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회사 A는 자신이 고용하고 있는 B 등 근로자들을 ‘피보험자’로 하여, 만약 B 등 근로자들에게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가 발생할 경우 보험금을 주식회사 A가 받기로 하는, 즉, 주식회사 A를 ‘보험수익자’로 하는 내용의 단체보험계약을 S화재보험과 체결하였습니다. 이후 B는 주식회사 A에서 근무하던 중 사망을 하게 되었는데, S화재보험은 사망한 B의 유족들이 S화재보험에 위 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요청하자 주식회사 A와 B의 유족들 중 누구에게 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과연 S화재보험은 이들 중 누구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까요?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문제가 된 ‘단체보험계약’은 다수의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회사, 특히 산업재해 발생률이 높아 근로자들의 사망, 상해 가능성이 높은 업종에서는 많이 가입하고 있는 대표적인 보험 상품으로, 단체보험계약의 ‘피보험자’인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는 경우 보험사가 누구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보험수익자’와 관련한 분쟁은 실무적으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근로자들을 ‘피보험자’로 하여 체결하는 ‘단체보험’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주로 근로자들이 근무하던 중 죽거나 다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이는 근로자들을 위한 측면도 있지만, 회사를 위한 측면도 있습니다. 회사에서 산재사고가 발생할 경우 근로자들은 산재보험을 통해 요양급여, 장해급여, 유족급여 등 각종 급여를 받게 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회사의 책임을 물어 회사를 상대로 위자료 등을 포함한 별도의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회사는 ‘단체보험계약’으로부터 보험금을 받아 상해를 입은 근로자 혹은 근로자의 유족들에게 지급함으로써 그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부분의 ‘단체보험계약’에서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납부하는 주체, 즉 ‘보험계약자’는 ‘회사’이고, 보험사고 발생 여부를 판단하는 객체, 즉 ‘피보험자’는 ‘근로자’입니다.

그러나 보험사고가 발생하여 근로자가 죽거나 다칠 경우 보험금을 누가 받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 재해를 입은 근로자나 유족들은 “왜 근로자의 생명과 신체를 담보로 회사가 돈을 버느냐?”며 그 보험금을 근로자 측에서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회사는 “회사가 단체보험계약을 체결하고 꼬박꼬박 보험료를 지급한 것은 회사가 굳이 근로자를 위하여 보험을 가입 할 의무도 없는 상황에서 근로자의 복지와 회사의 재정적 부담을 덜기 위해 가입한 것인 만큼 보험금은 회사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하여 우리 대법원은 “단체보험의 경우 보험계약자는 단체의 구성원인 ‘피보험자’를 보험수익자로 하여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으로 체결할 수도 있고, ‘보험계약자’ 자신을 보험수익자로 하여 ‘자기를 위한 보험계약’으로 체결할 수도 있다.”고 하여 피보험자나 보험계약자 모두 보험수익자가 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1999. 5. 25. 선고 98다59613판결 참조). 결국 이 문제는 회사가 단체보험에 가입한 경위와 정황 등을 바탕으로 법원의 해석에 의해 판단할 수밖에 없는 문제인데, 실무적으로는 상법 규정에 따라 단체보험 가입 시 보험계약자가 피보험자 또는 그 상속인이 아닌 자, 가령 회사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내용을 단체 규약에 명시적으로 정해야 하며(제735조의 3 제3항), 만약 그와 같은 단체 규약이 없다면 일일이 단체보험계약의 ‘피보험자’인 근로자들의 서면 동의(제731조)를 받을 것을 요구 합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문제가 된 사건의 경우 주식회사 A의 단체규약에는 주식회사 A와 B 유족 중 누가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두지 않고, 막연히 “주식회사 A나 B 유족이 보험수익자가 될 수 있다.”고만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법원은 이 같은 단체규약의 내용은 주식회사 A가 ‘보험수익자’가 되기 위하여 단체규약 상 ‘명시적’으로 정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며, 피보험자인 B의 서면 동의를 받은 적도 없어 원칙에 따라 B 유족이 보험금을 받아갈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