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지난해 산업지표 반등에도 반도체를 제외한 분야에서 부진을 겪은 국내 제조업계가 코로나19 사태로 시름에 빠졌다. 자동차·일반기계 업체가 중국산 소재와 제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항공유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 들면서 석유제품도 매출이 감소할 전망이다.

자동차·기계장비·석유 산업분야가 제조업 전체 규모의 삼 분의 일을 차지하는 만큼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올해 초 정부가 제시한 제조업 활성화 정책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2015년 메르스 사태 따라갈까

16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번 코로나19 확산이 2015년 메르스(MERS)처럼 6개월을 넘어 장기간 이어지면 기업의 연간 매출액과 수출액이 각각 8.0%, 9.1%씩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비교적 단기간에 사태가 진정되어도 매출액과 수출액은 각각 3.3%, 5.1%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대중국 수출액도 12.7%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에서도 제조업 출하액의 총 28%를 차지하는 자동차·석유·기계정비 분야가 위축되며 국내 제조업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한경연은 특히 중국에 생산시설을 보유한 기업 중 83.9%가 이번 사태로 경영에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지실사지수(BSI)에 따르면 메르스가 유행한 2015년 6월 제조업체의 업황 BSI는 두 달 연속 하락하며 전월대비 7포인트 줄어든 66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로 이어진 2009년 3월(56) 이후 6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 수치로 메르스 여파가 가라앉기 시작한 7월에는 4포인트 오르며 회복세를 이어갔다.

자동차 이미 1월 생산·수출 30% 감소

이번 코로나 사태가 6개월 이상 장기화되면 제조업 출하액의 약 28%를 차지하는 자동차·석유정제·기계장비 분야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경연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올해 평균 매출액과 수출액은 각각 평균 8.0%, 9.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산업의 피해는 이미 드러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월 국내 자동차 산업은 전년 동월대비 생산과 내수가 29.0%, 1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출 또한 전년 동월대비 28.1% 감소한 15만974대에 머물렀다. 국내 완성차 업체는 중국 공장 재가동을 시작했다면서도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자동차의 올해 평균 매출액은 13.9% 사태가 단기에 정리되어도 7.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출액의 경우 감소율이 각각 14.5%, 9.9%로 나타났다.

제조업계 생산·수출 차질 겪는다

석유제품 산업은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교류가 전반적으로 축소되며 손해를 입을 전망이다. 특히 항공유가 매출액과 수출액의 2, 3위를 차지하는 가운데 중국발 노선의 80%가 감축한 영향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풀이된다. 한경연은 석유제품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시에는 올해 연간 평균 매출액과 수출액이 각각 12.4%와 17.8%, 단기에 진정될 시에는 각각 6.0%, 10.5% 감소할 전망이다.

무선통신의 경우 단기에 진정될 경우 매출액이 8.4%, 수출액이 10.1%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이달 말에 열릴 예정이었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도 취소된 바 있다.

자동차부품은 장기의 경우 매출액이 12.4%, 수출액은 11.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 때는 각각 4.0%, 4.6 감소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반기계의 경우 매출액과 수출액이 각각 11.0%, 11.6% 단기 때는 각각 5.9%, 7.7% 줄어들 전망이다. 석유화학과 수출액도 장기화될 때 10%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 셋 중 하나, 별다른 자체 대응방법 없어

코로나가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정리되어도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소부장 사업을 활성화하고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목표를 이루는 데도 어려움이 계속되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런 가운데 30%의 기업이 코로나 사태에 대해 마땅한 대응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중국 현지출장 자제(34.3%)가 가장 많았으며 현지 방역활동 강화(10.5%), 임직원 국내소환 또는 재택근무(10.2%), 현지 경영활동 축소(6.7%) 순으로 집계되었다.

이와 달리 정부의 정책지원 우선순위는 국내외 전염상황에 관한 신속한 정보공유(57.0%), 확산 예방을 위한 방역체계 강화(21.2%)가 많았으며, 기업활동 지원을 위한 정부 간 협력(9.5%), 중화권 수출기업 지원(6.4%), 경제주체 소비·투자 여력 확대(6.0%) 순으로 뒤를 이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삼성·현대자동차그룹 등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긴급 자금을 지원하며 상생에 나서고 있다”며 “정부도 수출·통관 지원 강화, 자금지원 및 융자 확대 등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피해 기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