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정책 아직 안 나왔지만 구체적 가격 제시

사전 예약 신청도 미리 받아

소비자 피해 우려 ..이통3사 출혈 경쟁 지양 행보에 관심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S20은 이 가격에 드릴게요”

신도림 집단상가에 위치한 한 대리점 판매원은 이 같이 말하며 숫자 ‘0’이 적힌 계산기를 보여줬다. 단말기를 무료에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번호이동, 제휴카드 사용, 89요금제 3개월 사용 등 조건이 붙긴 했지만 출고가 125만원에 달하는 최신 스마트폰이라는 걸 감안하면 솔깃한 제안이었다.

▲ 집단상가 모습이 보인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전현수 기자

삼성전자의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20 시리즈(갤럭시S20, 플러스, 울트라)’의 사전 예약 시작을 앞두고 일요일인 지난 16일 이동통신 대리점이 모여있는 모 집단상가를 찾았다.

대리점이 모여있는 층에 도착하고 몇 발 다가서자 적극적인 모객 행위가 시작됐다. “어떤 거 보러 오셨어요?” “가격만 보고 가세요” “거기 남자분?” “최저가 도전!” 양 옆에서 들려오는 적극적인 구애에 머쓱하게 웃자 “그 미소 그대로 유지시켜드릴게요. 와보세요”라고 말하는 직원도 있었다.

특별한 기준 없이 무작위로 대리점을 골라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갤럭시 S20 구입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갤럭시S 시리즈는 사전 예약이 오는 20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 간 열리며, 다음달 6일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아직까지 이통사의 판매 보조금 정책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대부분의 판매원들은 이통사의 판매 정책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판매 금액을 제시했다. 번호 이동, 중고폰 기기반납, 제휴카드 사용, 고가 요금제 일정기간 사용 등 조건을 충족하면 갤럭시S20을 10만원대로 살 수 있다고 판매원들은 입을 모았다.

갤럭시S20 시리즈는 아직 공식적인 사전 예약을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대리점은 임의 계약을 활용해 고객을 유치했다. 서류를 작성해서 전달해주면 대리점이 이통사에 사전 예약을 대신 넣어주는 식이다.

대리점 직원들은 올해에도 이통사들의 5G 가입자 유치 경쟁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따라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지원금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사의 정책이 발표되지 않았음에도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할 수 있는 이유다.

판매원A씨는 “현재 지원규모를 정확히 예측하긴 없다”면서도 “이통사에서 현재 LTE 투자를 모두 중단하고 5G에 집중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5G에 대한 보조금은 줄일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판매원 B씨는 갤럭시S20을 9만원에 판매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만약 가족이나 친구 등 두 명 이상이 함께 개통하면 단말기 값을 무료로 주겠다고 설명했다. 번호이동, 제휴카드 사용, 89요금제 3개월 사용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조건이 있었다.

아직 보조금이 정해지지 않은 걸로 안다고 묻자 B씨는 “예상보다 보조금 지원이 적어도 말씀드린 금액은 약속할 수 있다. 마진을 남기지 않고 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방문한 모든 대리점에서 무조건적인 구매를 권유하지는 않았다. 사전 예약이 모두 끝나고 통신사의 보조금 정책이 정해지면 정확하게 구매를 하라는 솔직한 조언도 있었다. 

그러나 대리점 간의 가입자 유치를 위한 출혈 경쟁은 여전한 듯 보였다. 이는 통신사의 의중과 관계 없는 일부 대리점의 일탈 행위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통신3사가 강조한 소비자 보호에 사각지대가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통신3사는 갤럭시S20 시리즈의 사전 예약 기간을 기존 2주일에서 1주일로 줄이기로 뜻을 모았다. 개통 전부터 대리점 간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막상 개통일이 다가왔을 때 약속했던 판매 금액이 바뀌는 등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실제로 지난해 갤럭시 노트10 출시 당시 5G 폰 판매 지원에 대한 대리점의 높은 기대감과 실제 판매 보조금 간 괴리가 생겨 문제가 붉어진 바 있다.

통신사는 일부 대리점의 출혈 경쟁에 대해선 특별히 입장을 내놓기는 힘들어하는 분위기다. 다만 한 통신사 관계자는 "유통 업체들도 예약자를 많이 확보하고 초기 물량을 많이 받기 위해 일부 출혈 경쟁을 단행하는 것 같다"면서 "판매 업자들 입장에서도 S20 시리즈는 대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사협정'을 맺은 통신사들이 갤럭시S20 출혈경쟁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일부 대리점의 일탈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아직까지 갤럭시 S20 시리즈에 대해 통신사의 판매 지원 정책은 공개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대리점이 갤럭시S20 출혈경쟁에 나서는 것 자체가, 추후 통신사들의 출혈경쟁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아직은 대리점들이 통신사의 지원없이 초기 물량 확보를 위한 개별적 출혈경쟁에 일부 나섰을 뿐이지만, 시간이 흘러갈 경우 통신사들이 신사협정을 깨고 무리한 경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통신3사는 올해 출혈 경쟁을 지양하고 서비스 차별화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은 상황이다. 지난해 대규모 마케팅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실제로 체감한 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