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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우조선해양, 메가 컨선과 LNG선으로 ‘부활의 뱃고동’ 울린다조선업 기지개… 거제 옥포조선소를 가다
▲ 지난 14일 대우조선해양의 거제 옥포조선소 전경.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 기자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지난 14일 김해공항에서 찾아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는 따뜻한 봄기운이 만연했다. 거제시 곳곳에 걸린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축하 현수막을 보며 ‘조선업에도 봄이 오고 있구나’ 느낄 때쯤, 멀리서부터 아파트 30층 높이의 골리앗 크레인과 주황빛 해상크레인들이 속속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내 조선소에 들어서니 선체 작업장(도크)에 들어찬 선박과 강재적치장, 컨베이어벨트로 연결된 5개 조립공장, 도장 공장, 거대한 블록 등이 눈앞에 펼쳐졌다. 서울 여의도 면적(460만㎡) 1.5배에 이르는 초대형선박의 핵심기지가 새삼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규모와 시설 면에서 세계 최고의 조선소라는 회사 직원의 말이 허풍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침체의 늪에 빠져 적막히 흘렀다는 야드에서는 용접과 망치질 소리, 도크 주변의 900톤급 크레인이 내는 요란한 기계음이 맞물려 마치 하나의 교향곡처럼 귓가에 스며들었다. 노란 헬멧에 옅은 회색 작업복을 입은 직원들이 자전거를 타며 바삐 이동하는 모습, 철판을 두드리며 연마하는 모습, 곳곳에서 튀는 용접불꽃에 연신 구슬땀을 닦아내는 모습 등은 ‘조선업 부활’을 체감케 하기 충분했다.

대한민국 조선 1번지이자 거제 경제의 견인차인 옥포조선소는 재도약을 위한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현대상선의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기자

‘머스크 블루’에서 ‘HMM 블루’로…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만든다

이날 조선소의 핵심이라 불리는 도크(dock)에는 선박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는 490만㎡ 부지에 드라이도크(dry dock) 2곳, 플로팅도크(floating dook) 3곳을 갖추고 있다.

도크는 육상, 해상 등 작업 공간에 따라 드라이도크와 플로팅도크로 나뉜다. 드라이도크는 웅덩이 형태로 땅을 깊게 판 형태로, 선박이 완성되면 물을 채워 바다로 빼내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플로팅도크는 물에 띄는 도크로 바지선 형태의 구조물에서 선박을 건조한다. 선박의 종류 등에 따라 만드는 방식이 달라진다.

이 가운데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현대상선(HMM)의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눈에 띄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2만3000TEU급 초대형컨테이너선 7척을 발주했다. 해당 선박은 올 4월부터 순차적으로 아시아~유럽노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해당 선박은 현대상선 고유색인 파란색과 빨간색이 골고루 도장돼있었고, 컨테이너를 적재하는 라싱브릿지 설치가 한창이었다. 전면부와 측면에는 물론, 상단 굴뚝에는 선명하게 현대상선의 로고가 찍혀있었다. 배 앞에 서니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답게 크기가 어마어마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조그마한 사람이 이처럼 큰 배를 만든다는 게 경이로웠고, 블록 하나하나가 쌓아지면서 선박의 형태가 갖춰지는 모습이 신기하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현대상선의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기자

현대상선이 대우조선해양에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2011년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초로 1만8000TEU 컨테이너선 20척을 머스크(Maersk)로부터 수주하면서 세계 조선역사를 새로 썼다.

‘머스크 프로젝트’라 불린 해당 계약은 총 수주액만 4조원을 넘는 초대형 계약으로, 조선·해양 분야 단일 계약으로는 세계 최대 기록이었다. 이들 선박은 경제성과 에너지 효율성 및 친환경성을 모두 만족시킨 ‘트리플-E’급 선박으로 주목받았으며, 컨테이너선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특히, 머스크는 이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확보하면서 세계 최대 해운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 같은 성공 경험은 대우조선해양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일감 확보로 이어졌다. 2015년에도 머스크는 대우조선해양에 18억달러에 달하는 1만963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1척을 발주했다.

이날 설명에 나선 김형식 대우조선해양 홍보부 부장은 “10년 전에는 머스크의 파란색(블루)이 도크를 가득 채웠다면 지금은 현대상선의 파란색이 도크를 가득 채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조선업이 뛰어난 나라들은 해운도 뛰어나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조선업은 세계 1위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는 해운사가 없다. 2013년 세계 8위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하고 여전히 빈자리로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는 현대상선이 완전히 탈바꿈 할 수 있는 기회다. 20척 선박이 모두 인도되고 나면 거의 100만TEU까지 가니까 내로라하는 세계 10위권 해운사들과 경쟁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본다. 과거 해운강국 지위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의 해상크레인 모습.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기자

세계 최고 LNG선 기술 핵심엔 ‘사람’ 있었다

이날 기자에게는 노르웨이지역 선사가 발주한 LNG운반선에 직접 올라 건조 현장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우선 선박 내부로 들어가기 전 안전모와 안전화를 착용했다. 중장비가 많은 조선소에 맞춰 안전화는 최대 1톤의 중량을 버틸 수 있도록 제작됐다고 한다. 선체 내부는 상시 먼지가 없는 클린룸으로 통제돼 계단을 한 층씩 오를 때마다 신발 밑창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야 했다.

