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퍼스널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관련 규정의 미비 및 정부의 필요이상 규제로 시장이 크게 성장하지 못하는 가운데, 지금이야 말로 강력한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퍼스널 모빌리티 법제화를 조속히 시도하는 한편, 시장의 잠재력을 키울 결단이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 사진=최진홍 기자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퍼스널모빌리티산업협의회가 주최하는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 스타트업 미디어데이가 17일 서울 강남 드림플러스에서 열린 가운데, 현장에서는 업계의 발전을 위한 가이드 라인의 등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코스포는 이에 앞서 2월 임시국회를 통해 스타트업 창업자 복수의결권, 대기업-스타트업 상생 협력 강화, 스타트업 제품·서비스 공공구매와 함께 퍼스널 모빌리티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 플랫폼의 자전거 도로 주행 합법화 등을 담은 윤재옥 의원 발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본회의 통과에는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지자체 등 정부 부처와 관련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모두가 합의한 사안이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멈춘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2월 임시국회를 통해 퍼스널 모빌리티 법제화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관련 스타트업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몰려있는 셈이다.

관련 업계가 초조함을 느끼는 이유다. 최성진 코스포 대표는 “국내외 모두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제도 및 전반적인 상황은 좋은 상황이 아니다”면서 “2월 임시국회를 통해 관련 법제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미나 코스포 정책실장도 퍼스널 모빌리티 업계의 잠재력이 크지만, 문제는 법과 제도라는 지적이다. 정 팀장은 “2월 임시국회를 통해 퍼스널 모빌리티 법제화가 이뤄진 후, 전동 킥보드 외 전기 자전거 등 다양한 기기를 아우르는 퍼스널 모빌리티 전략을 구성하기 위한 관련 특별법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의 현황을 소개하는 한편, 라스트 마일 사용자 경험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정 팀장은 “대중교통으로 가기는 까다로운 경로지만 도보로는 먼 곳으로 이동할 경우 퍼스널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이 높다”면서 “관련 스타트업의 안전 보호 장치도 잘 구비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불필요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라스트 마일처럼 대형 모빌리티 플랫폼과의 연계가 아닌, 단독 모빌리티 플랫폼의 존재감도 크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실적으로 2월 임시국회에서 법 통과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정미나 팀장은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상황이 심각해진다”면서 “최악의 경우 비슷한 법안의 재발의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체감의 문제가 다른 것 같다”면서 “무엇보다 주무부처의 조율이 되지 않았다. 전담 부처가 아직 정해지지 않으며 많은 부분이 미정이라 법제화 속도가 더딘 것 같다”고 말했다.

▲ 사진=최진홍 기자

퍼스널 모빌리티 법제화가 정답일까?

코스포는 이번 미디어데이를 통해 퍼스널 모빌리티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에 방점을 찍었다. 만약 2월 임시국회를 통해 퍼스널 모빌리티 법제화가 이뤄지면 킥보드 등의 자전거 도로 주행이 가능해지고, 안전이슈에서 일정정도 자유로울 수 있는 한편 사업 확장에 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으로 킥보드, 즉 전동 킥보드는 인도와 자전거 도로가 아닌 일반도로를 주행해야 한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킥보드를 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들 사이로 킥보드가 다니면 사고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킥보드 이용자들은 주로 인도에서 주행을 많이한다. 이 대목에서 2월 임시국회를 통해 퍼스널 모빌리티 법제화가 이뤄지면 킥보드의 자전거 도로가 가능해질 수 있고,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셈이다.

