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준공한 금호석유화학의 세 번째 합성고무공장 '여수고무제2공장'

[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화학업계가 업황 악화로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화학업계는 신성장동력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모색했지만 최근에는 실적이 나지 않는 비주력사업을 과감하게 접고 핵심 사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SK케미칼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2월 5일 SK케미칼은 바이오에너지 사업부문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 16호 유한회사) 매각하기로 결정하며 선택과 집중을 단행했다.

또 금호석유화학도 전자소재 사업부문을 SK머티리얼즈에 매각한다고 발표한 상태다.

두 기업 모두 비주력사업 부문을 양도해 기존 사업에 더 주력하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화학업계가 과잉공급에 따른 가격스프레드 약화로 업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해지면서 두 기업 모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화학업계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와 과잉공급으로 원재료 가격까지 하락했다. 이로인해 대부분 기업은 매출이 급감했다.

SK케미칼은 지난 10년간 저수익 PET사업을 매각하고, 친환경 고부가가치 소재 사업에 신규투자를 늘려가면서 폴리에스터 중심의 회사에서 그린 케미칼 중심의 회사로 확대됐다. 지난해 말 기준 핵심사업인 코폴리에스터(Co-Polyester) 부문 매출 비중은 33%를 기록했고 합성의약품을 연구개발하는 Life Science 부문과 바이오에너지, 정밀화학 부문이 각각 29%, 22%, 9% 수준을 보였다. SK케미칼은 수년간의 사업 구조조정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이뤘다고 평가를 받았지만 올해 전체 자산의 7% 수준인 바이오에너지 부문을 매각키로 하면서 사업영역이 축소됐다.

특히 바이오디젤부문은 연간 23만톤의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 수익성이 더욱 기대되는 사업이었다. 올해 SK케미칼은 주력부문인 코폴리에스터(Co-Polyester) 영업이익이 2018년 대비 8% 하락한 297억원을 기록했지만 바이오에너지 부문의 영업이익은 2018년 대비 2배 이상 올라 실적을 보완했다. 화학업황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핵심사업에서 수익이 더욱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바이오에너지 부문 매각으로 전체 실적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호석유화학도 전반적인 화학업계 불황과, 페놀 등 공급과잉으로 관계회사의 실적이 하락하면서 전체 영업이익이 2018년 대비 33.7%(-1866억원) 축소됐다. 금호석유화학의 전자소재 사업 부문은 성장 전망이 밝은 사업이었지만 장기적으로 투자가 부담돼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의 핵심 소재로 일본과 미국 등 선도적으로 투자를 진행한 기업들과 기술 격차를 뛰어 넘기위해 지속적으로 투자가 요구되는 사업이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비주력사업인 전자소재사업 매각은 실적 때문이 아니라 핵심사업에 더욱 주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합성고무, 합성수지 등 화학공장 증설을 확대해 다가올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올 하반기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와 정밀화학 공장 증설을 계획했다.

한편 SK케미칼, 금호석유화학 외 화학 기업들도 최근 실적이 나지 않은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OCI는 이달 주력사업이었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국내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제품은 중국의 저가공세로 시장가격이 계속 낮아져 말레이시아 공장에서만 생산하기로 했다. 또한 같은 업계인 한화솔루션도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을 올해 안으로 정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기존사업에 주력하면서 각 부문에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 2차전지 부문에 분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분사에 대한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태양광 폴리실리콘뿐만 아니라 화학 제품도 최근 중국과 미국의 물량 증가로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 올해도 공급과잉 이슈가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일부 기업은 자체 생산 의존도를 높이기 위해 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LG화학도 올해 여수 NCC(나프타분해센터) 2공장과 PO(폴리올레핀)공장에 2021년 6월까지 2조6000억원을 투자해 기초원료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기초원료와 중간원료의 자체적인 조달능력을 늘리고자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