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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큐레이션] X60 물량 따낸 삼성, 파운드리 전략 절묘하네TSMC 길들이려는 퀄컴...살 내주고 뼈 친다?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퀄컴이 3세대 5G 모뎀인 스냅드래곤 X60 5G 모뎀-RF 시스템(X60)을 공개한 가운데, 일부 물량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소화하는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실제로 로이터와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퀄컴의 X60을 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을 통해 제작하며, 양산된 물량은 2021년 프리미엄 라인업에 탑재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퀄컴 모두 X60 제작에 대한 공식적인 코멘트는 없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X60 물량 일부를 소화하는 것은 사실로 보이며, 이는 삼성전자의 절묘한 파운드리 전략 노림수와 퀄컴의 TSMC 견제 등 복합적인 전략이 녹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삼성전자 클린룸. 출처=삼성

삼성이냐, TSMC냐

시장조사업체 트랜스포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의 TSMC는 무려 52.7%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17.8%에 그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전략을 가동하며 빠르게 20% 점유율을 노린다는 각오지만 TSMC의 존재감이 만만치 않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의 강자인 퀄컴은 파트너를 선정함에 있어 상황에 따라 삼성전자와 TSMC를 번갈아 활용하고 있다. 모든 물량을 하나의 기업에 몰아주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상황에 따라 각 파운드리 파트너의 물량을 조절하는 일반적인 전략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퀄컴 테크 서밋에서 스냅드래곤 865와 765가 등장한 가운데 퀄컴은 최상위 라인업인 스냅드래곤 865 제작은 TSMC에 맡기고 765 시리즈는 삼성전자에 제작을 맡겼다. 당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은 한국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가 765 및 765G SoC를 제작한 것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 크리스티아노 아몬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이런 상황에서 퀄컴이 3세대 5G 모뎀인 X60을 공개했다. X60은 5나노미터 기술을 5G 베이스밴드에 채택했으며, 5G 모뎀-RF 시스템에서는 세계 최초로 밀리미터파(mmWave) 및 6GHz 이하 주파수 대역에서 TDD와 FDD를 모두 지원한다. 안테나 솔루션은 단말기가 지원하는 5G의 평균 속도를 개선함과 동시에 전세계 통신사를 위해 성능과 용량을 향상하도록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5G VoNR(Voice-over-NR)과 더불어 주요 스펙트럼 밴드, 모드 및 조합을 통해 5G SA (standalone) 로의 이행에 맞춰 다양한 존재감을 발휘할 전망이다. 나아가 스냅드래곤 X60은 광케이블 수준의 인터넷 속도와 저지연성을 5G에서 구현해 응답률 속도가 높은 멀티플레이어 게이밍 및 몰입형 360도 영상부터 커넥티드 클라우드 컴퓨팅까지 커버한다.

X60이 등장하자 업계에서는 누가 파트너가 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됐다. 퀄컴은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의 강자이면서 5G 시장에서는 9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한 절대자다. X60의 물량을 따내는 쪽이 파운드리 측면의 5G 시장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퀄컴이 이 물량을 어디에 줄 것인지는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한 바 있다.

▲ 지난해 12월 퀄컴 테크 서밋. 사진=최진홍 기자

일각에서는 TSMC에 많은 물량이 집중될 것으로 봤다. 지난해 12월 등판한 스냅드래곤의 경우 최상위 라인업인 865를 TSMC가 맡았기 때문에, 퀄컴이 도래하는 5G 시장을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중요한 3세대 5G 모뎀 제작을 검증된 파운드리 업체에 밀어줄 것이라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삼성전자가 X60 물량을 일부 따내며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로이터는 “삼성전자의 퀄컴 계약 수주는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 영역에서 고객을 확보하려는 삼성의 노력에 진전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 X60 모뎀. 출처=퀄컴

엑시노스 내어주고, X60 물량 받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X60 계약을 일부 따낼 수 있었던 비결로 크게 세 가지를 거론한다.

먼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경쟁력이다. 아직 기술력은 TSMC의 존재감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최근 점유율 상승 동력이 떨어지고 있으나, 메모리 반도체 외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개척하려는 삼성전자의 노력은 이어지는 중이다. 그 연장선에서 차근차근 파운드리 시장에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것이 X60 수주 계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음으로는 퀄컴의 전략적 선택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1차 합의로 진정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미국 정부는 중국 ICT 인프라에 대한 압박 수위를 올리고 있다. 화웨이가 대표적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화웨이의 백도어 논란까지 지피면서 자국 기업과 화웨이의 거래를 차단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 법무부가 공소장 변경을 통해 화웨이에 대북제재 위반 혐의까지 제기하며 판을 키우고 있다. 심지어 동맹국을 압박해 화웨이 5G 장비를 사용하지 말도록 촉구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중국 ICT 기업에 대한 압박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퀄컴이 중화권 기업인 대만의 TSMC와 밀잡한 파트너십을 자랑하는 것은 정치적인 위험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국가 안보를 이유로 싱가포르 기업의 브로드컴(현재는 미국으로 본사를 옮겼음)이 퀄컴을 인수하는 것을 행정명령으로 막은 전적까지 있다.

