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가오는 기술 변화의 물결을 막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더 나은 세상, 더 공정한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도구로서 AI를 포용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출처= Vic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많은 사람들이 기술이 사람이 하던 많은 일들을 곧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그렇다. 그들의 우려가 맞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직면하게 될 위험은 기술 자체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정치와 경제 정의에 관한 것이다. 인공지능(AI)으로 인한 고통과 혜택이 공평하게 분배될 것인가, 그리고 다가올 혼란이 사회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인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정치적 의지에 달려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파괴적 혼란은 이미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아마존 같은 온라인 소매업체들은 이미 AI를 사용해 스마트폰을 통한 주문에서 시작해 현관 앞에서 상품을 받는 데까지 거의 모든 단계를 자동화하고 있다. 이것이 이미 미국 일자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매업에서 전자상거래 판매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5년간 6%에서 11%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수백만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코어사이트 리서치(Coresight Research)에 따르면 미국 소매업체들은 2019년에 9275개가 문을 닫았다. 전년도인 2018년에는 6897개의 매장이 문을 닫았다. 노동통계국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2014년 이후 12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늘어났지만 이 기간 동안 소매업계의 일자리는 11만 4000개 감소했다.

온라인 소매업체들은 AI를 사용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오프라인 경쟁자들보다 상품을 더 빨리, 더 저렴한 비용으로 배송한다. 그러나 AI가 가져다주는 핵심 혁신은 데이터를 사용해 더 정확한 예측을 하는 것이다.

아마존은 각 고객들의 상품 검색과 구매 내역을 이용해 해당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한다. 상품을 구매한 고객들의 위치와 구매 시간 패턴은 제품 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창고에 해당 상품을 준비하는 데 사용된다. 반면 전통적 매장 진열대에는 누구도 원하지 않는 물건들로 가득하거나 예상보다 인기가 있는 물건들은 늘 모자라기 일쑤다.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는 온라인상에서는 크게 감소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엔진이 AI다.

AI가 근로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전적으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AI 기술이 기존의 소매업 일자리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긴 했지만 AI의 덕택에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났다. 이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온라인 소매의 ‘라스트 마일’이라 일컬어지는 현관까지의 배송은 여전히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이후 소매업계의 일자리 감소치 11만 4000개는 소형 트럭 및 배달서비스 운전자의 증가치인 11만 8천 개와 거의 정확하게 균형을 이룬다. 대형 트럭과 트랙터 트레일러 운전자도 같은 기간 동안 17만 5000명 이상 증가함으로써  이 두 가지 운전 직업은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직업 중 하나가 되었다.

온라인 소매업의 성장은 사람들이 구매하는 방식을 변화시켰지만, 소비에 대한 우리의 욕구는 여전하며 오히려 그것을 더욱 증폭시켰을지도 모른다. 결국 소매업 판매직 일자리는 대체되었다기 보다는 이리저리 옮겨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AI는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많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안전성의 향상과 환경 피해 감소 같은 다른 이점들도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만 할 수는 없다. 운전자가 없는 차와 트럭이 오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시장에 나오는 것이 지금까지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어려운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운전 일자리는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일자리의 파괴와 창출이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룰 수 있겠지만, 일자리를 잃는 사람에게 그것이 위안이 될 수는 없다.

더 넓은 쟁점은 AI의 발달로 창출되는 일자리가 과연 질 좋은 일자리냐 하는 것이다. 트럭 운전사는 대개 회사에 소속된 정규직이 아닌 독립계약업체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우버나 리프트와 비슷한 개념인 아마존 플렉스(Amazon Flex)라는 프로그램은 일반인이 개인 승용차를 이용해 배달 서비스에 참여하는 것인데, 아마존은 당연히 수요에 따라 운전자를 고용할 것이다. 아마존은 AI를 이용해 배달할 상품의 수량, 무게, 이동 시간을 기준으로 어느 시점 어느 지역에 필요한 운전자의 수를 계산한다.

운전자들은 자신의 차량과 함께 연료비 등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어떤 복리후생도, 고용 안정도 없으며, 힘든 노동 조건에 대해 보고할 수도 없다. 아마존은 휴일에도 초과근무수당이나 고용에 대한 걱정 없이 많은 운전자를 고용할 수 있다.

긱이코노미가 성장함에 따라 노동법을 현대화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AI 기술은 기업들이 근로자들을 여전히 감시하고 통제하면서도 연방고용지침을 회피하는 공식적인 독립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결과는 합법적인 회색 지대가 생긴다는 것이다. 우버나 그럽허브 같은 기술 회사들은 운전은 그들의 핵심 사업이 아니며 단지 고객을 연결하는 플랫폼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AI를 이용해 고객에게 도달하는 최적의 코스를 계산하고 요금을 책정한다. 그들은 운전자들을 그들의 의도대로 통제하면서 운전자들은 ‘회사 직원’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대부분 오래 전 ‘다른 시대’에 만들어진 노동법의 해석을 놓고 법정에서 다투는 쟁점이다.

지난 1월 발효된 캘리포니아주 법은 많은 긱 근로자들을 회사에 속한 직원으로 재분류하고 있어 우버 같은 회사들이 캘리포니아 운전자들을 통제하려면 그들의 앱을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연방 입법이 필요할 것이다.

이것은 이전에 우리가 겪었던 기술적 변화와 직접적인 유사성이 있다. 산업혁명은 엄청난 번영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19세기 공장의 근로조건은 오늘날 우리가 보는 그 어떤 것보다 훨씬 더 열악했다. 20세기 초반부터 노동조합과 새로운 법률이 제정되면서 임금 인상, 근로조건 개선, 작업장 안전증진이 함께 이루어졌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변화하는 업무의 성격을 관리하기 위해 유사한 사회적 계약을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연방 노동법은 긱 근로자들의 착취를 막고 집단 협상권을 부여하는 등, 긱 근로자들의 지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할 것이다. 더 넓게는, AI가 경제를 혼란스럽게 함에 따라, 미래의 직업에 대해 보다 분명한 정의를 내려주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건강 보험 등 복지 혜택이 한 고용주에게 얽매이지 않도록 탄력성을 부여하고, 재교육을 받고 새로운 직업을 찾는 근로자에게 최소한의 경제적 안전 조치를 확보해 주는 정책을 의미한다.

우리는 다가오는 기술 변화의 물결을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 우리가 더 나은 세상, 더 공정한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도구로서 AI를 포용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