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키의 에어줌 알파플라이 넥스트%(Air Zoom Alphafly NEXT%) 신발이 올해 안에 시판될 예정이다. 출처= NIK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인류 역사상 첫 2시간 벽을 깬 마라톤 기록에 동력을 불어넣은 신발이 올해 안에 당신의 것이 될 수 있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현대의 최고 마라토너로 꼽히는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1분 59초 40의 기록(비공인 기록으로 세계신기록으로 인정되지 않았음)으로 마라톤 피니시 라인을 끊을 때 신었던 프로토타입 운동화 에어줌 알파플라이 넥스트%(Air Zoom Alphafly NEXT%)가 2020년 여름 출시된다고 나이키가 밝혔다.

두꺼운 폼 밑창과 앞발 밑에 쿠션을 덧댄 이 신발은,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보인다. 순수주의자들은 이 기술이 운동 경기의 진실성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나이키는 이 신발을 ‘마라톤 판도를 변화시키는 진보’의 신호라고 주장한다.

지난 2016년 나이키가 베이포플라이 레인지(Vaporfly Range)라는 새로운 운동화를 발표한 이후, 이 신발을 신은 브리짓 코스게이가 지난해 시카고 마라톤에서 2시간 14분 4초를 기록하며 16년 동안 깨지지 않았던 폴라 레드클리프의 여자 마라톤 기록을 1분 이상 앞당기면서, 장거리 달리기 기록이 계속 단축되고 있다.

세계육상경기연맹(WAE)은 최근 다양한 러닝화를 검토한 후 나이키의 베이포플라이 레인지를 (선수들이 경기에 신을 수 있는 신발로) 승인했지만, 선수들이 뛰어오르는 능력을 의도적으로 높이기 위해 밑창을 40mm 이상으로 만들거나 탄소 섬유판을 하나 이상 덧댄 신발은 금지시켰다.

오는 4월 30일부터는, 4개월 동안 시중에 판매된 적이 없는 신발도 대회 참가가 금지된다.

이 새로운 규칙은 엘리우드 킵초게가 비엔나에서 신었던 프로토타입은 이제 경기에서 신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나이키가 밑창 두께를 39.5mm로 조정한 것으로 알려진 새 알파플라이 런닝화는 사용 가능하다.

▲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가 2시간 벽을 깼을 때 나이키의 알파플라이 프로토타입을 신었다.    출처= NIKE

나이키의 신발제품 이노베이션 담당 부사장 토니 비넬은 "선수들에게 있어서 1마일(1.6km) 기록 4분, 마라톤 기록 2시간을 깨는 것은 기록 단축의 바로미터”라고 말했다.

"이 수치는 그동안 인간의 잠재력을 시험한 장벽들이지요. 엘리우드 같은 선수가 그 기록을 깰 때, 인간이 어디까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우리의 집단적 믿음도 함께 변합니다.”

스포츠 의학(Sports Medicine) 저널의 2017년 연구에 따르면, 나이키의 베이포플라이 런닝화는 다른 일반 런닝화에 비해, ‘선수가 특정 속도로 일정하게 달려야 하는 운동량’을 의미하는 ‘런닝 이코노미’(running economy)를 약 4% 향상시킨다.

나이키는 베이포플라이 런닝화에서 추진력에 도움을 주는 것은 탄소 섬유판뿐이며, 나머지 재질은 쿠션을 좋게 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기능을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미 예견할 수 있듯이, 스포츠 과학자 로스 터커는 신발 업체들의 최근 기술 발전이 정작 달리기에 해를 끼친다고 주장한다.

터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킵초게가 과연 엄청난 운동 잠재력을 지닌 특출한 존재인가? 아니면 단순히 신발이 제공하는 탁월한 기술로부터 혜택을 받은 그저 훌륭한 달리기 선수일까? 아마도 둘 다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절대적으로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달리기, 특히 마라톤은 인간이 자신에게 감내하도록 하는 가장 순수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것은 발, 다리, 폐, 심장, 뇌 모두에 관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 새 신발은 도핑 검사가 밝혀내는 것과 똑같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킵초게는 자신이 마라톤에서 2시간 벽을 깬 것을, 1969년 닐 암스트롱의 역사적인 달 착륙에 비유하면서 신발의 설계의 발전이 자신의 기록 경신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록 경신 직후 영국 텔레그래프지와의 인터뷰에서 "경기는 공정했다"고 말했다.

"나는 열심히 훈련했습니다. 기술은 발전하고 있고 우리가 그것을 부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기술과 함께 동행해야 하니까요.”.

세바스찬 코 세계육상경기연맹 회장은 "우리가 세계 스포츠화 시장 전체를 규제할 수 있는 기구는 아니다”면서도 “최고 선수들이 참여하는 대회의 고결성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나이키는 새 알파플라이 런닝화의 가격이나 정확한 출시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