI Research Institute)의 사이토 다로 연구원은 일본의 대(對)중국 수출은 올 1 분기에 전 분기에 비해 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비디오게임 대기업인 닌텐도는 중국으로부터의 부품 조달 차질로 인해 주력 제품인 스위치(Switch) 게임기의 출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 시달려온 중국에 코로나19가 24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영향은 심각할 수 밖에 없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0.5% 포인트 이상 감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세계 GDP 성장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2000년에 불과 3%였던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아진 것이다. 매킨지 글로벌 연구소(McKinsey Global Institute)는 2000년에서 2017년 사이 전 세계 경제의 중국에 대한 노출은 3배 이상 증가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의 증가는 특히 아시아에서 가장 심각하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00년에 중국은 세계 무역의 1.2%를 차지하는데 불과했지만, 2018년 중국과의 교역은 세계 무역의 3분의 1로 늘어났다. 이러한 급증의 가장 큰 원인은 아시아 지역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중국과의 교역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16%에서 41%로 증가했다.

그 충격은 세계 도처에서 감지된다. 애플은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공장이 폐쇄됨에 따라 1분기 수익 전망치를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일찌감치 전망했다. 유럽의 컨

테이너선 선박회사들도 중국발 컨테이너가 수십 차례 취소되면서 수익 차질이 예고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 관광객의 입국을 금지시킨 것은 그들의 소비에 의존하는 호텔과 소매업자들에게 큰 타격이다. 중국과의 상거래와 중국인 관광객에 의존하며 성장해 온 아시아 국가들도 휘청거리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주 연간 GDP 전망치를 1.5%에서 0.5%로 낮췄다. 태국은 중국 관광객의 입국 금지령이 내려짐에 따라 올해 입국 관광객 수가 13%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중국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도 1월 수출이 전년대비 17.4% 감소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16% 감소한 탓에 전체 수입이 1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은 철강에서 가구까지 중국으로부터 반제품으로 수입해 미국 등 선진국에 완제품으로 수출하는 것이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베트남 미국 상공회의소는 지난 주 코로나19로 베트남 제조회사의 50% 이상이 원자재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규모로 베트남의 6배인 호주도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의 영향권에 들어 있다. 20년 전만 해도 중국은 호주와의 교역이 미미했지만, 지금은 미국, 일본, 한국 등을 추월해 호주 최대의 수출 상대국이 되었다.

중국이 호주의 산업에 대규모로 투자하면서 철광석과 석탄의 중국 수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호주의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40%에 달했다.

세계 최대의 탄광회사인 호주의 BHP 빌리톤(BHP Billiton)은 3월 말까지 코로나19가 억제되지 않을 경우 원자재 수요에 대한 예상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영향은 철광석이나 석탄 외에 다른 보조 산업에까지 미치고 있다. 시드니에 본사를 두고 있는 클라우드 기반 물류IT솔루션 회사인 와이즈테크 글로벌(WiseTech Global)은 중국 기업들의 공장 가동 중단으로 매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던 신제품의 출시가 지연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며 올해 수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리처드 화이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한 세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사고"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