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은진 기자] 환매 중단된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를 삼일회계법인에서 실사 조사한 결과 순자산가치가 반토막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자금회수를 위한 증권사 간 갈등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은 환매를 중단한 1조6천700억 규모의 사모펀드 중에 1조원대 이상 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증권사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펀드일수록 손실 비율이 컸다.

환매 중단된 라임펀드는 소수의 모(母)펀드에서 100여개 자(子)펀드가 연계된 '모자형 펀드'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TRS를 사용하지 않은 자펀드의 경우 모펀드 편입 비율만큼만 기준가격을 조정했다. 하지만 TRS를 사용한 경우 모펀드의 손실률에 레버리지(차입) 비율이 더해져 기준가가 추가로 조정됐다.

실제 모펀드 '플루토 FI D-1 1호'(플루토)의 순자산은 전일 대비 46% 감소한 4606억원으로 기록됐으며 테티스 2호 펀드의 경우 순자산이 전일 대비 17% 줄어든 1655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라임 AI 스타 시리즈(라임AI 1.5Y 1 호, 라임 AI 스타 1.5Y 2 호, 라임 AI 스타 1.5 Y 3 호)의 세 펀드는 증권사와 TRS계약을 맺어 전액손실이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이 확인되면서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에게로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대신증권은 라임 자산운용과 TRS 계약을 맺은 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한국투자증권에게 정산 분배금을 일반 고객보다 우선 청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대신증권은 증권사들이 라임으로부터 우선 정산분배금을 받아서 고객에게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할 경우 해당 증권사에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증명까지 통지했다.

라임과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 중 일부는 금감원에 공모혐의가 포착돼 조사 중인 상황이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부실 상태를 알고도 계속 판매하는 등 불법행위에 동참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임 모 전 신한금융투자 PBS 본부장의 경우 사기 및 배임 혐의로 금감원에서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KB증권와 라임의 거래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KB증권은 라임의 펀드간 자금 우회지원을 펀드간 연계 TRS 거래로 불법 지원한 사실이 포착돼 자본시장법상 자전거래 금지 회피 목적의 연계거래 금지 규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TRS 계약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간 사계약인 만큼 해당업체들이 TRS 우선상환권을 포기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더구나 계약상 명시된 선순위 채권자 권리를 포기한 경우 회사가 책임자에게 '배임' 문제를 지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신증권이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의 책임소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라임펀드와 TRS 계약한 증권사들의 입장이 확실하게 정해지진 않은 상태"라며 "다만 대신증권에서 우선상환권에 제동을 건 만큼 관련 증권사들의 경우 자금회수를 쉽게 결정하기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