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기업형 임대주택 에피소드 성수 101의 출입문 전경.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이케아코리아가 그간 국내 가구·인테리어 시장에서 시도하지 않던, 소비자들이 한 브랜드의 제품만으로 꾸며진 공간에 직접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눈길을 끈다.

한 달 간 매 주말에만 소규모 인원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벤트지만, 전에 없던 마케팅 방식라는 점에서 시장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이케아는 6년 전 한국에 처음 진출한 뒤 꾸준히 주력해온 ‘첫 시도’를 이번 행사를 통해 또 한 번 이어갔다.

▲ 이케아의 기발한 디자인 아이디어를 적용한 제품들로 꾸며진 방. 출처= 이케아코리아

이케아, 1인 가구 겨냥 6가지 인테리어 테마 방 조성

15일 1박 체험 행사 ‘이케아와 하루 살기’가 진행되는 소형 오피스텔 에피소드 성수 101을 방문했다. 서울 성동구 뚝섬로에 위치한 에피소드 성수 101은 SK 계열 부동산 개발사인 SK D&D가 지난달 초 론칭한 기업형 임대주택이다. 내부에 조성된 89세대는 19.8㎡(6평)~24.1㎡(7.3평) 수준의 면적을 갖췄다. 주로 소형 공간에서 생활하는 1인 가구의 단기 임대 수요를 주로 공략하기 위해 마련됐다.

▲ 기능성과 실용적인 수납공간을 테마로 조성한 방. 출처= 이케아코리아

이케아는 이달 매 주말 총 4회에 걸쳐 행사를 진행하며 이날 3회차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는 이케아의 이번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의 브랜드 슬로건인 ‘깨워요, 멋진 날!’이 반영됐다. 이케아는 매 회계연도마다 소비자의 공간 가운데 일부를 주제로 관련 제품이나 솔루션을 집중적으로 홍보한다. 이번 회계연도 캠페인의 공략 공간은 침실과 욕실이다.

행사의 초점은 최근 늘어나는 1인 가구들이 거주 공간에 관해 지닌 니즈를 충족시키는데 맞춰져있다. 이케아는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거주 공간을 꾸미려는 욕구가 1인가구 소비자들 사이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 휴가지 호텔을 테마로 조성된 이케아 컬래버 공간. 출처= 이케아코리아

이케아는 그간 한국에 새로운 매장을 출점하기 위해 소비자 가정을 직접 방문한 뒤 얻은 시장 조사 분석 결과를 이번 행사에 활용했다. 거주 공간에 관한 니즈를 주제로 소비자들을 심층 설문함으로써 얻은 통찰력을 토대로 아이디어·개방감·홈오피스·숙면·휴가·반려동물 등 테마 6가지를 도출했다.

이케아 방 6개를 살펴본 결과 최근 1인 가구 소비자들은 사적 공간에서 다소 정적인 활동들을 활발히 수행하려는 니즈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소비자들은 또 제한된 공간에서 가급적 다양한 수납 기능과 넓은 동선을 확보하길 원했다.

이케아는 각 방은 테마별로 상이한 주요 색상과 가구 제품, 가구 배치 등 요소를 통해 소비자들이 각 방에서 얻길 원하는 기능성이나 감성을 최대한 구현했다. 고객이 다양한 크기와 형태를 갖추고 있는 이케아 홈퍼니싱 제품 1만개로 공간을 취향에 맞춰 꾸밀 수 있음을 보여줬다.

▲ 이케아의 홈오피스 솔루션이 적용된 방. 출처= 이케아코리아

인테리어 관심있는 남성 고객도 행사에 참여

이번 이케아 행사에서 나타난 흥미로운 사실 가운데 하나는,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적은 경향을 보이는 남성들도 행사에 참가한 점이다. 이케아에 따르면 이번 행사 참가자 24명 가운데 5명이 남자다. 행사 참가 지원자 3000명의 성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관련 업계 종사자가 아님에도 개인적인 관심을 보이는 남성들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남성 참가자 임씨는 “현재 독립해 살고 있는데 직장에서 퇴근해 집으로 돌아온 뒤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꾸미려던 찰나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며 “홈오피스 테마의 방에 하룻밤 지내며 지금 살고 있는 방을 새롭게 꾸미는데 힌트를 얻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케아는 이번 행사를 통해 이미 브랜드에 대한 관여도가 높은 고객들의 관심을 더 많이 이끌어낼 수 있었단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날 만난 참가자들이 기존에도 이케아 제품을 자주 이용해온 고객인 것으로 확인됐다. 단골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큰 성과다. 충성도 높은 고객의 활발한 구매활동은 잠재 고객의 브랜드 수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방. 출처= 이케아코리아

‘이케아와 함께 살기’ 계기로 차별적 고객경험 확산되길

이케아의 이번 행사를 계기로 우리나라 가구·인테리어 시장에 차별적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사례가 더 많이 시장에 제공되길 바란다. 그간 소비자들이 얻을 수 있는 가구·인테리어 관련 경험은 제한적으로 제공돼왔다. 소비자들은 통상 크고 세련된 전시장에서 정장을 갖춰 입은 직원들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받으며 손으로 만지거나 앉고 누워 볼 수 있는 게 전부였다. 그러고 나선 결국 디자인이나 가격, 일부 성능만 가지고 제품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공간데이터 플랫폼 업체 어반베이스가 작년 10월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가구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저렴한 가격’(25.3%)과 ‘눈으로 직접 확인 가능한 점’(24.7%)을 주로 꼽았다. 소비자들이 가구를 선택하는 기준들은 피상적인 수준에 그쳤다.

▲ 에피소드 성수 101 9층에 조성된 이케아 컬래버 공간에서 보이는 창 밖 풍경.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이케아는 앞으로 도심에 중소형 규모의 매장을 출점하는 등 고객 접점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케아가 창고형 대규모 매장을 도시 외곽에 소수 출점해온 등 그간 전략에 비춰보면 도심형 매장은 브랜드 차원에서 차별적인 마케팅 방안이다. 앞으로도 ‘전례 없는’ 마케팅 방안으로 가구에 대한 고객 수요를 더 많이 창출하고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