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일 기자] 최근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유입되는 자금이 급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회복 지연 우려 등으로 투자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유동성이 증시로 흘러갈 수 있도록 공모펀드에 대한 소득공제 등 당근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국내 MMF의 설정액 규모는 연초대비 44조466억원 늘어난 148조90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종전 최고치인 2017년 5월 기록한 138조원대를 넘어서는 사상 최고치다.

지난해 2년 만에 연간 기준으로 증가세로 전환됐던 MMF는 새해 들어서도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MMF는 2월 들어서만 20조5145억원 늘었다.

이같은 급격한 유입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시장을 지배했던 2009년보다 더 강하다는 분석이다.

2009년에도 연초 이후 약 2개월 만에 37조원 이상 증가하면서 처음으로126조대를 돌파, 당시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9월(약 62조3000억원) 이후를 기준으로 보면 약 5개월 동안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MMF 등으로의 자금 유입 집중을 우려하여 다양한 대책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MMF 설정액 대규모 증가는 국고 자금과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관의 여유자금이 유입되며 나타난 현상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은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것도 아닌 데 투자자들의 행태가 매우 경직돼 있다는 분석이다.

▲ MMF 설정액 및 월별 증감 추이. 출처=금융투자협회, 신영증권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해부터 이어져온 사모 펀드관련 이슈 등으로 인해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금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연초부터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로 경기회복 지연이슈 등이 불거지면서 더욱 더 투자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단기 유동성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급격히 증가한 MMF 설정액도 쉽게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1~2월 MMF에 임시로 머물다가 자금이 사용처가 확정되면 자금이 유출돼 MMF 설정액은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올해는 짧은 기간에 많은 자금이 유입되면서 투자처를 찾아 떠나기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MMF 뿐만 아니라 유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광의통화(M2)도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7.9%(213조원) 증가하며 통계가 발표된 2001년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뿐만 아니라 특히 부진한 국내 증시 상황과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등으로 투자할 곳을 못 찾은 부동자금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주식시장이 다시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 상승 흐름을 보여준다면 단기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당분간은 시장을 관망하는 성격의 부동자금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 연구원은 "국내 주식형 펀드 등에 투자한 일정 금액에 대해서 소득공제 혜택 등을 준다면 공모 펀드 활성화에 도움이 됨과 동시에 급격히 증가한 유동성이 흘러갈 길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와 같은 사태로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이 많은 이때에 이와 같은 혜택으로 투자가 증가해 증시가 양호한 모습을 보인다면 소비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