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급기야 여행업계의 '줄도산'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 업계와 파산법조계는 몇몇 여행업체가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황은 이렇지만 여행업계는 법정관리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업계와 파산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불안감을 기우로 보는 시각도 있다. 법정관리가 위기상황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 대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본다.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 확산에 종식을 알리려 했던 정부도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태세를 전환했다. 소비심리의 위축은 더 커졌다. 직격탄을 맞은 것은 여행산업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인 하나투어는 지난달 신규 예약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 감소한 데 이어 이번 달도 80%까지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2015년 메르스 수준으로 지속되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165만명 감소하고 관광수입도 4조6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중소 여행업체는 회생을 신청해 법정관리를 받아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법정관리가 여행업계의 현실적인 방안일까?

정부는 최근 여행업계에 5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 같은 지원 속에서도 여행업계의 전망은 어둡다. 계속 지출돼야 하는 금융비용과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현재 업계의 매출상황으로는 인건비를 해결하면 금융비용을 해결할 수 없고, 금융비용을 해결하면 다시 인건비를 해결할 수 없게 된다. 중소 여행업체들이 무급휴가를 시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구조조정 업계는 이 기회에 회생절차로 채무조정을 해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회생기업의 조사업무를 담당하는 한 회계사는 "회생절차에서는 조사위원 회계사가 기업이 계속 영업을 했을 때 가치가 있다는 회계적 결과를 토대로 채무자 회사가 회생계획안을 만든다"며 "이 회생계획안에서 회사는 채권자에게 기존 채무 대신에 주식을 주고(출자전환) 채무를 최장 10년에 나눠 갚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회생계획안에 대해 채권자로부터 일정비율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담보권 채권자는 자산을 매각해 1년~2년 안에 채무를 상환해야 한다는 게 조사위원 회계사의 설명이다. 채권자들이 회생계획에 동의를 하면 회사의 부채는 회생계획안에 따라 줄어들고 종전의 금융비용 부담은 '1년 단위 채무상환'으로 변경된다. 

모 기업의 회생계획안 일부.  출자전환과 10년의 걸친 분할 상환으로 채무를 조정했다.  자료=이코노믹리뷰DB

회생절차가 순조롭지 않을 수도 있다. 조사결과에 따라 기업가치보다 파산가치가 더 크다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담보권을 가지고 있는 금융기관이 회생계획안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구조조정 업계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담보 채권 금융회사와 구조조정 협상을 하거나 M&A를 하는 방법이 가능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여기서 구조조정 협상은 자율구조정 절차인 ARS(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ARS)’를 말한다. ARS는 회생신청에 돌입한 기업에 대해 개시결정을 미루고 그사이 법원이 채무자 회사가 채권자와 워크아웃 등 자율협약에 따라 구조조정에 이를 수 있도록 협상 공간을 제공하는 제도다.

ARS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그 어떤 채권자도 회사의 금융과 자산을 압류하는 등 강제집행할 수 없고, 회사는 그 어떤 자산도 법원의 허가 없이 유출할 수 없다. 법원이 내리는 포괄금지명령과 보전처분의 법적 효력 때문이다. 

첫 ARS회생절차를 이끌어낸 법무법인 대율의 안창현 변호사는 "현재 자금압박을 받으며 유동성 고민을 하는 여행업계에 이 제도를 적용해 본다면, 회사가 일단 회생절차에 들어간 후 포괄금지명령과 보전처분을 받아 주요 채권단과 협상을 이어가게 되는 것"이라며 "협상의 내용은 원금상환의 유예, 신규자금의 조달, M&A에 따른 협조 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과 ARS가 협의되면 회생절차는 더 진행하지 않아 법원의 경영통제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안 변호사의 설명이다.

구조조정 업계는 회생M&A가 여행업계의 또 다른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최근 국내 회생절차 M&A는 스토킹 호스(Stalking-horse)가 대세다. 회생을 신청하려는 기업이 우호적인 인수기업을 선정해 조건부로 우선협상 계약을 체결하고 이 상태에서 다시 공개매각 절차를 거치는 절차다. 공개매각 절차에서 우선협상 기업보다 높게 인수금액이 제시된다면, 채무자 기업의 몸값은 올라가는 셈이다. 이 경우 조건부 우선협상 기업이 다시 인수금액을 올려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혹독한 현 상황이 여행업계의 시장재편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여행업계는 수년 전부터 국제적 분쟁, 태풍 등과 같은 자연재해, 자유여행 선호 풍조 등으로 여행사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었다"며 "이런 원인이 국내 주요 여행업체의 부채비율을 수년간 꾸준히 견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장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라면 침체된 여행산업이 M&A와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재편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법정관리 속 여행고객 계약은?...파산법조계 "여행·환불 모두 가능"

여행업체가 회생절차를 주저하는 또다른 이유는 낙인효과와 여행고객들의 동요다. 도산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그나마 있는 예약 고객들은 물론 향후에 예약을 하려는 고객들의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회생절차가 여행사의 여행상품 이행에는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파산법조계의 설명이다. 이 같은 설명은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 

기업 회생절차를 규정하는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회생절차에서는 쌍방이 체결한 계약은 회생기업이 '이행의 선택권'을 갖는다. 법정관리를 받는 중이라도 여행업체가 여행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을 것인지는 여행업체가 선택한다는 의미다. 회사가 여행계약의 이행선택을 하면 고객은 여행계약에 따른 여행을 그대로 갈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여행계약이 취소되더라도 계약금은 돌려 받을 수 있다. 이때 돌려 줄 고객의 계약금은 공익 채무라는 것이 파산법조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때문에 다소 유동성이 있을 때 회생절차를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진해운 회생업무에 관여한 법무법인 현우의 정동현 변호사는 "기업이 회생신청에 들어가면 여행계약을 취소하고 그 수수료를 반환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할 수 있는데 회생절차를 준비한다면 이를 대비해서 금융비용의 지출을 중단하고 환불에 필요한 현금 유동성을 비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비용은 회생절차에서 채무조정의 대상이 되지만, 환불에 필요한 자금은 지급이 강제되어 있다는 의미다.  

회생절차는 회생이 법원의 경영 관리로 부채비율을 줄이고 사업을 계속해 나가는 기업 구조조정의 일종이다. 여행업계가 회생절차에서 이 같은 제도를 적극 홍보해야 하는 것도 도산 이미지를 벗는 주요 전략으로 손꼽힌다. 

한계업체가 회생신청의 시기를 결정하고 못하고 시간을 지체하면서 채무를 늘리는 것은 역시 피해야 한다.  

정동현 변호사는 "한진해운과 같이 회생신청의 시기를 놓치면 운전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받게 돼 회생절차가 좌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중요한 것은 중소 여행업체의 경우 한계상황에서 고금리의 기업사채(私債)를 쓰는 일과 같이 악성채무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향후 진행될 회생의 법적효과를 감안하면서 자금 스케줄을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