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19일 나란히 실시간 검색어 등 포털 검색 관련 정책 변경을 발표했다. 네이버는 카카오의 행보를 일부 따라가면서 편의성을 높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카카오는 약속했던 정책들을 전개하는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 출처=갈무리

네이버 "고민의 산물"
네이버는 연예 뉴스 댓글을 잠정 폐지하고 인물명에 대한 연관 검색어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연예 뉴스 댓글 폐지를 두고 "가장 앞선 기술 솔루션과 운영정책으로 지금의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연예인이기 전에 인격권을 보호 받아야 할 개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이 우선이라 판단했다"면서 "연예인을 아끼고 응원하는 팬들의 댓글이 아무리 많아도 소수의 악플이 연예인 개인에게 끼치는 부정적 영향력이 너무나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어 "현재의 기술적 노력만으로는 연예인들의 고통을 해소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을 인정하고, 연예 정보 서비스의 구조적인 개편이 완료될 때까지 연예뉴스 댓글을 닫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연예 정보 서비스는 스타의 개인적 근황이나 사생활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콘텐츠 대신 실제 활동의 결과물인 작품을 중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연예인을 포함해 인물명 검색 시 제공되는 연관검색어와 자동완성어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정책도 펼친다. 네이버는 "연관검색어는 이용자가 입력한 검색어와 함께 추가로 궁금해할 수 있는 키워드를 제안하고, 자동완성은 이용자의 타이핑 수고를 줄여 주기 위한 기능"이라면서 "다만 이용자가 입력한 검색어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이 공간에서 확인되지 않은 루머나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는 키워드가 노출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에 해당 인물의 인격권을 존중하고 사생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관검색어를 전면 폐지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자동완성 기능은 이용자의 편의를 위한 필수적인 기능이기에 상시적인 개선을 진행하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 밝혔다.

네이버는 4.13 총선을 대비한 정책 변경도 밝혔다. 먼저 4월 2일부터 15일까지 급상승검색어 서비스 운영을 중단한다. 급상승검색어 순위에 대한 집중도를 낮추기 위해 연령별로 차트 노출을 차별화하고 지난해부터 인공지능(AI) 기반의 검색어 추천 시스템인 RIYO(리요)를 적용했으나 다수의 관심사가 선거라는 큰 현안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되는 4월 2일부터 투표가 종료되는 4월 15일 18시까지 일시적으로 급상승검색어 운영을 중단한다.

후보자명 검색에서 연관검색어 및 자동완성 기능도 중단되고 후보자명 검색에서 검색어 제안 기능도 중단된다. 나아가 총선과 관련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받아볼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 사진=전현수 기자

카카오 "약속이행"
카카오는 20일부터 실시간 이슈 검색어를 완전히 종료한다. 지난해 기자회견을 통해 연예뉴스 댓글 폐지에 이어 실시간 이슈 검색어까지 폐지하기로 한 약속을 지킨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는 "다음 모바일 PC 첫 화면 및 미디어, 검색 서비스에서 실시간 이슈 검색어 서비스 영역이 제거된다"면서 "기존 통합검색 우측 실시간 이슈 검색어 영역에는 분야별 검색어와 같이가치 추천글이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서비스가 종료됨에 따라 이용에 불편을 느끼실 수 있다"면서도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사회와 이용자분들에게 기여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임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연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여 불편보다 큰 편익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옳은 길일까?'
네이버의 정책 변화는 정치권의 압력, 이에 따른 자정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소위 드루킹 사건으로 네이버의 플랫폼 공공성이 도마 위에 오른 상태에서 연속적인 정책 변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4.13 총선이라는 민감한 시기를 맞아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논란의 소지가 있는 정책을 완전히 폐기하겠다는 의지도 감지된다.

연예 뉴스 댓글 폐지는 카카오가 먼저 시행했기에 예정된 수순이라는 말이 나온다. 다만 이 역시 쉬운 결단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연예뉴스 댓글을 중단하기로 한 결정은 사용자 ‘표현의 자유’이자 ‘양방향 소통’이라는 가치를 지켜야하는 대표 인터넷 사업자로서 굉장히 고통스러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연관 검색어 폐지 결정도 눈에 들어오지만, 급상승검색어 중단은 의외라는 말이 나온다. 네이버는 급상승검색어가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됐으며, 조국 전 장관 이슈를 기점으로 특정 진영의 이데올로기에 매몰됐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끝까지 급상승검색어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네이버의 전략과도 관련이 있다. 포털보다는 카카오톡을 매개로 하는 카카오는 관련 정책에 있어 유연함을 유지할 수 있으나, 네이버 입장에서 빅데이터 수집과 관련이 있는 급상승검색어는 스몰 비즈니스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카드기 때문이다. 그러나 4.13 총선을 앞 두고 네이버를 향한 정치권의 불필요한 압박이 예상되는 만큼 전격적인 결단을 내렸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네이버가 급상승검색어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네이버의 이번 조치가 한시적이라는 '한계'도 있다.

카카오는 생각보다 강하게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분위기다. 연예 뉴스 댓글 폐지에 이어 예상됐던 실시간 이슈 검색어 종료까지 이끌었다. 이는 카카오의 강력한 자정의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포털보다는 상대적으로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메신저 기능에 집중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영향을 미쳤다는 말도 나온다.

한편 업계에서는 두 인터넷 사업자의 행보를 두고 '착찹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두 기업 모두 국내 인터넷 업계를 이끌며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줬고, 표현의 자유가 용인되는 선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과도한 압박과 일부 그릇된 행태를 보이는 악플러들로 인해 두 인터넷 기업은 필요이상의 타격을 받았고, 많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고육지책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지경에 몰렸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