문제는 퍼스널 모빌리티 업체들이 기대하고 있는 2월 임시국회를 통한 퍼스널 모빌리티 법제화도 완전한 대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자전거 도로라고 하면 크게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 및 보행자 겸용도로, 자전거 전용차로, 자전거 우선도로 등 4가지 유형이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자전거만 통행할 수 있도록 분리대, 경계석(境界石)이 설치되어 있으며 자전거 및 보행자 겸용도로는 자전거는 물론 보행자도 다닐 수 있다. 자전거 전용차로는 차도의 일정부분을 자전거에 양보한 개념이고 자전거 우선도로는 도로에 노면에 설치한 자전거 도로다. 이 대목에서 퍼스널 모빌리티 법제화는 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운행 운행을 허용하는 한편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 및 보행자 겸용도로 활용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 자전거 도로 현황 기준으로 자전거 및 보행자 겸용도로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즉, 업계의 바램대로 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운행이 허용되면 킥보드를 타는 사람은 대부분 자전거와 보행자가 동시에 다니는 길을 합법적인 방식으로 주로 주행할 것이며, 이렇게 되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건사고의 숫자가 극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나아가 직장인을 중심으로 가동되는 생활의 모빌리티 전략도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업계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선적으로 ‘이 정도 수준의 법제화라도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씽씽을 운영하는 PUMP의 하성민 이사는 “최소한의 입법을 통해 이 문제라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전거 도로가 레저용, 즉 서울을 기준으로 볼 때 한강을 기준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퍼스널 모빌리티 법제화로 자전거 도로의 킥보드 주행이 가능해도 별 소용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심지어 국내 도로 시스템은 당초 자동차와 보행자를 중심으로 설계됐으며, 자전거 도로가 깔리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자전거 도로가 이어지다가 끊기며 인도가 시작되는 등의 현상이 자주 발견되며 이는 킥보드를 타는 사람에게는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 이에 이승건 나인투원 이사는 “지금은 자전거를 레저용 수준이지만, 차차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기 총량제에 대한 논의도 언급됐다. 만약 시행될 경우 업체의 리스크가 될 전망이다. 지헌영 빔모빌리티 대표는 “정부와 협의하는 것이 옳다”면서 “총량제를 언급하는 것은 다소 위험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민수 매스아시아 이사는 “모 지자체와 이야기를 하면서 총량제 이야기를 한 경험이 있는데, 기준이 없어 논의를 하지 못했다”면서 “기준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종수 지모빌리티 대표는 “총량제가 과연 필요한 것인가라는 고민도 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고, 원만한 협의방안을 세우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업체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승건 나인투원 이사는 “전기 킥보드 부분에서는 6개월 가동에 수익을 낼 수 있으며, 날씨에 따른 비수기도 뚜렷하지만 다양한 사업모델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종수 지모빌리티 대표는 “비수기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차라리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이 하나의 킥보드를 구입해 가동할 경우 평균 3개월에서 6개월이면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 자전거 도로. 출처=갈무리

최고의 답 없을까

코스포와 관련 스타트업의 주장대로, 현재 시장을 살리려면 단기적으로 퍼스널 모빌리티 법제화에 나서야 하는 것이 맞다.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입법 절차가 이뤄질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으나 지금의 당면과제는 ‘이 것이라도 성공시켜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만약 2월 임시국회, 혹은 최악의 상황이 닥쳐 다음 국회에서라도 모빌리티 법제화가 이뤄진다면 장기적 관점의 플랜도 나와야 한다. 헬맷과 같은 안정장비 구비에 대한 업계의 노력이 이어져야 하며 현재의 자전거 도로 구성을 퍼스널 모빌리티 플랫폼에 가깝게 구축하려는 노력도 이어져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신속하게 이뤄진다면 라스트 마일과, 단독 모빌리티 플랫폼의 투트랙 전략도 가동되어야 한다. 라스트 마일의 경우 나인투원의 일레클이 쏘카 등과 만나거나, 카카오 모빌리티의 자체 플랫폼과 카카오T 바이크가 만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버 트랜짓과 같은 대중교통과의 직접적인 연계가 벌어진다면 최고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

단독 모빌리티 플랫폼으로도 승부를 걸 필요가 있다. 말 그대로 중단거리 복잡한 경로의 이동을 책임지는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의 등장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전략이 가동되려면 일종의 옥석 가리기가 벌어져, 다수의 스타트업이 탈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