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정돈되지 않은 방을 정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단순하게 청소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방을 사용하는 사람의 편의성에 맞춰 정리하는 것이 좋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맥락이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무엇인가. 책상과 약간 떨어져 있어도 무방한 물건은 무엇인가. 맥락에 따라 방을 정돈하면 효율적인 정리가 가능하다.

와이즈맵이 펴내고 윤준탁 에이블랩스 대표가 쓴 <한 권으로 끝내는 디지털 경제>는 복잡한 ICT 기술이 요동치는 어지러운 방을 효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맥락’이다. 분절되어 접하는 익숙한 기술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또 다른 기술들과 어떻게 어우러져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직관적으로 알려준다. 디지털 문맹을 벗어나게 만드는 야학의 등불이자 트렌드를 읽어주는 친절한 ICT 입문서다.

▲ 출처=와이즈맵

저자인 윤준탁 대표는 책을 통해 SK하이닉스와 한국IBM, SK플래닛에서 일하며 습득한 경험치를 에이블랩스 대표로 일하며 얻은 생생한 인사이트로 잘 버무려 낸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핀테크, 로봇, 자율주행과 드론,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바이오, 디지털 혁명 등 총 10개의 챕터로 기술 이야기를 풀어가며 각 카테고리는 기술의 정의와 특징을 지나 활용 케이스 및 의미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구성은 <한 권으로 끝내는 디지털 경제>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10개의 챕터 모두 기술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역사와 플레이어들이 활동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파격적인 서사 구조가 아닌 평탄한 규칙에 기반한 문법으로 트렌드를 짚어주는 것에 특화되어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챕터에서는 인공지능이 과연 무엇인가를 짚어주고 다트머스 회의부터 레즈 커즈와일의 연구를 보여준다. 이어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에 대한 찬반 논쟁을 대비시킨 후 인공지능의 개념을 설명한 다음 스마트 스피커와 챗봇 등의 형태로 구현된 우리의 삶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다른 챕터들도 이러한 공식을 따라가는 무난한 방식으로, 오히려 기술의 핵심 요소들을 핀셋처럼 뽑아내어 독자에게 제공해 준다.

기술의 맥락을 이해시키고 트렌드 전반을 훑어주다보니 책 내용이 다소 쉽다고 느껴질 수 있으나, ICT 초보자 입문용으로 선택하기에는 제격이다. 전문가들보다는 “도대체 뉴스에서 말하는 머신러닝과 딥러닝의 차이가 뭐야”라던가 “다들 블록체인에 왜 열광하는 거야”라는 질문을 가지는 일반인들에게 유용하다.

다만 기술의 맥락을 기술의 역사부터 정의, 사례까지 차근차근 짚어주기 때문에 전문가라고 해도 기술 그 자체만 알고있는 사례라면 역시 이 책은 유용하다. “내가 회사에서 다루고 있는 핀테크 기술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가 궁금하다면 당장 꺼내볼 가치가 있다. 하나의 기술이 아닌, 다양한 기술의 모든 것을 빠르게 훑어서 정리하거나 비어있는 지식의 창고를 꼼꼼하게 채우고 싶다면 역시 강력히 추천할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한 권으로 끝내는 디지털 경제>의 백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는 점에 있다. 첫 번째 챕터인 인공지능부터 아홉 번째 챕터인 바이오까지가 현존하는 모든 ICT 기술의 트렌드 맥락을 잡는 작업이라면, 마지막 남은 열 번째 챕터인 디지털 혁명은 지금까지 저자가 말한 모든 서사의 정점이자 결론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한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버리면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