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모임에서 초면인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비즈니스맨들이 있다고 가정해보시죠. 이분들중에 여러분에게 먼저 다가와 대화를 이어가는 성향 순으로 한번 나열해 보실까요?

물론 개인차는 있겠으나, 관계문화적 특징만 고려해본다면 아마도 미국 > 프랑스 > 영국 > 독일 비즈니스맨 순서일 것입니다.

저는 업무상 다양한 국가의 비즈니스 네트워킹 모임에 자주 참석합니다. 미국상공회의소 행사의 경우는 처음 참석하여 초면이어도 네트워킹을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시간 효율성과 실리를 중시하는 미국 비즈니스맨들은 기꺼이 다가와 자신을 소개하고, 주변 참석자들과 자연스럽게 명함을 교환하며 대화를 나눕니다. 그러다 서로 이해관계가 맞으면, 별도 약속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그러나 서로 꽤 가까워졌다 느끼는 경우에도 만약 상대가 자신의 프라이버시 (Privacy)를 조금이라도 침해한다고 느끼면, 냉정하리만큼 일정거리를 두는 ‘제한적인 친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프랑스 비즈니스맨들은 미국인 정도는 아니지만, 초면이어도 네트워킹에서 우호적이며 친절하게 상대방을 대합니다. 인간관계에서도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친구 사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신체접촉이 이루어지고 서로의 뺨을 맞추는 그들 특유의 ‘비주 (Bisous)’ 인사를 주고 받습니다. 보기에 친밀하고 쉽게 타인을 받아들이는 듯 보이지만, 프랑스인들은 개인의 프라이버시인 내밀한 부분은 개방하지 않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심리학자인 ‘쿠르트 르윈 (Kurt Lewin)’은 이러한 미국과 프랑스인들을 ‘복숭아 (peach)’에 비유하였습니다. 복숭아 관계문화는 부드러운 껍질과 과육처럼 외부인에게 우호적 감정과 친밀함을 표시하지만, 그 중심의 단단하고 견고한 씨처럼 자신의 내면은 좀처럼 열지 않는 편입니다. 반면에 영국과 독일 사람들은 겉이 단단한 ‘코코넛 (coconut)’에 비유됩니다. 코코넛 열매는 딱딱하고 견고한 껍질로 쌓여 있어, 이방인이 이들 영역으로 접근하는 것은 코코넛 껍질을 뚫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고 상대방의 허락을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자, 그럼 코코넛처럼 단단한 영국과 독일 비즈니스맨들에게는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자연스럽게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요?

영국 비즈니스 모임에서는 그 모임의 기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개역할’을 해주실 있는 분을 통해 두루 소개를 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영국사회에서는 관계를 형성하는데, 중개역할을 하는 다양한 ‘회원제 클럽들’을 통해 주로 사교활동을 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네트워킹에서 가장 어려운 상대는 단연 독일 비즈니스맨들입니다. 이들과의 만남시, 상대가 다가와 인사하기를 기다리지 마세요. 여러분이 먼저 인사를 건네고, 그들의 대화에 적극 참여하면서 관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시간을 두고 꾸준히 조금씩 신뢰를 쌓고 친밀해지는 방법 외에는 비법이 없습니다. 견고하고 딱딱한 코코넛을 뚫고 들어가자면, 아무래도 노력과 시간이 필수적이겠지요.

 “자, 이제 글로벌 파트너들과 품격있게 비즈니스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