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 창업주인 이해진 GIO(글로벌 투자책임자)를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본인 지분이 100%인 회사를 포함해 수십 개의 계열사를 공정위 보고자료에서 누락시킨 혐의다.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도 비슷한 논란에 휘말렸으나 공정위는 당시 고발이 아닌 경고 처분으로 마무리했고, 검찰도 김 의장을 약식기소하는 선에서 논란을 매듭지은 바 있다. 그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이 GIO에 대한 처분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이 GIO의 사례는 김 의장 사례와 비교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네이버는 인터넷전문은행 등 은행업 진출에 선을 긋고 있으나 최근 네이버금융을 중심으로 테크핀 전략을 강하게 추진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연장선에서 이 GIO에 대한 논란이 네이버의 테크핀 행보에 있어 악재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무슨 일 벌어졌나
공정위에 따르면 이 GIO는 2015년, 2017년, 2018년 본인·친족, 비영리법인 임원이 보유한 21개 계열사를 고의로 누락시켰다.

2015년에 당시 이 GIO는 계열사 신고에서 본인이 100% 지분을 가진 경영 컨설팅 회사 지음, 본인이 50%의 지분을 가지고 사촌이 대표인 경영 컨설팅 회사 화음을 뺐다. 이 외에도 네이버가 지배주주인 와이티엔플러스와 라인이 지배주주인 라인프렌즈, 비영리법인 임원이 지배주주인 더작은, 이니코프, 블루넷, 엠서클 등을 누락시켰다. 2017년과 2018년에는 엠서클, 이지메디컴, 바이오알파 등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신고 자료를 허위로 제출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혹은 1억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이 GIO가 100% 지분을 가진 회사나 친족이 보유한 회사를 판단하기 쉽고 본인 회사 사원 총회에 참석하고 정기적으로 회사 운영을 보고받은 것을 고려하면 고의 누락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다만 2017년과 2018년 8곳의 계열사가 누락된 것은 단순실수로 보고 경고 처리에 그쳤다. 그러나 2015년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이다. 2015년 당시는 네이버가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 GIO가 총수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네이버가 고의로 계열사를 대거 누락시켰다고 보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2015년 당시 대기업 집단 지정 가능성이 전혀 없었고, 약식으로 자료제출이 이뤄지면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고의성이 없다는 주장이지만 공정위의 생각은 전혀 달라 보인다.

카카오와 다른 점은?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비슷한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공정위는 검찰 고발이 아닌 경고에 머물렀고, 검찰도 약식기소에 그쳤다. 그런 이유로 공정위가 비슷한 논란에 있어 네이버에는 다른 잣대를 들이댄 것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사례는 사정이 다르다' 김범수 의장 누락의 경우 계열사 임원이 간접 보유한 회사에 대한 자료를 누락한 것이기에 실수로 보일 여지가 있었으나, 이 GIO의 사례는 마냥 이렇게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2015년의 경우 네이버가 21개의 계열사를 누락시킨 가운데, 이 GIO가 최대주주인 화음이 누락된 사례는 고의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정리하자면 이 GIO의 2015년 사례는 사안의 경중을 볼 때 심각한 사례고, 2017년과 2018년 사례는 김범수 의장 사례(계열사 임원이 간접 보유한 회사에 대한 자료를 누락한 것)와 비슷하다. 공정위가 이 GIO 사례를 두고 김범수 의장과 비슷한 사례인 2017년과 2018년 사례에는 경고에 그치고, 2015년 사례만 검찰에 고발한 배경이다.

네이버는 사안이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2017년과 2018년의 사례는 물론이고, 2015년의 사례도 고의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당시 네이버는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던 때였기에 약식으로 정보를 제공했으며, 이 과정에서 실수로 계열사가 누락됐다고 설명하는 중이다.

앞으로 어떻게?
네이버 계열사 누락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강공모드 배경'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김범수 의장의 사례보다 네이버의 사례, 특히 2015년 사례가 심각하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검찰이 당시 대기업 집단 기준에 미치지 못하던 네이버에 이례적인 고발 조치에 나선 것은 의외라는 말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그 배경에 이해진 총수 지정 문제를 둘러싼 공정위의 불편한 심기가 있다고 본다. 이 GIO는 2017년 대기업 집단 지정 당시 본인이 총수로 지정되는 것에 극도로 반발했으며, 심지어 지분까지 매각하는 분위기를 연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 및 이 GIO는 공정위와 크게 날을 세웠고, 공정위는 이러한 사례를 볼 때 네이버가 이 GIO를 총수로 지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꼼수'를 부렸다는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2015년 사례를 두고 고의성에 무게를 두는 배경이다. 향후 검찰 수사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편 이 GIO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으며, 네이버의 은행업 진출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카카오도 김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완전히 풀린 다음에야 카카오뱅크 증자 및 카카오증권 진출 등에 나설 수 있었다.

네이버는 금융업 진출에 선을 긋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다양한 테크핀 전략이 조만간 등장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GIO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따른 검찰 고발이 의도하지 않았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