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1월만 해도 국내 경제계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실제로 당시에는 중국에 제조 거점을 마련한 한국 기업들의 공장 가동률이 화두였으며, 코로나19가 국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거점이 위치한 대구 경북을 중심으로 확진자들이 대거 나타나자 국내 기업들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 출처=컨슈머인사이트

시장, 얼어붙다
소비자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최저점에서 오름세로 돌아선 소비지출 전망지수가 2월 크게 떨어졌다. 비지출을 향후 6개월간 '늘릴것'인지, '줄일것'인지를 물어 '소비지출 전망지수'를 산출한 결과, 2월 2주 기준 88.8(중립100.0)을 기록해 1월의 90.6보다 1.8p 하락했다.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며 국내 유통계의 시름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확진자가 다녀간 매장이 즉각 폐쇄되며 지역사회의 공포가 커지는 마당에 소비자들의 지갑이 완전히 닫혔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곳은 여행업계다. 여행을 취소하려는 행렬이 이어지며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 여의도에 거주하는 박 모 씨는 "4월 베트남 가족여행을 계획했으나 코로나19로 이를 취소했다"면서 "현금으로 미리 금액을 지불하고 꽤 오래 전 환불을 요청했음에도 아직 환불받지 못했다. 이유를 문의하니 여행을 취소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전산상의 지연이 이어지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업계 1위 하나투어는 1월 예약률이 전년 대비 50% 이상 하락했으며 모두투어는 희망퇴직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도 직격탄이다. 아시아나항공은 18일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대표이사 이하 모든 임원이 일괄사표를 제출했다. 전 임원들은 급여를 30% 반납하고, 모든 조직장들 역시 급여 20% 반납에 나섰다. 

LCC는 처참한 수준이다. 정부가 17일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대응 항공분야 긴급 지원 대책’을 발표했으나 "당장 내일을 기약하지 못한다"는 호소가 나온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및 티웨이항공 모두 지난해 영업손실을 입은 가운데 진에어는 창립 이래 첫 무급휴직을 실시한다고 밝힌 상태다. 그 외 LCC도 희망퇴직자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며 유통 외 다른 영역도 시름이 커지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18일 사업 및 재무 현황에 맞춰 조직을 재편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명예퇴직을 시행한다고 밝혔으며 통신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에서 희망퇴직 이야기가 나온다. 이미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LG디스플레이는 아예 사무직까지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금융업계도 추가 구조조정 이야기가 회자되는 중이다.

▲ 출처=이코노믹리뷰DB

사업장 폐쇄?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속 나오며 국내 사업장 폐쇄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22일 직원 중 확진자가 나오며 비상이 걸렸다. 신천지를 믿는 남자친구와 만난 여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SNS를 통해 "구미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며 "확진자는 지난 9일과 16일 신천지 교회 집회에 참석한 남자친구와 만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자택에서 격리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구미 사업장은 24일 재가동된다.

대구 및 청도 등 구미에서 공장을 주로 가동하는 LG는 21일부터 출장 자제 및 공장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대구 확진자와 접촉한 신입사원이 나와 초비상이 걸렸으나 다행히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GS 칼텍스도 한 직원이 확진자의 가족과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자 21일부터 연구소를 닫은 상태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며 한국 마사회는 전국의 30개 지사 내 문화센터와 대구 장외발매소를 임시 중단한 상태다.

현 상황에서 사업장 폐쇄는 주로 신천지 근거지가 많은 TK(대구 경북) 중심이다. 이 지역은 한 때 대한민국 제조업 부흥을 이끌었으나 최근 쇠락의 길을 걷는 러스트 벨트와 같은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쇼크까지 겹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며, 각 기업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직원을 통제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그룹은 24일부터 전 직원에게 마스크 착용 의무화 지침을 내렸으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을 경우 통근버스 탑승을 제한하고 있다.

"아이들도 위험하다" 개학 연기 결정
유은혜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결과 브리핑을 열어 "전국 유·초·중·고 개학을 1주일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상 초유의 1주일 개학 연기다. 코로나19 감염 속도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학생의 감염의 막겠다는 의지다. 병무청이 전국의 병역판정중단을 선언한 날이기도 하다.

개학 연기에 따라 학교는 여름과 겨울방학을 조정해 수업일을 우선 확보해야 하며 교직원들은 정상적으로 출근한다는 설명이다. 당초 교육부는 지난 21일 '별도의 개학 연기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청와대가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올리자 개학 연기라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이 밖에 학원에 대한 휴원과 등원 중지조치도 권고했다.

3월 2일로 예정된 개학이 연기되자 '워킹맘'들은 충격에 빠졌다. 일단 교육부의 결정을 두고 '당연한 일'이라는 기류가 강하지만 당장 아이를 맡겨야 하는 워킹맘들은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교육부는 맞벌이부부 자녀 등을 위해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긴급돌봄을 제공한다는 방침이지만 수요가 워낙 많아 실효성에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서울 화곡동의 맘카페에서 활동하는 회원 윤 모씨는 "메르스나 신종 인플루엔자 당시에도 개학이 연기된 일은 없었는데, 상황이 그 만큼 심각하다는 뜻으로 보인다"면서 "교육부의 방침에 대부분 수긍하는 분위기지만, 당장 워킹맘들은 아이를 맡겨야 할 곳을 찾느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의 개학 연기 발표가 난 당일, 경기도 김포에서 생후 16개월 여아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워킹맘은 물론 주부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연소 코로나19 확진 환자인 여아는 이미 확진 판정을 받은 김포 거주 30대 부부의 자녀로 알려졌다. 맘카페 회원 강 모씨는 "아이들부터 코로나19로부터 살려야 하지 않겠나"면서 "코로나19가 아이들에게 상대적으로 경미한 증상을 일으킨다지만, 걱정이 큰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추경, 어떤 위력 발휘할까
코로나19로 국내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한 논의도 빨라지고 있다.

여당은 조속한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본회의에서 국회 차원의 코로나 대책특위를 구성해 비상한 지원방안 마련에 착수하겠다”면서 “정부가 빨리 추경을 보고하고 국회는 심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4.13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19 사태를 최소화시키려는 의도도 있다.

한편 현 상황에서 정부가 추경을 편성해 보고하는 순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는 쉬울 것으로 보인다. 3조4000억원의 예비비를 신속하게 투입한다고 해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직격탄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대규모 추경이 필요하다는 점에 미래통합당 등 여당도 동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김한표 미래통합당·장정숙 민주통합의원모임 수석부대표와 회동을 갖고 코로나19대책특위 결성을 위한 정지작업을 마친 바 있다.

특위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고, 위원은 '9대(민주당) 8대(미래통합당) 1(민주통합의원모임)'로 구성키로 합의했다. 윤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코로나19대책특위 구성의 건을 상정하기로 여야 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3월 17일 추경안이 통과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