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한국 연구진이 뇌전증 발작 위험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뇌 센서를 개발했다. 뇌전증과 치매 등 뇌질환 부문에서 정밀 진단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은 딥러닝을 활용해 치과 엑스레이 영상을 통해 골다공증을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차병원은 자궁내막암을 조기에 치료하면 가임력 보존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연구진, 뇌전증 발작 실시간 감시 나노 센서 개발

16일 연구업계에 따르면 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 연구단 현택환 단장 연구진은 뇌 여러 영역의 포타슘이온(K+) 농도 변화를 동시에 측정하는 고감도 나노센서를 개발하고 자유롭게 이동하는 생쥐의 발작 정도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3대 뇌질환으로 꼽히는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의 불규칙한 흥분으로 발생한다. 흥분한 뇌 신경세포는 포타슘(칼륨)이온을 바깥으로 내보내며 이완한다. 신경세포 내 포타슘이온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흥분상태를 유지하면 뇌전증의 증상인 발작과 경련이 일어난다.

뇌전증을 비롯해 신경세포의 활성에 따른 뇌질환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다양한 뇌 부위에서 포타슘이온 농도 변화를 추적‧관찰하는 일이 필요하다.

뇌전증으로 인한 발작‧경련은 전체 인구의 1%가 가지고 있을 정도로 빈도가 높지만 지금까지는 실시간으로 신경세포의 변화를 포착하기 어려웠다. 신경세포가 흥분할 때 세포막의 이온통로를 통해 이동하는 여러 이온(포타슘, 소듐(Na), 칼슘(Ca)) 중 포타슘이온의 농도변화만 선택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포타슘이온의 농도변화는 다른 이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 더 측정이 어렵다.

▲ IBS 나노입자 연구단 연구진은 다공성 실리카 나노입자의 구멍 속에 포타슘이온을 센싱하는 염료를 넣은 뒤, 얇은 막으로 코팅해 나노센서를 개발했다. 얇은 막은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포타슘이온만이 통과 가능해 높은 선택도로 이온 농도 변화를 관측할 수 있다. 출처=기초과학연구원

우수한 선택도와 민감도를 가진 포타슘센서를 개발하려는 많은 연구가 진행됐지만, 기존 기술로는 배양된 신경세포, 뇌 절편, 마취상태의 동물 등 제한된 환경에서만 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움직임이 뇌 신경세포의 활성에 즉각 반영되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관찰을 위해서는 자유롭게 이동하는 상태에서도 활성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진은 나노입자를 이용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생쥐에서 포타슘이온의 농도 변화만 선별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고감도 나노센서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우선 포타슘이온과 결합하면 녹색 형광을 내는 염료를 수 나노미터(nm) 크기의 구멍을 가진 실리카 나노입자 안에 넣었다. 이 나노입자 표면을 세포막에 있는 포타슘 채널과 유사한 구조를 가져 포타슘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얇은 막으로 코팅했다. 막을 통과한 포타슘이온이 염료와 결합해 내는 형광의 세기를 토대로 포타슘이온의 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후 움직이는 생쥐의 뇌 해마, 편도체, 대뇌피질에 나노센서를 주입한 뒤 해마에 전기적 자극을 가해 발작을 일으킨 뒤 포타슘이온 농도 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부분발작이 일어나는 경우 자극이 시작된 뇌 해마에서 편도체, 대뇌피질 순으로 순차적으로 농도가 증가했다. 전신발작 때는 3개 부위 포타슘이온 농도가 동시에 증가하고 지속시간 역시 길어짐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에서 실시간으로 뇌 신경세포 활성을 측정하는 것은 물론, 뇌의 여러 영역에서 동시에 농도 변화를 감시할 수 있어 발작의 정확한 발병기전을 이해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포타슘이온 농도는 뇌전증은 물론 알츠하이머병, 파킨슨 병 등 뇌질환의 발생을 감시할 수 있는 지표가 되는 만큼,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다양한 뇌신경세포의 과도한 흥분으로 인해 발병하는 여러 뇌질환의 발병원인 규명 및 진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택환 단장은 “개발된 나노센서를 이용하면 뇌전증에 의한 발작 정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뇌 여러 영역의 포타슘이온 농도 변화를 동시에 관찰할 수 있다”면서 “향후 뇌전증이나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뇌질환들의 병리기전 규명과 진단에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성과는 나노기술 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IF 43.341)에 이달 11일 게재됐다.

딥러닝 활용 치과 영상서 골다공증 예측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치과 이기선 교수는 턱뼈 전체를 촬영하는 치과 기본 엑스레이인 파노라마 영상에 골밀도 검사결과인 T-Score를 대입하여 훈련한 딥러닝 모델이, 골다공증 환자 선별에 예측에 유용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골다공증은 가장 흔한 대사성 골질환으로 뼈의 밀도 감소에 따라 뼈의 강도가 약해져 쉽게 골절이 발생되는 전신 골격계 질환이다. 이는 연령의 증가, 폐경, 무리한 다이어트 등과 같은 생활습관 또는 유전적 질환 등이 요인으로 알려졌다.

골다공증은 질환이 진행되는 동안 통증이나 별다른 증상이 없어 가벼운 충격에 골절이 발생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환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침묵의 질환’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국내 국민건강통계 자료에 따르면 해당 질환을 인지 및 치료 비율은 골다공증 환자 10명중에 1~2명만으로 인지율이 매우 낮은 질환이다.

