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지난해 금융당국이 도입하기로 발표한 채무조정 협상 요청권이 구체화된다. 채무자에 대한 과도한 추심도 강화된 제재가 뒤따를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채무조정 인프라를 채무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소비자신용법’ 제정안의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이 법안은 현행 대부업법을 확대 개편한 것으로 채무자의 재기를 지원하고 추심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10월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 등을 담은 소비자신용법 제정 방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업무보고에서는 구체적인 내용들이 언급됐다. 

금융위는 우선 채무 상환조건과 계획을 변경해 재기를 지원하는 ‘채무조정요청권’을 도입한다. 채무조정요청권은 연체 상황에 직면한 채무자가 대출연장 및 원리금 조정 등 구체적인 채무조정을 방안을 채권금융회사와 협상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채무조정요청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채무자의 채무조정을 도울 수 있는 채무조정서비스업의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체 채무자가 채권자(금융사)에 채무조정 협상을 요청하는 경우 이에 응할 의무가 부과된다. 채권자는 채무조정 협상 기간에 추심을 금지하는 등 협상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

대출금 등이 연체됐을 때 부과되는 연체이자의 산정방식도 바뀐다. 또 민법상 5년인 소멸 시효를 기계적으로 연장하는 관행 역시 개편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죽은 채권의 소멸시효에 대해 원칙적으로 시효를 연장해 빚 독촉을 했던 방식으로 예외적 조치로 변경하는 방침을 내세웠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죽은 채권은 연장하지 않겠다는 것. 

상사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다. 금융사들은 법원의 지급명령 절차를 통해 소멸시효를 10년씩 계속 연장했던 관행이 있었다. 

◆ 과도한 빚 독촉 STOP... 생활 안정시켜 재기하도록 

연체 상황에 부닥친 채무자의 생활도 보호한다. 극심한 빚 독촉은 오히려 재기에 독이 된다는 점이 방영됐다. 

빚 독촉에 따른 연락 총횟수를 제한하는 추심총량제, 직장 방문이나 특정 시간대 연락을 금지하는 연락제한요청권이 핵심 제도로 추진된다. 불법·과잉 추심에 대해선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방안도 도입한다.

금융위는 현재 태스크포스를 통해 소비자신용법 제정방안을 마련 중이다. 소비자신용법은 현재 대출모집과 최고금리 등 대출계약 체결 부문에 집중된 대부업법에 연체 후 추심·채무조정, 상환·소멸시효 완성 등 내용까지 추가한 것이다. 금융위는 올 하반기에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연체 채무자는 전체 금융채무자 약 1900만명 중 약 10%인 180만~190만명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