또한, 정밀한 생산을 위해 작업공간의 온도나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실제 현장에서 매일 하루에 몇 번씩이고 온도와 습도를 체크해 적어두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파른 계단을 이용해 조심조심 10층 갑판까지 걸어올라 가면서 선박 내부 상태를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LNG운반선은 천연가스를 영하 163도로 액화시켜 실어나르는 선박이다. 액화된 LNG는 화물창에서 보관된다. 화물창 하나에는 대한민국 전체가 하루에 사용하는 LNG가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LNG는 다른 화물에 비해 온도 등 조건에 민감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영하 163도의 극저온의 액체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LNG 선박의 핵심 기술이라 볼 수 있다.

초저온의 온도를 견디기 위해 화물창은 선박의 외벽과는 거리를 두고 이중으로 만들어진다. 영하 163도의 LNG에 철판이 닿으면 유리처럼 깨지기 때문이다. 이후 팔각형으로 된 화물창 내벽에 화산재가 담긴 단열 나무박스를 두르고 그 위에 니켈합금으로 열변형이 거의 없는 인바강판(Invar)을 덧대는 단열 작업을 2겹에 걸쳐 진행한다.

▲ 기자가 직접 올라 살펴본 LNG선의 화물창 건조 현장. 정밀한 생산을 위해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쓰는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 기자

특히, 인바강판을 이어 붙이는 작업은 고도의 숙련된 용접사만이 가능하다. 강판 두께가 0.7mm에 불과해 이 강판들을 서로 녹여 이어붙이기 위해선 초정밀 용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90% 이상이 용접이 자동화됐음에도 불구 기계가 미처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이는 용접사들이 수기로 직접 처리할 수 밖에 없다.

송하동 대우조선해양 선박생산운영담당 수석부장은 “LNG운반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화물창의 용접기술은 세계 최강으로 국내 300명 정도의 숙련공 중 대우조선해양은 150명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해서는 매달 평가를 통해 공정 투입 여부를 결정할 정도로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었다. 세계 조선소 중 가장 많은 LNG선을 건조한 것을 비롯해 LNG-RV(액화천연가스 재기화 선박) 세계 최초 건조, 26만㎥급 LNG선 세계 최초 설계, 쇄빙 LNG운반선 세계 최초 건조 등 실적이 이를 증명한다.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1992년 LNG선을 최초 수주한 뒤, 현재까지 20년 연속 전세계 조선소 가운데 가장 많은 LNG선을 수주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글로벌 LNG선 선복량 총 582척 가운데 우리나라가 373척(64%)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이 145척(29%)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1992년 당시 LNG선 분야 선두주자인 일본과 현대중공업의 전략선종이던 모스형 대신 화물창을 이중으로 설치하는 멤브레인형을 채택했다. 우수한 안정성을 살려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멤브레인형 LNG선’을 LNG선의 대세로 바꿨다. 또한 기존에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시스템발판을 국내 최초로 자체설계 및 개발에 성공해 경량화는 물론 건조기간 단축도 이뤄냈다.

▲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LNG선의 모습.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기자

올해도 대우조선해양의 LNG선 수주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에 따라 LNG선박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다만, 실제 실적 개선이 이뤄지는 데 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의 경우 통상 수주 금액이 재무제표에 반영되기까지 2년가량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금 실적은 내년이나 내 후년 가량 반영될 것으로 점쳐진다.

아울러, 현대중공업과의 합병 이슈는 화약고로 남아있다. 거제시 곳곳은 물론이고, 옥포조선소 정문 앞에는 ‘졸속 매각을 금지하라’는 글귀가 적힌 피켓과 함께 추위를 견디기 위해 만들어진 비닐천막이 세워져있었다.

한 지역주민은 “경제 논리도 있겠지만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며 “현대중공업의 경우 모든 계열사가 일원화돼있어 협력업체들은 일감을 송두리째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전했다.

그래서였을까. 이날 봄꽃이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조선업계의 분위기와 달리 노동자들의 봄은 멀게 만 느껴졌다.

이가영 기자  |  young@econovill.com  |  승인 2020.02.24  08: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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