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한진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치열한 가운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중심으로 뭉친 3자 연합(조현아 전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이 실리는 물론 명분에서도 크게 밀리는 분위기다.

최근 이사진 후보를 발표하며 기세를 올렸으나 후보자 중 한 명인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가 사퇴의사를 밝혀왔고, 이 대목에서 3자 연합은 '건강상의 이유'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김 전 상무는 '조원태 회장 지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KCGI와 반도건설을 규합해 조원태 회장에 날을 세웠다. 그러나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원태 회장에 힘을 실어주며 위기를 맞이했다. 조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의 전문경영인 도입 등을 주장하는 '외부세력'인 KCGI과 손을 잡은 대목이 결국 조원태 회장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3자 연합의 위기가 이어졌으나,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13일 김신배 전 SK 부회장(현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4명(기타 비상무이사 1명 포함)과 사외이사 4명 후보를 추천하며 반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3자 연합은 “참신하고 능력있는 전문경영인과 외부전문가들로 한진칼의 이사진이 구성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이번 주주제안을 통해 한진칼이 대주주 중심의 경영에서 벗어나 이사회 중심의 경영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3자 연합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이사진 추천으로 민심을 잡으려 했으나, 대한항공 노조가 조 회장 지지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노조는 "3자 연합이 허울 좋은 전문 경영인으로 내세운 인물은 항공산업의 기본도 모르는 문외한이거나 그들 3자의 꼭두각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조 전 부사장의 수족들로 이뤄져 있다"며 사실상 조 회장 체제 지지를 선언했다.

3자 연합이 조 회장 진영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대화 제의를 하고 있으나 성사되지 않는 상황에서, 18일 3자 연합이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인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가 사퇴의사를 밝히며 정국은 또 한 번 출렁이고 있다.

김 전 상무는 전날 한진칼 대표이사 앞으로 보낸 서신을 통해 “3자 연합이 본인을 사내이사후보로 내정한 데 대해 이자리를 빌어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라며 3자연합이 추천하는 사내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알렸다.

그는 이어“3자연합이 주장하는 주주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본인의 순수한 의도와 너무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며 “KALMAN으로서 한진그룹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오히려 동료 후배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3자 연합은 김 전 상무의 이사 후보 퇴진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자 빠르게 진화에 나섰다. 3자 연합은 김 전 상무의 이사 후보 퇴진을 두고 "김치훈 이사 후보자에게 이사직을 요청드림에 있어 저희의 명분과 취지를 충분히 설명드린 후 본인 동의를 얻어 이사 후보로 추천했다"면서 "김치훈 이사 후보자는 오늘 새벽 본인이 심각한 건강상의 이유로 인해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음을 알려왔고, 저희는 위 이사 후보자에게 이런 일이 발생한 데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흥미로운 대목은 3자 연합과 김 전 상무의 입장이 갈리는 대목이다. 김 전 상무는 한진칼 대표이사에게 보내는 서신을 동해 이사 후보에서 사퇴하며 "동료 후배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으나, 3자 연합은 그의 퇴진을 두고 "건강상의 이유"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즉, 3자 연합은 김 전 상무가 조 회장 체제를 지지하기 때문에 이사 후보에서 사퇴한 것이 아니라 건강상의 이유라고 일축한 셈이 됐다. 실리는 물론 명분에서도 밀리고 있는 3자 연합의 다급함이 반영된 결과라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