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사모펀드에 몰렸던 자금 일부가 공모펀드 혹은 부동산 등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라임 사태로 인해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사모펀드에 대한 신규 규제를 도입키로 했기 때문이다.

공모보다 큰 사모 시장

사모펀드는 기업의 창업‧성장‧회수 생태계에 자금을 공급하는 대표적인 민간 모험자본이다. 최근 지속적인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에 따라 사모펀드 시장은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여 왔다.

최근 7년간의 사모펀드 시장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13년 7734개였던 펀드 수는 지난해 1만1734개까지 늘었다. 공모펀드의 수가 같은 기준 3310개에서 4189개로 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펀드 수탁고의 경우는 사모펀드가 지난 2013년 172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478조1000억원으로 증가한 반면 공모펀드는 같은 기준으로 184조4000억원에서 242억3000만원까지밖에 늘지 않았다.

▲ 자료=금융위원회

이처럼 사모펀드 시장이 공모펀드에 비해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14일 새로운 규제들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완전판매, 유동성 관리 실패, 운용상 위법‧부당행위 등에 따른 사모펀드의 투자자 보호 문제가 제기되며 라임사태와 같은 일부 부작용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규율 통한 위험관리

금융당국은 시장규율을 통한 위험관리를 강화하고 투자자 보호에 힘 쓸 방침이다. 예를 들면 각 시장참여자인 운용사와 판매사, 수탁회사‧PBS 증권사, 투자자 등이 상호 감시‧견제할 수 있게 하며, 투자자 보호에 취약한 펀드구조에 대해서는 보완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운용사는 위험(유동성‧레버리지 위험 등)을 식별‧관리할 수 있는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이 같은 내용을 집합투자규약에 반영해야 한다. 또 자사펀드 간 자전거래 시 거래되는 자산의 가치를 운용사 임의로 평가하지 않도록 하는 등 펀드 간의 부실전이 방지 방안도 마련한다.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는 전문사모운용사의 손해배상책임 능력을 확충한다. 이에 최소 유지자본금인 7억원만 적립하면 됐던 손해배상 재원은 수탁고에 비례해 0.02~0.03% 수준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 자료=금융위원회

또 판매사는 문제를 발견할 경우 운용사에 이를 시정요구하고, 투자자에게 통지할 수 있다. 현재는 판매이후 판매사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준수해야 할 법적의무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수탁기관과 PBS 증권사의 관리‧감시 책임도 명확화한다. 사모펀드 재산을 수탁받은 신탁회사와 PBS에 운용사의 운용상 위법‧부당행위에 대한 감시 기능이 부여되는 것이다. 이는 공모펀드와 동일하다.

투자자에 정기적인 자산운용보고서 제공

투자자들의 경우는 자기책임 원칙에 따라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정보제공이 강화된다. 만일 판매사가 적격 일반투자자에게 투자를 권유한다면 상품 설명자료 기재사항을 표준화해 투자자에게 핵심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운용사는 개인투자자에게 정기적으로 자산운용보고서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 정기적 정보제공 의무가 적용되지 않아 투자자들은 운용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사모펀드의 상환‧환매를 제약하는 만기 미스매치 구조를 손본다. 만기 미스매치 구조로 펀드를 설정‧운용할 경우 투자자의 상환‧환매 요구에 대한 대응이 어려워 유동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유동성 자산 투자비중이 높은 펀드의 개방형 펀드 설정과 관련해 규제를 도입한다. 예를 들면 비유동성 자산 투자비중이 50% 이상인 경우에는 개방형 펀드로 설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개방형 펀드에 대해서는 주기적으로 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를 의무화한다. 설사 폐쇄형 펀드로 설정하더라도, 펀드자산의 가중평균 만기 대비 펀드 만기가 현저히 짧은 경우에는 펀드 설정에 제한을 둔다.

복잡한 복층‧순환 투자구조와 관련해서는 복층 투자구조 내 만기 미스매치 관련 유동성 규제가 도입된다. 자사 펀드 간 상호 순환투자도 금지되며, 모‧자‧손 구조 등 복층 투자구조 펀드에 대한 정보제공과 감독당국의 모니터링도 강화된다.

또 TRS를 통한 레버리지가 확대될 방침이다. 즉 레버리지 목적의 TRS 계약 시 거래상대방을 전담중개계약을 체결한 PBS로 제한하고, PBS의 사모펀드 레버리지 리스크 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TRS 계약의 레버리지는 사모펀드 레버리지 한도(400%)에 명확히 반영한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레버리지 목적의 TRS 계약에 대해서는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TRS 등 차입을 통해 운용하는 펀드에 대한 투자자 보호는 강화할 방침이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복잡한 사모펀드 사라질 전망

이처럼 사모펀드 시장에 변화가 찾아오자 박봉호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장은 “앞으로 복층‧순환 투자구조의 사모펀드 유형은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개방형 펀드에서 비유동성 자산이 50%를 넘기는 것 또한 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투자자들의 일부 자금이 공모로 쏠릴 것이란 의견과 공모에 이어 사모펀드 시장까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박봉호 국장은 “이번 사모펀드의 규제 도입은 공모펀드 규제와 비교하면 훨씬 미치지 못 한다”며 “사모 시장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설사 사모펀드 시장이 무너진다고 해도 공모펀드로 자금이 다 가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이번 제도 개선으로 인해 시장이 투명해지면서 사모펀드 시장에 투자자들이 더 몰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시장 위축될 수밖에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될 것은 지나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며 “이번 제도 개선으로 사모펀드 시장이 공모시장과 다를 바 없어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이 사실상 라임 사태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라임자산운용에서 행했던 판매 행위 등과 같이 하지 말 것을 제도화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사모펀드의 경우 금융자산은 물론 부동산 등 많은 자산을 가진 이들이 투자를 한다”며 “이들은 일부 자산을 사모펀드로 굴렸을 텐데 이번 규제로 인해 사모펀드로 들어가던 자금을 그냥 놀리지 않고 공모로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에 규제가 더해지면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돈 많은 사람들이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투자하라고 만든 그들만의 리그가 ‘사모펀드’라며 규제가 들어가면 사모펀드로서의 매력을 잃는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이번 제도 개선에 따라 판매사가 운용사에 시정 요구를 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서는 누가 갑이고 을이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예를 들어 수익을 잘 내주는 운용사에게 판매사가 시정 요구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