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지엠의 대형 SUV 트래버스.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한국지엠의 ‘트래버스’ 등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모델이 작년 출시된 데 이어 올해엔 제네시스 ‘GV80’ 등 동급 럭셔리 모델들이 등판했다. 국내 대형 SUV시장이 다양한 라인업을 갖춤에 따라 고객 관심도 더욱 집중되고 있다. 한국지엠이 현재 떠오르고 있는 대형 SUV 시장에 투입한 트래버스는 단순하지만 요긴한 사양들을 갖춘 상품성을 바탕으로 고객들의 한 선택지로 자리매김했다.

트래버스 최상위 트림인 레드라인 모델의 검정(미드나이트 블랙) 모델을 시승했다. 트래버스의 디자인에선 다소 구식의 느낌을 자아내는 일부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커버가 주황색으로 덧칠된 전면부 방향지시등이나 전조등 부위 디자인, 대시보드 형태 등 요소는 다른 차량의 과거 모델에서 찾을 수 있는 요소다. 트렌드와는 약간 동떨어진 느낌을 자아낸다.

▲ 트래버스의 전면부.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반면 만족스러운 부분 가운데 하나는 쉐보레 강점인 직관성이 잘 반영된 점이다. 스티어링 휠 뒷면 좌우에 부착된 오디오 조작 버튼이나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냉·온시트, 온도조절 등 기능의 버튼들이 대표 요소다. 이 버튼들은 트래버스 차량을 처음 타는 고객도 금새 위치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 심플하게 배치돼 있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의 화면도 블루투스, 내비게이션 등 기능을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실내공간도 대형 SUV 명색에 걸맞게 넓다. 독립 좌석인 2열에 앉은 뒤 3열 좌석을 앞으로 접어도, 1열 좌석 뒷부분과 무릎 사이에 30㎝ 이상 간격이 생긴다. 시트 착좌감에 있어선 1열 시트가 안락한 데 반해 2열이 약간 딱딱하다. 3열은 차량 운행 시 통통 튀는 느낌이 있고 청소년 이하 승객이 여유롭게 탈 만큼 좁지만 경쟁 모델보다 더 협소하진 않다.

▲ 트래버스의 대시보드 전경.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트래버스는 3,6 V6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 등 파워트레인을 갖춰 314마력(ps), 36.8 ㎏·m 등 수준의 구동 성능을 발휘한다. 거대한 몸집에 비해 기민하다. 액셀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은 밟는 힘을 가볍게 밀어내는 정도의 저항감을 갖추고 있고 급발진·급제동이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응답성을 보인다. 다만 각 페달을 지그시 누르고 있으면, 차량이 마치 운전자의 의도를 파악한 듯 속력을 신속히 조절한다.

연비는 공인 복합연비(8.3㎞/ℓ)에 비해 잘 나온다.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에서 강변북로를 거쳐 서울역까지 44.3㎞에 달하는 구간을 달렸다. 이른 오전 시간이라 교통이 원활했고 두어번 급제동했지만 가급적 관성 운전을 실시했다. 목적지 도착 후 나타난 연비는 11.9㎞/ℓ로 차급 대비 높은 효율을 보였다.

▲ 3열 좌석을 앞으로 접은 뒤 2열 좌석에 앉아 레그룸 규모를 측정하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3m에 달하는 휠베이스와 5.2m의 전장 등 스펙 덕에 방향 전환 시 안정감도 높다. 급격히 코너를 돌거나 유턴할 때도 몸이 쏠리는 현상을 잘 방지해준다. 이밖에 엔진 구동음이나 노면소음, 풍절음 등 소음들이 실내에서 아득하게 들릴 정도로 잘 차단된다. 주행 중 승차감은 경쟁 모델에 비해 약간 뒤떨어진다. 험로에 적합한 5링크 서스펜션이 장착됨에 따라 일반 도로에서 장애물을 지날 때 차가 덜컹거리거나 충격을 다소 거칠게 흡수해 내보낸다.

이외에도, 트래버스에 크루즈 컨트롤이 없고 차선 유지 보조시스템의 성능이 뒤떨어지는 등 자율주행 기능에 취약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 운전석에서 바라본 2~3열 전경.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트래버스의 전반적인 이미지는 듬직하고 수수한 외모에 깊은 배려심을 가지고 있어 함께 여행 떠나고픈 사람에 비유할 만하다. 비교적 가볍고 탄력적인 모노코크 플랫폼을 장착하고 탁월한 주행능력을 갖춘 트래버스는 험로보단 트레일러를 이끌고 휴양지를 즐겨 찾는 고객들에게 잘 어울린다. 트래버스의 가격대는 4590만~56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