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다음 달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진그룹과 3자 주주연합(조현아 전 부사장·KCGI·반도건설)의 샅바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강성부 KCGI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진그룹 때리기에 나섰다.

최근 발표한 주주제안이 기대만큼의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데다, 이틀전 김치훈 사내이사 후보까지 사퇴하면서 3자 주주연합이 명분과 실리 모두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판 뒤집기를 시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날 강대표의 주장은 기존의 입장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 강성부 KCGI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기자

강성부 KCGI 대표는 20일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한진그룹 총체적 경영실패의 원인은 근시안적 투자의사결정과 오너일가의 독단적 의사결정”이라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 조원태 회장이 물러나라는 것이라 생각해도 좋다”고 말했다.

이날 강 대표는 오너일가의 독단적 의사결정으로 인한 투자 실패의 사례로 ‘한진해운’ 인수를 언급했다. 그는 “수많은 애널리스트와 전문가들이 인수 시 큰일이 난다고 우려했다”며 “의사결정구조가 독립적이고 책임지는 구조였다면 절대 그런 의사결정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공개한 대한항공의 경영 실적을 보면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적자는 1조7414억원에 달한다. 2014년 지주사 전환에 따른 회계상 이익을 제외하면 최근 5년 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특히, 지난해 3분기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861.9%로 심각한 상황이다. 

강 대표는 “지난해 KCGI의 공개제안 이후 송현동 매각, 부채비율 감소 등을 한진그룹이 수용했는데 실질적으로 이뤄진 게 없다”며 “부채비율은 오히려 훨씬 늘었다”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한진그룹 경영 체제의 문제점을 분석하는 동시에 정관 변경안, 자신들이 그리는 기업의 모습을 발표하기도 했다. KCGI를 비롯한 3자 주주연합의 최종 구상안은 완전 전문경영인 체제다.

그는 주주연합의 차별점에 대해선 “주주들은 경영에 나서면 안 된다. 대주주 사익편취 원천봉쇄했다는 점이 우리의 가장 큰 차별점이고, 오너중심에서 이사회중심경영으로, 상명하복에서 전원참여로, 사적 감성적 독단적에서 공적 이성적 투명으로 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 강성부(오른쪽) KCGI 대표와 김신배 한진칼 이사후보(왼쪽)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기자

기자간담회에 함께 자리한 김신배 한진칼 이사후보는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을 예시로 들었다. 

김 이사후보는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은 지주회사가 각 계열사의 CEO 선임과 인사를 객관적 분석에 따라 하고 경영 컨설팅만 한다”며 “ 한진칼 대표가 되면 발렌베리 가문처럼 각 기업의 전문가들에게 경영을 맡길 방침”이라고 말했다.

발렌베리 가문은 SEB(은행), ABB(중공업), 아스트라제네카(제약), 아틀라스콥코(산업장비), 일렉트로룩스(가전), 사브(방위산업), 에릭슨(통신장비) 등 계열사를 지주회사인 인베스터를 통해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지주회사는 각 계열사 CEO 선임과 평과에 관여하고 경영은 이사회를 중심으로 일임하고 있다.

이를 한진그룹에 적용하면 조원태 회장을 포함한 모든 오너일가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앞서 주주연합은 ‘배임, 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확정되고,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는 이사직을 상실’하는 정관 개정안을 제안한 상태다. 이 정관 개정안이 반영되면 조 전 부사장은 물론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전무도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다.

강 대표는 이날 대한항공이 ‘미래형 항공사’로 거듭나야 한다며 ▲디지털 컨버전스 ▲면세점 쇼핑 ▲여행 ▲항공우주 사업을 통해 항공사가 플랫폼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강 대표는 이날 한진칼 주가를 올린 뒤 손을 뗄 수 있다는 ‘먹튀’, ‘투기자본’ 논란과 관련해서 “펀드 최장 만기가 14년이고 락업이 10년 이상 걸려있다”며 “장기적으로 기업의 펀더멘털을 개선해 그에 따른 기업 가치가 올라가면 정당한 이익을 받겠다”고 말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참여와 관련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강 대표는 “주주들은 경영에 절대 나서지 않는다는 확약 내용이 있다. 주주들이 이사회에 나가지 못하도록 확실히 돼 있다”고 답했다.

김신배 한진칼 이사후보의 전문성 부족 논란과 나오는 점을 두고 강 대표는 “오히려 항공업에만 종사한 인사는 틀을 깨는 혁신 아이디어가 없을 수 있다”며 “김 이사 후보가 히딩크 감독같은 사람이 돼 한진그룹을 레벨업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강 대표는 “조 전 부사장, 반도그룹과 전문경영인 제도를 도입하기로 합의하면서 모든 주주가 개인적 사심을 내려놨다”며 “조 회장은 사실상 모든 경영권을 내려놔야 한다. 이번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무조건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단언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3자 주주연합의 동의를 얻어 진행됐지만 강성부 KCGI 대표와 김신배 한진칼 이사후보만 참석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반도건설 측은 물론이고 이외 사내·사외 이사 후보도 참석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이미지가 채 사라지지 않은 가운데 대외 이미지 악화를 우려, KCGI만 참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