이기선 교수는 “많은 국내외 연구결과 중 골다공증 유병 환자는 전신적인 골밀도 감소로 인하여 치과용 파노라마 엑스레이상의 턱뼈에서도 골밀도 감소에 따른 뼈 이미지 특이성이 나타나며 이를 이용하면 골다공증 유병 여부를 선별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에 주목했다”면서 “딥러닝 기반의 실용화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개발 가능성을 제시해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 Grad-CAM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훈련된 딥러닝 모델이 골다공증 환자와 비-골다공증 환자의 치과용 파노라마 엑스레이를 분류하는 이미지상의 특이점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출처=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이번 연구결과는 기존에 통계적 모델이나 머신러닝 모델에 기반한 연구 결과가 아닌 골밀도 점수(T-Score)를 기반으로 학습한 딥러닝 모델에 관련된 논문이다. 기존 많은 딥러닝 연구들이 분류 예측결과의 이유를 알 수 없어 블랙박스라고 알려져 있었던 딥러닝 연구에 최신의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explainable AI) 알고리즘 중에 하나인 Grad-CAM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골다공증 환자의 엑스레이와 비골다공증 환자의 엑스레이의 어느 부분을 보고 구분했는지 비교 분석하는 연구결과다.

이기선 교수는 과거 삼성SDS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근무 경력이 있는 의료인이다. 그는 현재 해당 주제로 교육부 주관의 개인 국책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이기선 교수는 “연구를 통해 치과를 방문하는 골다공증 유병자 분들의 인지율 상승과 치과의사에게 있어도 진료에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는 것을 목표로도 골다공증 위험성 판단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계속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Evaluation of Transfer Learning with Deep Convolutional Neural Networks for Screening Osteoporosis in Dental Panoramic Radiographs’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자궁내막암 조기 치료시 가임력 보존 가능

최근 선진국형 부인종양인 자궁내막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자궁내막암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5년 1만 877명에서 2019년 1만 7865명으로 4년사이에 약 64% 가량 증가했다.

일산차병원 부인종양센터 이철민 교수는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에 따른 비만, 늦은 결혼및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자궁내막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자궁내막암은 예후가 비교적 좋은 암 중의 하나로 조기 발견 시 환자의 85% 이상이 5년 이상 생존하는 등 완치율이 높기 때문에 적절한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습관 등 평소 자기관리와 함께 정기적인 검진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궁내막은 자궁의 가장 안쪽 면으로 임신 시 수정란이 착상하는 얇은 막을 의미한다. 자궁내막은 호르몬의 영향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두꺼워졌다가 얇아지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이렇게 두꺼워진 내막조직이 떨어져나가면서 생리가 발생한다. 이 자궁내막에 비정상적인 암세포가 발생하는 질환이 자궁내막암이다.

자궁내막암의 발생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의료계에서는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 호르몬에 비정상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에스트로겐이 체내에 과도하게 쌓이면 자궁내막 세포의 증식이 촉진되면서 암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세포가 생길 확률도 커지기 때문이다.

▲ 자궁내막암 환자 통계. 출처=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이철민 교수는 “초경이 12세 이전으로 빠르거나 폐경이 51세 이후로 늦은 경우, 무월경 상태가 길어지는 경우, 출산경험이 없는 경우, 비만, 여성호르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을 장기투여한 경우에는 자궁내막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병원을 찾아 부인과검진과 초음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유전적 요인도 자궁내막암 발생에 영향을 준다. 환자 가족 중에 자궁내막암이나 대장암 등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자궁내막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전성 암종이 확인될 경우에는 정기적인 검사, 조직검사 등의 면밀한 추적검사 및 예방적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자궁내막암의 주요 위험인자는 과체중, 조기 초경, 늦은 폐경 등이 꼽힌다. 또한 식생활이 서구화된 선진국 여성들에게 발생 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주로 55세 이후의 늦은 나이에 나타난다. 그러나 최근에는 젊은 자궁내막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자궁내막암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전연령대에서 증가했다. 20대는 2015~2019년 145명에서 403명으로 약 277% 증가했으며, 30대 또한 799명에서 1529명으로 52% 증가했다.

이철민 교수는 “지금까지 자궁내막암은 주로 50대 이상, 폐경 여성에게 자주 나타났지만 최근 들어 젊은 환자가 늘고 있다”면서 “비만, 당뇨병 등 대사증후군 환자의 증가가 젊은 자궁내막암 환자 증가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자궁내막암 환자의 약 90%는 폐경 전 월경 과다나 폐경 전후에 비정상적인 질 출혈 등의 부정 출혈을 겪는다. 드물지만 자궁내막암이 자궁 밖이나 다른 장기에 전이된 경우에는 골반압통이나 하복통, 혈뇨, 빈뇨, 변비, 직장출혈, 요통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다.

자궁내막에 이상이 관찰될 경우에는 자궁내막소파술 또는 자궁경하 조직검사로 내막암의 유무를 판별한다. 자궁내막암의 치료로는 자궁과 양측 난소‧난관을 절제하는 수술적 방법이 권고되며 수술 후 위험인자에 따라 방사선 치료 또는 병기의 정도에 따라 항암치료가 시행된다. 

출산을 하려는 40세 미만의 여성이라면 자궁·난소를 제거하는 수술 대신 호르몬요법을 써서 임신·출산을 한 뒤 수술하기도 한다. 이는 자궁내막에 국한된 초기 암에 경우에만 해당될 수 있다.

이철민 교수는 “몸에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산부인과 정기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 자궁내막암은 초기 발견 시에는 수술적 치료만으로도 대부분 완치가 가능하다”면서 “다만 어린 나이에 자궁내막암이 발병하고 자궁내막에만 국한되어 있는 경우에는 가임력 보존을 위해 수술적 치료보다는 호르몬 치료로 자궁을 보존하는 치료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