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밀빵으로 유명한 밥스 레드밀(Bob's Red Mill)의 창업자 밥 무어는 90대의 나이에도 회사 대표로 일한다.   출처= Bob's Red Mill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만약 밥 무어가 해 온 일이 틀린 것이 아니라면,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당신의 부를 직원들과 나누는 것이 당신을 90대까지 활기차고 행복하게 해줄 것임이 확실하다.

통밀빵으로 유명한 밥스 레드밀(Bob's Red Mill)의 창업자 밥 무어는 이번 달에 91세가 되지만 실제나이의 절반도 안되는 사람만큼 활기차다. 그는 1978년에, 지금은 사별한 아내 찰리와 함께 곡물가루와 시리얼을 만드는 회사를 세웠다.

비록 2년 전에 최고운영책임자에게 CEO 타이틀을 넘겨주었지만 여전히 회사 대표로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야 한다 해도 일이 좋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이 일을 할 겁니다.”

지난 40년 동안 회사의 성장에 전념해 온 무어의 헌신은 충분한 성과를 거두었다.

오늘날 밥스 레드밀 전세계적으로 400 종류 이상의 통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비상장회사여서 매출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CNN은 밥스 레드밀의 2018년 매출이 최소한 5천만 달러(600억원)를 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회사는 현재 6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데, 이는 10년 전에 비해 세 배나 늘어난 수치다.

어떤 면에서, 밥 무어의 삶은 대기만성형 삶을 사는 모든 사람들의 본보기다. 무어가 회사를 창업했을 때 그의 나이는 49세였다. 그는 이때 이미 다른 회사에서도 일했고 자영업도 운영한 적이 있는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두 차례 주유소를 운영했는데, 두 번째 주유소는 완전 파산했다. 이후 낙농 염소 농장을 운영했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고의 건강식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던 그와 그의 아내는 염소 농장을 운영하면서 맷돌 방앗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내 찰리는 무어에게 건강에 좋은 자연 음식을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늘 강조해 왔다.

세 아들을 포함한 그의 가족은 1960년대부터 통밀 만을 먹어왔다. 그들은 마침내 1970년대 초 캘리포니아주 레딩(Redding)에서 작은 방앗간을 매입하고 무어 제분소(Moore's Flour Mill)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의 가족이 생산한 밀가루는 그 고장에서 판매했는데, 그의 아들 중 두 명은 오늘날까지 이 방앗간을 운영하고 있다.

▲ 밥스레드밀은 400여 종의 통밀 제품을 전세계에 판매하고 있다.   출처= Bob's Red Mill

1978년에 무어는 삶을 완전히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는 생업에서 손을 떼고 아내와 함께 오레곤에 있는 신학대학에 들어가 히브리어와 그리스어로 성경을 공부했다.

신학교에 입학한 지 몇 달 후 산책을 나갔다가 팔려고 내놓은 오래된 맷돌 방앗간을 보고, 그는 다시 사업을 시작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 무어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자 아내 찰리는 당황했다.

"아직도 아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아내는 '우리가 평생 성경을 읽으며 살 거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하면서도 내 생각을 존중해 주었지요.”

그렇게 해서 밥스 레드밀이 탄생했다.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다. 무어는 사업 시작 3년 만에 직원들을 위한 이익 분배 계획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성경에 이르기를 '남들이 네게 해주기를 원하는 대로 남에게 행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는 “내가 종업원이라면 내가 기여한 이익 창출의 일부를 갖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수익이 충분하지 않아 월급도 제 때 주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보상은 계속 늘어났다. 밥스 레드밀의 직원들은 지난 29년 동안 정규 급여 외에 매달 이익분배금을 받아왔다.

"나는 직원 모두가 회사의 이익을 나눠 갖기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많은 보상을 해 줄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 자랑스럽습니다."

무어와 아내 찰리, 그리고 거의 같은 연배인 두 명의 동업자들이 나이가 들면서 은퇴를 고려하게 되었다. 주변에서 회사를 매각하라는 제안이 많이 있었지만 그는 자신이 회사를 매각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무어는 더 이상 자신이 회사에 없을 때를 대비하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와 그의 동업자들은 종업원 지주제도(Employee Stock Ownership Plan, ESOP)를 도입해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누어 줌으로써 회사에 대한 소유권을 직원들에게 주기로 결정했다. 밥스 레드밀은 직원들이 중도 퇴사하는 경우 퇴사 후 5년이 지나거나, 정년이 되면 직원들의 보유 주식을 현금으로 지급해 준다.

오늘날 밥스 레드밀의 직원들은 회사 지분 3분의 2를 소유하고 있다. 향후 몇 달 내에 직원들에게 100% 무상 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익분배 계획과 ESOP는 회사를 성공시킨 팀원들의 노고에 보답하고 싶은 것 외에도, 이 제도로 인해 직원들이 자신의 노력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 하고 주인의식을 갖도록 가르쳐 준다는 점이 좋다고 무어는 말한다.

"직원들은 더 열심히 노력할 수록 더 많은 것을 얻는다는 것을 스스로 배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