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코로나19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보건위생 환경이 취약하다고 알려진 인도는 평온하다. ‘케랄라’라는 인도 서남부 특정지역에 한하여 중국인 유학생 등 3명이 확진 보고되었을 뿐이다. 발생 이후 2차 감염은 물론 추가 확진도 보고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국제적 우환을 피해가는 인도를 두고 세간에서는 그 이유를 궁금해 하고 있다.

그래서 일까? 국내 한 언론이 이를 기사로 다뤘는데 차마 분석 취재기사라고는 볼 수 없는 내용뿐이었다. 중국보다 인도의 위생상태가 훨씬 더 열악하다고 보여주려는 듯 철로 옆에서 용변을 보는 인도 어린아이 사진까지 올리면서 이런 나라에 코로나19이 확산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스스로 묻고는 ‘카레를 먹어서일까? 향신료 때문일까? 아니면 갠지스 강에 몸을 담그면 모든 병이 씻은 듯이 사라지기 때문일까?’라고 스스로 답하고 있었다.

이 기사가 인터넷에서 확산되면서 인도는 끔찍하게 더러운데도 희한하게 전염병이 창궐하지 않는 ‘Incredible(믿기 힘든)’한 나라라는 식으로 희화화되고 있다. 심지어 공영방송 TV뉴스마저 ‘인도인이 카레와 향신료를 많이 먹어 그런 것일까? 성수로 여기는 갠지스 강에서 병을 씻을 것일까?’라는 식의 멘트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 같은 일련의 보도에서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인도 정부의 대응행정 등은 철저히 외면됐다. 대외경제 등에서 중요성이 더해가는 현대 인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낙후된 인도로만 대하고 있는 국내 언론의 후진적 시각이 드러난 또 하나의 사례이다.

하지만 현대 인도는 국가 구조와 산업 역량 면에서 결코 전염병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수준 낮은 국가로 치부할 수 없다. 화염에 갇힌 분쟁지역도 아니거니와 생산부족으로 국민 대다수가 빈곤에 허덕이는 인간존엄 상실의 미개발 후진국도 결코 아니다. 인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문명과 기술기반의 시스템을 갖춘 현대국가이다.

특히 인도의 제약산업은 지난 20여 년 동안 연평균 10%이상 성장 속에 규모 면에서 세계 3~4위에 이를 정도다. 한국의 제약산업도 원료 수급면에서는 인도 의존도가 중국과 일본 다음으로 높다. 의료산업에서도 인도의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한국 의료관광산업이 연간 8억~9억달러이지만 인도는 2018년 기준 약 30억달러에 달한다. 올해는 9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인도는 남한 땅의 33배나 되고 인구는 14억 명 넘는 거대 국가로서 아직까지는 평균적인 생활수준과 위생상태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도의 신정부는 2014년부터 ‘클린 인디아(Clean India)’라는 구호 아래 환경과 위생 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우한 폐렴)로 전 세계가 불안감에 떨고 있는 가운데 인도의 한 쇼핑몰에서 쇼핑을 즐기는 인도인들의 모습.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전혀 없다. 출처=전형진 

국내 언론 보도들은 현대인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기후환경이나 인도인의 생태적 면역체계가 코로나19로부터의 보호망 역할을 한 것인지 분석했어야 했다. 황산화제 ‘커큐민’이 다량 함유된 인도산 강황의 효과 때문인지, 아니면 인도의 각종 약재 허브의 일상섭취에서 오는 면역력 체질덕분인지 살필 수도 있었다. 설령 그것이 3억3000 인도 신들의 가호라는 결과가 더해진다고 하여도 말이다.

현대 인도가 실체와 달리 희화화되는 상황에서 과연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제대로 이해되고 공유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 분명한 것은, 인도는 누가 어떤 의도로 흠집을 낸다고 하더라도 문명과 기술기반에서 이루어진 현대국가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