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연수구 송도바이오대로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전경. 출처=삼성바이오로직스

[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지난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총 9곳의 상장 기업들이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올해도 상위 제약사들은 이변이 없는 한 매출 1조원대 문턱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다수의 기업이 첫 1조 클럽 진입에 성공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신규 회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자칫 1조 클럽에 새롭게 합류할 기업이 단 1곳도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상위권과 중하위권 제약사 간의 매출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쏠림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1조 클럽에 가장 근접한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지난해 공장 가동률 상승과 환율 개선 효과로 전년 대비 30.9% 늘어난 701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아직 1조 클럽까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지만 최근 이 회사의 성장 속도를 감안했을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3개의 공장에서 36만2000L에 달하는 생산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경쟁사인 스위스의 론자(26만L)나 독일의 베링거인겔하임(24만L)을 뛰어넘는 규모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위탁생산(CMO) 중심에서 위탁개발(CDO)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CMO 35건, CDO 42건, CRO(위탁연구) 10건을 수주했다. 올해는 CMO 12건, CDO 18건 이상 추가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이 회사는 올해 1, 2공장을 풀가동하기 위한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또 단일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3공장은 올해 가동률을 60% 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파트너사와 지속적으로 추가 수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도 점차 탄력을 받으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출 증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럽에서 판매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만 약 6500억원에 육박한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연간실적 추이 및 전망(단위: 십억원, %). 출처=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매출 9590억원, 영업이익 1720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37%, 영업이익은 88% 증가한 수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 CDMO 사업 호조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거둘 경우 연내 1조 클럽 진입도 기대해볼 만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외에 동아에스티, 제일약품 등 매출 6000억을 돌파한 제약사들도 1조 클럽 가입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합성의약품에 중점을 둔 사업 구조상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단기간 매출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수주역량 강화를 위해 올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CDO R&D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라며 "3공장 수주물량을 연말까지 CAPA의 60%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