R결국 퀄컴이 5G 3세대 모뎀 제작을 TSMC에 온전히 맡기는 것은 그 자체가 리스크다. 게다가 TSMC는 미국의 압박에 이어 코로나19 쇼크, 이에 따른 애플‘발’ 악재로 올해 1분기 매출 목표치 달성이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퀄컴의 이번 선택이 복합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편 마지막 비결로는 삼성전자의 전략적 선택이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20일 출시되는 갤럭시S20에 자사의 모바일 AP인 엑시노스를 모두 포기하고 AP와 5G 모뎀 모두 퀄컴 스냅드래곤으로 통일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신형 스마트폰에 내수용은 엑시노스를, 외수용은 스냅드래곤을 탑재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선택이라는 평가다. 여기에는 스냅드래곤의 기술력이 엑시노스를 상회한다는 현실인식과 더불어, 최신 스마트폰에 퀄컴의 라인업만 채워 ‘다음 물량’을 소화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살(갤럭시S20에 퀄컴 제품 단일화)을 내주고 뼈(X60 물량 일부 소화)를 취한 셈이다.

그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X60 물량 소화, 갤럭시S20에 엑시노스를 포기한 점을 두고 ‘시스템 점략의 로드맵이 더 선명해졌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전략을 키우며 팹리스에는 역량을 덜 집중하는 한편, 모바일AP보다는 파운드리 자체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 노태문 사장이 갤럭시S20을 공개하고 있다. 출처=삼성

시스템 반도체 전략, 선명해진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매출 80%는 메모리 반도체서 나온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플랜B로 파운드리 전략 강화를 선택했다.

지난해 4월 발표된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30년까지 133조원의 투자를 단행해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최강자를 노리는 것이 핵심이며 연구개발에 73조원,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투입하는 로드맵도 나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다. 삼성전자는 2005년부터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한 상태며 2010년 모바일 AP 엑시노스 양산을 통해 그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또 2013년에는 800만화소 아이소셀 모바일 CIS를 양산했고, 2015년에 업계 최초로 14나노 핀펫 공정을 적용한 엑시노스7 옥타 양산을 통해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 이후로는 공격적인 EUV 공정을 내세워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133조원 투자 로드맵까지 나온 셈이다.

▲ 삼성 화성 반도체 라인. 출처=삼성

삼성전자는 현재 파운드리 생산시설인 화성캠퍼스 S3 라인에서 EUV 기반 최첨단 공정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2021년 3나노 공정까지 노리고 있다. 7나노에 이어 3나노에서도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GAA를 적용한 3나노 반도체는 최근 공정 개발을 완료한 5나노 제품에 비해 칩 면적을 약 35% 이상 줄일 수 있으며, 소비전력을 50% 감소시키면서 성능(처리속도)은 약 30% 향상시킬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월 사내 첫 행보로 파운드리 미세공정 현장을 방문해 “과거의 실적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면서 “역사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신년회에 참석한 후 3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찾아 5G 네트워크 통신 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 참석한 가운데, 올해는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선언한 셈이다.

문제는 TSMC의 존재감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점이다. TSMC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전략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2020년 상반기 5나노 공정 양산을 개시하고 2022년 3나노 공정 양산을 대비하는 등 발 빠른 대비를 보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다소 주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 이유로 삼성전자의 X60 물량 일부 수주가 큰 의미를 가진다. 퀄컴의 X60은 3세대 5G 모뎀칩이자, 2021년을 기점으로 프리미엄 기기를 사실상 장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매출 상승도 노려볼 수 있지만, 그 보다는 X60을 통해 5G 시장에서 확실한 포트폴리오를 쌓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 파운드리 경쟁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이야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제조하며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도 나서는 한편 5G 네트워크, 파운드리 사업까지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파트너들이 ‘보안’을 이유로 협력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기존 메모리 사업부와 시스템LSI 사업부를 쪼개 파운드리 사업부를 신설한 가운데 다양한 선택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러한 노력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력을 확충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20.02.20  11: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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