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 라니티딘 타격ㆍ도입 의약품 판매 난항

동광제약, 비정기 세무 조사 타격

삼진제약, 220억원 규모 추징금 여파 지속

▲ 중견제약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독은 주력 제품인 '케토톱' 마진율 개선 등의 영향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출처=한독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지난해 실적이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중견 제약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독은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일동제약은 아로나민시리즈 재고조정과 라니티딘 사태로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일동제약이 도입해 판매하고 있는 비만 치료제 ‘벨빅’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장 철수를 요청 받았다. 동광제약은 강도 높은 비정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삼진제약은 지난 2018년 법인세 추징금을 부과 받은 영향이 지속하고 있다.

1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독은 지난해 4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1276억원, 86억원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1%, 70% 증가했다. 한독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4664억원, 영업이익 300억원을 나타냈다. 한독은 2007년 영업이익 309억원을 기록했지만 이후 2017년 23억원까지 하락세를 겪었다. 12년만에 영업이익 300억원을 다시 달성한 셈이다.

한독의 실적 개선 주요 요인으로는 전문의약품(ETC) 부문 매출 회복과 일반의약품(OTC) 부문 이익창출 능력 확대가 꼽힌다. 당뇨병 치료제인 ‘테넬리아’와 희귀질환치료제 ‘솔리리스’의 적응증 확대 효과로 연간 매출은 각각 20%, 14%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초 경구용 파브리병 치료제 ‘갈라폴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처방이 시작됐다.

한독의 OTC 부문 매출은 대표 브랜드인 ‘케토톱’과 ‘훼스탈’이 각각 9%, 19%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애널리스트는 “케토톱은 자체 생산설비 완공 후 마진율이 개선되면서 이익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독은 장부가 기준 약 1400억원 규모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했다. 제넥신에 이어 투자 가치가 현실화되고 있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평이 따른다. 투자금액이 컸던 테라밸류즈와 한독테바는 흑자전환했다.

한독은 파이프라인도 주목된다. CMG제약과 공동 개발 중인 희귀항암치료제 ‘PAN-TRK억제제’ 한국 임상 1상 중간데이터 발표가 있다. 제넥신과 공동개발 중인 지속형 인성장호르몬은 미국 임상 3상을 준비 중이다. 의료기기기업인 한독칼로스메디칼은 난치성 고혈압 치료기인 ‘디넥스’의 유럽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한독이 인수한 미국 바이오텍 레졸루트는 희귀약인 선천성고인슐린혈증 치료제의 유럽 임상 2b상을 최근 시작했다.

▲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이 비만 치료제 '벨빅'에 대한 품목허가를 철회했다. 출처=일동제약

일동제약은 지난해 3분기에 실적이 악화됐다. 실적 악화 요인으로는 라니티딘 사태에 따른 ‘큐란’ 제품 제외와 아로나민골드 유통 재고조정, 무형자산 손상차손 등이 꼽힌다. 아로나민시리즈 재고조정은 일부분 4분기에도 추가 진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큐란이 제품에서 제외된 것은 연간 매출 약 200억원 감소라는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상상인증권 하태기 애널리스트는 “일동제약 영업실적은 지난해 3분기 최악의 시기를 보냈고, 4분기 회복기를 거쳐, 올해 상반기에는 정상수준으로 회복될 예상이다”고 설명했다.

일동제약이 실적 회복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악재가 또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의 정보사항과 조치내용을 참고해 로카세린 성분을 함유한 향정신성의약품 판매 중지와 처방 조제 중단을 의약전문가들에게 요청했다. 로카세린 함유한 의약품은 일동제약이 도입한 ‘벨빅정’과 ‘벨빅XR정’ 등 2개 품목이 대상이다.

FDA는 로카세린 성분 의약품 안전성 평가를 위한 심상에서 위약(비교용 가짜약) 대비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제조사에 자발적 시장 철수를 요청했다. 해당 임상은 5년 간 약 1만 2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로카세린 투여 환자 5995명 중 7.7%에 해당하는 462명에서 원발암이 진단됐고, 위약 투여 환자 5992명 중에서는 7.1%인 423명에서 원발암이 나타났다.

동광제약은 국세청으로부터 지난달 중순 비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동광제약 조사에 들어간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비자금 조성 의혹, 탈세 혐의 등이 명백할 때 조사를 시작하는 곳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세청 조사 결과에 따라 검찰 수사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삼진제약의 주력 제품 '게보린'. 출처=삼진제약

삼진제약은 세무조사 후 부과된 법인세 추징금 영향으로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삼진제약 지난해 매출액은 2419억 2617만원으로 전년 대비 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471억 3027만원으로 전년 595억 4170만원에 비해 20.8% 줄었다.

삼진제약 순이익은 지난 2018년 12월 법인세를 납부한 영향으로 255억 2618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세무조사에 따라 발생한 추징금 220억 6392만원을 비용 처리해 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45.4% 감소한 139억 3733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업계에 따르면 삼진제약 주요 의약품인 항혈전제 ‘플래리스’와 진통제 ‘게보린’의 매출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화학합성의약품 복제약(제네릭) 약가제도 개선, 생동성 시험, 라니티딘 사태 등으로 중견제약사들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서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등 이미 보유한 기술력을 토대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어 지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