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까지 큰 인기를 끌었던 마라탕.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자연기자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감이 다소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확산되면서 중국식품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동안 외식업계에서 식을 줄 몰랐던 ‘마라탕’ 인기가 순식간에 시들해지면서 소비자들 또한 자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 한 커뮤니티에서는 한국 재료로 만드는 마라탕 요리법까지 등장했다.

‘마라탕’의 인기는 펭수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맵고 얼얼한 탕’이라는 뜻의 마라탕은 각종 채소와 고기, 면 등을 취향에 맞게 골라 넣을 수 있는 중국 쓰촨 지방 음식이다. 약 2년 전부터 맵고 중독적인 맛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국내 주요 번화가에 재한 중국인, 중국 동포들이 연이어 가게를 냈다. ‘마라탕에 빠지고 마라탕’, ‘혈중 마라농도’ 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마라탕의 중독성이 강해 젊은 층 위주로 SNS에서도 크게 유행했다.

▲ 18일 대학로 메인거리에 위차한 마라탕 전문점.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자연기자

그러나 코로나 감염 우려가 마라탕까지 번졌다. 대부분 마라탕이나 훠궈 전문점의 사장과 직원은 중국인이거나 조선족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용하는 식재료도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해 오는 경우가 많다보니 재료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다. 일각에서는 식당에서 사용하는 중국산 김치 기피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19일 기자가 둘러본 서울 대학로 주변 마라탕 집은 저녁식사가 가까워지는 시간 임에도 매장에 손님이 붐비지 않았다. 심지어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마라탕 집은 1층에만 손님들이 보일뿐 2층은 텅 비어있었다.

평소 마라탕을 즐겨먹는다는 이모 씨(여·27)는 “춘제 기간 휴무였던 마라탕 집은 방문하기 더 꺼려진다”면서 “그 사이 직원들이나 사장님들이 고향에 다녀왔을 수도 있어서 코로나 감염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불안감을 드러냈다.

대학로에서 마라탕 집을 운영하는 사장 A씨는 “우리 매장은 모두 한국인들인데 선입견이 생겨서 들어왔다 나가는 손님들이 빈번하다”면서 “신종 코로나 사태가 끝난다 해도 마라탕에 대한 인식이 나빠져서 우리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고 토로했다.

▲ 18일 대학로에 위치한 한 마라탕 전문점에 1층과 2층 모두 한산한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자연기자

많은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성황하고 있는 배달음식 업계에서도 중국음식은 외면받고 있다. SNS에선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을 거를 수 있도록 배달앱에서 대표명을 확인하는 방법까지 공유될 정도다. 

배달앱에 등록된 한 마라탕 전문점은 ‘저희 매장은 점주, 직원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한국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음식이나 식재료를 통한 감염은 불가능하다는 질병관리본부의 입장도 나와 있는 상태이므로 모든 음식을 안심하고 드실 수 있습니다’ 등의 공지를 띄웠다. 

배달음식까지 코로나 감염 우려가 확산되자 ‘마라 마니아’들은 직접 해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집에서 한국 재료로 만드는 마라탕 요리법을 공유하고 직접 만든 마라탕을 인증하는 사람도 등장했다.

▲ 배달앱에 등록된 한 마라탕 전문점의 코로나 관련 공지. 출처=해당 배달앱 캡쳐

그러나 전문가들은 음식을 통해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의견이다. 오히려 근거 없는 루머와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인한 과도한 ‘차이나 포비아’는 지양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중국산 식자재가 제조부터 실려 오는 과정까지 시간을 고려할 때 바이러스가 살아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고, 또한 코로나19는 호흡기를 통한 감염증인 만큼 음식물을 통해서 감염이 발생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즉 마라탕이나 훠궈, 중국산 김치를 섭취해도 감염의 위험은 낮고, 중국산 물품을 택배로 받아도 감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섭취해 감염될 우려는 전혀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바이러스는 음식물에 묻어서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코·눈의 점막 등을 통해 침입하는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