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화학업계가 실적 악화로 인해 배당을 대폭 줄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외국인 투자자 등 주주들의 실망매물 출회 여부가 주목된다. 

일부 기업은 현금배당을 축소하면서 주가가 떨어질 것을 염려해 자사주를 매입 카드를 꺼내고 있지만 대내외 악재가 계속되는 만큼 주가부양 효과를 볼수 있을지 미지수다. 기업들은 다음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실적 개선 방안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대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 SK이노베이션,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한화솔루션, OCI 등 대부분 기업들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감소하면서 2019년 결산 배당을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화학업계 빅2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금호석유화학은 순이익이 2018년 대비 각각 75.2%, 51.8%, 41.6% 감소했고 SK이노베이션, 한화솔루션, OCI는 지난해 4분기 적자전환했다.

LG화학은 시황악화로 석유화학 부문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고 4분기에 ESS화재 충당금을 인식하면서 순이익까지 급감했다. 지난해 결산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 매출액은 15조5000억원으로 2018년 17조원 대비 8.8% 감소했다. LG화학의 지난해 순이익은 3761억원으로 2018년 1조5193억원 대비 75% 이상 줄어들면서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을 6000원에서 2000원으로 낮췄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롯데케미칼은 대산공장 정기보수에 따른 일회성 비용과 원재료 강세로 제품 가격 스프레드가 낮아지면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43.1%, 53.8% 감소했다. 업계가 공급과잉 국면이 심화되는 가운데 경기 침체로 제품 수요가 하락하면서 주식 시장도 약세로 전환되고 있다.

올해 SK이노베이션, 한화솔루션, OCI는 지난해 결산 기준 순이익이 모두 적자로 돌아서면서 대응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SK이노베이션과 한화솔루션은 배당 축소와 동시에 자사주 매입과 소각으로 주가 부양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두차례 배당으로 대표적 배당주로 꼽혔던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2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올해 보통주 한주당 1400원까지 낮췄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부터 올해 5월까지 자기주식 462만8000주를 장내 매입한다고 밝혔고, 취득예정금액은 약 5785억을 예상했다. SK이노베이션은 주가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있지만 지난해 미국법원에서 벌인 전기차 배터리 관련 소송에서 조기패소해 주가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21일 SK이노베이션의 종가는 13만500원으로 패소판결 이후 6일 연속 하락했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빠르게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이달 12일부터 21일까지 8일간 총 43만3542주를 매각했다. SK이노베이션은 기관투자자와 일반투자자의 매도가 증가하면서 자사주 매입에 대한 주가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공장을 원활하게 가동하고 전체적인 실적과 주가 부양을 위해서 LG화학과 합의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솔루션과 OCI는 올해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부문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폴리실리콘 공장의 자산을 전액 상각하면서 순이익이 적자 전환했다. 

이에 따라 OCI는 배당을 1주당 1950원에서 올해 850원으로 56% 축소했고, 한화솔루션도 지난해 1주당 320원 배당에서 올해는 200원까지 축소했다. 한화솔루션 측은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주가부양을 위해 주식소각을 결정했다"면서 "소각 규모는 631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과잉에 따른 시황이 악화되고 대내외 이슈로 경기가 침체돼 지난해 대부분 기업은 실적이 좋지 못했다”면서 “주총에 앞서 실적 개선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